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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경제교육(종간)
미술품 경매와 낙찰자의 저주
소병희/ 국민대 경제학과 교수 2013.06.28

폴 세잔(Paul C?zanne)이 1893년경에 그린 유화 ‘카드놀이 하는 사람들(The Card Players)’이 2011년 4월, 그 당시까지 가장 비싼 가격인 2억 5,000만 달러(약 2,800억 원)에 카타르 왕국의 공주에게 팔렸다. 그림 한 장의 값으로는 실로
엄청난 가격이다.


고가의 미술품은 일반적으로 경매회사를 통해 거래되는 경우가 많다. 세상에 같은 작품이라고는 단 하나밖에 없는 유명한 미술품이 수십 년 만에 경매시장에 나오면, 그것에 대한 시장가격은 형성되어 있지 않다. 이런 경우에 경매는 매우 유용한 판매방식이 된다. 미술품 판매를 위탁받은 경매회사는 전문가의 감정을 통해 작가의 인지도, 미술사적 가치, 재료, 크기,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작품의 진위여부와 시장성 등을 판단하고 미술품시장의 최근 동향을 감안하여 시작호가(呼價)를 결정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매에서 경매 대상물의 개별가치에 대해 판매자보다 오히려 구매자가 더 잘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경매라는 판매 방식은 일시적으로 한 상품에 대해 철저히 차단된 개별시장을 인위적으로 형성한 후 해당 물건의 낙찰과 동시에 그 개별시장이 해체되는 형식을 취한다. 경매는 맞춤형 가격차별화로 응찰자가 기꺼이 지불하고자하는(Willingness To Pay: WTP) 가격의 최대치까지를 지불하도록 유도해 구매자의 소비자잉여를 모두 앗아갈 수 있도록 디자인 되어 있는 셈이다. 경매 시작가격은 전문가의 평가액인 추정된 예상가(estimate)이거나 판매자가 요구한 최저가인 유보가(reserve price) 중 하나가 된다.

 


| 손해보는 낙찰자


경매 방식은 낮은 가격부터 시작해서 높은 가격으로 올라가는, 우리에게 익숙한 ‘영국식 경매’가 가장 보편적이다. 반대로 높은 가격에서 시작해서 낮은 가격으로 내려가는 ‘네덜란드식 경매’도 있다. 일반적으로 영국식 경매는 매수호가자들이 자유롭게 호가를 상향 조정하여 부를 수 있으므로 매수자는 매수기회를 여러 번 가질 수 있으며, 아무도 더 이상호가를 높이려 하지 않으면 그때까지의 최고호 가자가 경매물건을 낙찰받게 된다.

 


반면 튤립 구근의 경매로 유명한 네덜란드에서 유래한 네덜란드식 경매는 꽃이나 채소와 같이 시간이 지나면 가치가급속히 상실되는, 신선도가 관건인 물품에 주로 사용 된다. 매도자가 원하는 최고호가로부터 시작해서 점차 가격을 낮추어 가다가 어느 가격에서 매수 희망자가 최초로 나오게 되면 경매물건이 바로 낙찰되는 방식이다. 매수 기회가 단 한 번밖에 없으므로 매수자는 긴장하고 있다가 신속한 판단을 내려야만 한다.

 

일단 낙찰된 경매거래는 낙찰 후에는 취소할 수 없다. 만약 구매자가 낙찰가를 지불하지 못하면 법원을 통해서 구매자의 재산이 압류될 수 있도록 하는 매매보호제도가 법적으로 마련되어 있으므로 재미삼아 호가를 해서는 낭패를 당한다. 낙찰가액이 큰 경우에는 경매회사가 판매자에게 대금을 미리 지불하고 차후에 구매자로부터 대금을 몇 번에 나누어 받도록 조정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낙찰받은 사람의 기쁨은 잠시이고 회한은 오래갈 수도 있다. 경매가 끝나서 낙찰가격이 결정됐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경매품에 대해 각자가 평가하는 최고가액을 써내고 그중에서도 가장 높이 평가한 낙찰자의 가격이 경매품에 대해 지불되어야 하는 가격으로 정해지게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 경매품의 진실된 내재가치는 결국 사람들 각자가 써낸 경매입찰가의 평균값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낙찰자는 이 평균값보다 훨씬 높은 가격인 최고가격을 지불하겠다고 응찰했기 때문에 최후의 1인, 즉 낙찰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낙찰을 받았다는 사실은 그 경매물의 진실된 가치보다도 훨씬 높은 가격을 지불해야만 한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낙찰자는 누구나 실제로는 (물품의 내재가치보다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해야 하는) 손해 보는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저주를 받게 되는 셈이다.

