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내용으로 건더뛰기

KDI 경제교육·정보센터

ENG
  • 경제배움
  • Economic

    Information

    and Education

    Center

클릭경제교육(종간)
확대되는 병행수입, 유통지도 바꾼다
정인교 인하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2014.04.29

지난 10년 동안 FTA 관세철폐로 수입품의 소비자가격이 떨어진 품목도 있으나, 이는 극히 일부 품목에 한정된 반면 오히려 가격이 올라간 품목도 적지 않다. 특히 해외 명품과 같이 고가 품목의 경우, FTA에 따른 가격 영향은 거의 없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 시장구조의 재정비가 필요한 시점
국가 간 무역거래로 인한 가격인하 효과 미흡
왜곡된 유통구조 속 외면 받는 소비자 권익

여기에는 몇 가지 문제가 내재되어 있다. 먼저, 우리나라 국민의 빗나간 해외 명품 사랑이 수입업체가 폭리를 취하게 하는 배경이 되고 있고, 국내 소비자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값을 치르고 명품을 소비하고 있다. 즉, 유통단계에서 수입 단가 대비 명품 수입자가 챙기는 몫이 다른 나라에서보다 더 크게 부풀려져 소비자가격이 국제적으로 높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관세를 철폐해도 소비자가격이 낮아질 여지가 작다. 또한 후진적이고 왜곡된 유통구조로 인해 수입상은 FTA에 따른 가격인하에는 눈을 감고 이익극대화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점이다.

수입 상품의 국내 소비자가격(유통가)은 수입가격(Cost Insurance and Freight, CIF)에 관세가 부과되고, 이 가격에 부가세 등 각종 내국세와 유통과정에서 영업이익 등이 추가되어 결정된다. 이론적으로 보면, FTA가 발효되어 관세가 철폐되면 수입 상품의 소비자가격이 낮아지게 된다. 그러나 일반인들의 생각과는 달리, 수입가격은 유통가의 극히 일부인 품목이 많다. 예를 들어, 수백만 원에 달하는 유럽산 명품 가방의 수입단가는 소비자가격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가방에 대한 8%의 관세가 철폐되어 가격에 반영된다고 해도 인하폭은 소비자가격의 2∼3%에 불과하게 될 것이다.


| 병행수입, ‘新유통채널’로 급부상
‘병행수입’ → ‘가격인하’로 선순환 구조 유도
병행수입 ‘성장’에 정부도 뒷받침

최근 정부는 유통구조 개선과 더불어 병행수입(parallel importation)을 확대하여 소비자 이익을 확산시킨다는 입장이다. 1995년 허용된 병행수입은 독점공급계약을 맺은 업체의 승인 없이 제3자가 해당 제품을 수입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다. 수입품 유통과정에서 지나치게 횡포를 부리는 독점계약업체를 견제하거나, 수입품의 경쟁을 촉발시켜 가격인하를 유도하기 위한 목적에서 병행수입이 허용된 것이다.

병행수입은 국내 대형 유통기업이 수입해서 국내 독점공급자 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판매함으로써 소비자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반면 생산자로부터 직수입하지 않고 제3국으로 수출된 물품을 수입하는 경우가 많아, 진품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단점이 있다. 국내 수입대리점이 있음에도 병행수입된 상품에 대해 애프터서비스(A/S)를 받을 수 없다. 원산지 확인서를 발부받기 어려워 FTA 관세혜택을 적용받지 못한다는 점도 있다. 병행수입제도 도입의 원래 취지를 살리지 못하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는 병행수입 통관 관련 진입장벽을 완화시키고, 소비자 신뢰제고 등을 통해 병행수입 활성화를 지원해 나가기로 했다. 독점수입에 따른 부정적 효과를 완화하기 위해 병행수입을 정책적으로 활성화하고, 수입가격 공개를 확대키로 했다(관세청 업무보고, 2014년 2월 28일). 병행수입 통관 인증업체 선정기준을 완화해 신설 병행수입업체의 참여 및 병행 수입물품 통관표지 부착(QR코드) 대상을 확대하고, 품목별 병행수입 가이드라인을 제작 · 보급하며, 아울러 소비자의 병행수입품에 대한 A/S 불만해결을 위해 병행수입업협회를 중심으로 공동 A/S를 추진하기로 했다.

관세철폐로 인한 수출 증대가 FTA의 원래 목적이었지만, 오늘날에는 과도한 규제를 완화하고 왜곡된 시장질서를 바로잡아 후진적인 경제통상 제도와 관행을 선진화시키는 목적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국내의 왜곡된 유통구조 개선과 더불어 소비자들도 합리적인 소비행위를 해야만 병행수입 확대로 명품 수입시장의 경쟁구도가 확대되고, 소비자가격이 낮아지면서 소비자 이익도 증가할 수 있을 것이다.


정인교 인하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inkyo@inh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