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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경제교육(종간)
학교 그리고 학생을 생각해 본다
박제원/ 전주 완산고 교사 2013.06.28

난 2003년에 교사가 됐다. 지금 49세임을 감안하면 다른 교사에 비해 늦은 나이에 교직에 들어선 셈이다. 1992년 대학원을 졸업한 후에 한국예탁결제원이라는 공공기관에 다녔다. 우리 사회에서는 부러워할 만한 직장이다. 경제적 가치인 연봉이 높기도 하지만 직장의 안정도도 크기 때문이다.

 


지금 돌아봐도 그때 교사로 전직한 것은 젊은 시절 가졌던 사회적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서였다. 결국 세상을 바꾸는 힘은 사람에 있으니 좋은 의지와 성품을 가진 사회적 인간을 양성하는 데 내 인생을 걸어보자는 취지였다. 그 이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다만 그 이상을 현실화하는 것은 무척 힘든 일이다. 그것이 가능할까에 대해 가끔 회의가 들기도 한다. 지난 10년 동안의 학교생활을 돌이켜 보면 많은 것들이 기억에 남는다. KBS ‘도전 골든벨’의 스승의 날 특집편에 제자와 참여해 골든벨을 울린 것, 빈촌에서 야학활동으로 2년을 보낸 것, 무료논술지도를 하겠다고 1년 6개월 동안 거리로 나가서 아이들에게 세상과 삶의 원리를 말하던 것, 지역 언론사와 같이 ‘전북 중학생 경제한마당’을 기획해 중학생들에게 경제에 대한 관심을 높였고 이제 어엿한 지역대회로 만들어 낸 것, 신문에 논술강좌를 개설해 연재하던 것, 전북논술대회를 특정한 교과중심에서 공적인 구조로 전환해 공정과 정의의 권위를 부여한 것 등이다. 모두 개인적 이익과 다소 거리가 있지만 누군가 짊어져야 될 사회적 빚을 갚아나갔다는 것은 내 자신에게 행복한 기억이었다.

 


하지만 지금 나는 학교를 좋은 학교로 바꿀 수 있을까? 교육을 바꿀 수 있을까? 우리 사회를 좋은 사회로 만들 수 있을까? 라는 물음에 ‘그렇다’라고 시원하게 대답할 수가 없다. 아니, 좀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어렵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 학교가 여전히 공교육으로서 희망이라고 해도 그렇다. 학교에는 가르치고 배우는 것 이외의 잔무가 산적해 있고 교사와 학생, 학부모가 함께하는 모습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 책임은 학교에만 있지 않다. 공적인 학교의 역할에대해 학교 밖의 평가는 때로는 가혹하고 수긍하기 어렵다. 어설픈 제도로 학교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도구주의적 해결방식’은 여전히 학교의 현실을 이해하지 못하는 미봉책에 불과하다. 학교의 핵심은 건물이나 교재에 있지 않고 사람에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람중심의 교육으로 돌아가지 못하면 이런 문제점은 해결될 수 없다.

 


그 기준에 따라 지난 10년의 내 삶을 그 평가하면 난 참 미흡하다.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수업과 객관식 문제풀이에 치중한 입시과정에서 학생들에게 전달해야 할 사회적 가치를 충분하게 전하지 못했다. 학생들은 매일매일 10시 까지 자습을 반복하지만 왜 공부를 해야 하는가에 대한 초보적인 고민도 거의 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대학에 가는 이유도 사실은 돈 많이 벌고 싶기 위해서라고 답하는 아이들이 부지기수다. 이런 문제는 비단 우리 학교의 문제만이 아니다. 어쩜 물신(物神)을 신(神)으로 모시는 인간에 대한 경고의 전조일지 모른다. 며칠 전 통화한 대학 동기가 그런 말을 했다. “시대적 비극이니 자책하지 말라”고.

 


아무튼 교사로서 지난 10년은 초심과 현실의 경계를 지속적으로 반복한 과정이었다. 지겨울 정도로 그 과정이 이어졌다고 해도 분명한 것은 우리 사회에 좋은 교사는 필요하며 좋은 교사가 많다면 우리들의 삶은 행복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난 오늘 하루도 부단하게 움직인다. 수업과 잔무와 여러 수업자료를 만드는 것으로 하루를 온통 채운다. 그러나
그것이 정말 교육이 담당해야 할 본질적인 것인가에 대한 물음에는 부끄럽지만 확신하지 못한다. 생각해 보니 ‘쿠오
바디스 도미네(Quo Vadis, Domine, 신이여 어디로 가시나이까).’는 베드로만의 질문이 아니다. 학교의 모든 교사들에게 숙명처럼 지워진 질문이다.

 

 

박제원 전주 완산고 교사/ p1905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