 


경매의 원리는 비단 미술품뿐 아니라 다른 재화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공유가치가 형성된 대상물, 예를 들면 건설 사업권, 석유 시추권, 라디오채널 주파수, 공기업 등 의 가치에 대해 여러 입찰자들이 평가한 가치의 평균치가, 통계적으로 보면 그 대상물의 진실된 실제가치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낙찰받는 금액은 보통 평가된 평균가치보다는 높은 가격이 된다. 따라서 낙찰받은 후에 낙찰된 대상물의 실제가치보다 낙찰가격이 훨씬 높게 책정되어 있을 수밖에 없는 현상, 즉 ‘낙찰자의 저주(winner’s curse)’가 일어나게 되는 것이다.

 


| 경매 참여자는 합리적인 인간?


그렇다면 낙찰이 저주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경매에 응찰하는 것은 과연 합리적인 인간 행동인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낙찰받은 당시에는 실제가치보다 더 높은 가격에 산 미술품이 앞으로 가격이 훨씬 높이 올라서 몇 년 후에 되팔게 되면 많은 이득을 남길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과 기대가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낙찰자가 경매에 응찰하는 것이다. 즉 당장의 낙찰자의 저주가 몇 년 후에는 결국 낙찰자의 축복으로 변할 수 있으므로 경매에 응찰하는 것이다.

 


유명한 미술작품을 사두면 수익률이 과연 얼마나 되기에 사람들이 낙찰자의 저주에도 불구하고 투자를 목적으로 그림을 사는 것일까? 예를 들어 고흐(Vincent van Gogh)의 유명한 그림 ‘아이리스(창포)’는 1947년에 불과 8만 4천달러에 판매됐으나, 1987년 11월에 5,390만 달러로 경매 됐다. 단순 계산으로는 40년 만에 구입가격의 642배에 팔았으며 자본이득(판매가에서 구매가를 제한 이득)이 5,381만 6천달러나 됐다. 그러나 40년간의 이자율 및 물가상승률과 같은 경제의 변화를 감안해 1947년의 8만여 달러를 1987년도 가격으로 조정하면 약 50만 달러가 된다. 이 조정된 가격으로 다시 계산하면 그림의 실질구매가의 108배를 받고 재판매한 셈이 된다. 또한 이것을 40년간의 연간 투자 수익률로 계산하면 ‘아이리스’에 대한 투자의 실질수익률은 연간 12% 정도가 된다.

 


이것은 상당히 좋은 수익률이지만, 모든 그림이 아이리스처럼 수익률이 높은 것은 아니다. 1635년부터 1987년에 걸친 약 350년간의 그림 2,396점의 경매 낙찰가격 데이터를 분석한 한 연구에서는 평균 실질수익률이 1.5%로 나타났다. 이 연구는 같은 기간의 금융투자의 실질수익률이 3%였던 것과 비교하면 일반적으로 회화에의 투자가 금융 투자보다 그다지 유리하다고 할 수는 없다고 결론지었다. 영국식과 네덜란드식 경매 방식 외에도 여러 가지 경매 방식이 있지만, 이런 ‘낙찰자의 저주’를 조금이라도 줄여줄 수 있는 방식은 ‘차순위가 봉함경매’다. 이것은 가격을 적은 종이를 봉투에 봉해서 제출하는 ‘봉함경매’ 방식의 하나로, 낙찰자는 최고가격을 적어낸 사람이 되지만 낙찰가격은 차순위자가 써낸 가격으로 정한다. 이렇게 하면 낙찰자가 지불해야 하는 가격이 조금이라도 더 평균가격에 가깝게 낮아지게 된다.

 

 

소병희 국민대 경제학과 교수/ sooam@kookmin.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