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리적이지 못한 소비는 개인 자신의 효용극대화를 추구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공정한 경쟁규칙을 어기고 시장질서를 지키지 않는 기업이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을 터 주게 된다. 최근 백화점의 잦은 바겐세일로 소비자들의 과소비, 과시소비, 충동소비, 중독소비를 조장하고 있는데 이 같은 소비행동이 대표적인 비합리적 소비유형이다.
| 과소비: 소비액수보다는 소득 대비 소비지출 비율로 평가
자신의 소득수준이나 예산규모를 초과하는 과도한 소비
절약정신의 퇴조, 과시욕구, 마케팅 전략에 기인
자신의 소득수준이나 한정된 예산규모를 초과하여 불투명한 미래의 소득까지도 앞당겨 사용하는 과도한 소비를 과소비라 한다. 그런데 가계재정이 적자가 날 정도로 소비를 하는 경우는 많지 않기 때문에, 이 개념을 따르면 대부분의 가계나 개인은 과소비를 하지 않는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 그러므로 절대적인 소비액수보다는 소득에 비해 소비지출이 차지하는 비율, 즉 상대적 개념이 과소비를 평가하는 기본적 근거가 되어야 한다. 자녀 수, 가계의 규모 등에 따라 가계지출은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과소비의 가장 대표적인 원인은 사회 전반의 절약정신 퇴조, 지나친 과시욕구, 백화점 등의 광고 및 세일 등 각종 다양한 마케팅 전략 등이다. 이들 마케팅 전략은 소비자의 제품구매 욕구를 자극하여 과소비를 부추기거나, 유행을 쫓아 비싼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행동을 유발한다.

| 과시소비(conspicuous consumption)
효용을 얻기보다는 자신의 지위 과시를 목적으로 하는 소비
개인의 심리적 동기, 타인의 영향, 사회 · 문화적 관습에 기인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여 효용을 얻기 위한 목적보다는 금전력 또는 자신의 지위를 과시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품이나 서비스를 소비하는 것을 과시소비라고 한다. 가격과 품질 비교는 하지 않고 무조건 백화점에서만 구매하는 행동, 해외명품만 구매하는 태도, 이왕이면 비싼 제품, 대형 제품, 유명 브랜드가 좋다는 식의 소비행태는 과시소비의 전형적인 유형이다.
과시소비의 원인은 크게 심리적 원인(개인의 심리적 동기), 사회심리적 원인(소비에 영향을 미치는 타인), 사회문화적 원인(사회 · 문화적 관습)으로 분류할 수 있는데, 사회심리적 · 사회문화적 원인에 의해 보다 많은 영향을 받는다. 과시소비 자체가 자신의 우월한 입장을 보여주는 방편이 되기 때문이다.
| 충동소비(impulsive consumption)
계획 없이 순간적인 감정에 이끌리는 소비
광고, 유행, 마케팅 전략 등이나 신용카드의 편리함에 기인
충동소비란 사전 구매계획 없이 구매현장에서 꼭 필요하지도 않은 제품을 모양, 포장, 디자인 등에 순간적인 감정에 이끌려 구매하는 소비행태이다. 소비자들 중 1주일에도 여러 번 쇼핑을 가는 편이며 ‘바겐세일을 한다면 일단 가서 구경이라도 하고 보자.’거나, ‘오늘 괜찮은 것 건졌다.’라고 생각했다면 이미 비계획적인 구매 상태에서 충동적으로 구매했을 가능성이 높다.
충동소비를 부추기는 원인은 주로 광고, 유행, 다양한 마케팅 전략이나 판매원의 권유, 신용카드 사용으로 인한 구매의 용이성 등이라고 할 수 있다. 의류제품 등 표현적 기능이 강한 제품의 경우 충동소비를 유발하는 주요 제품이 되고 있다.
한편 저가충동구매증도 있다. 백화점보다 비교적 싼 상가 쪽으로 발길을 돌린 주부들 중에 저가충동구매증에 걸린 주부들이 늘고 있다. 저가충동구매증이란, 상품의 품질과 가격을 비교해 싼 물건을 보면 사버리는 것을 말한다. 저가충동구매증은 쇼핑중독증과 유사하면서 본질적으로는 다르다. 주부의 경우를 예로 들면, 쇼핑중독증은 일만 몰두하는 남편에게 복수하기 위해, 남편의 관심을 끌기 위해,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기 위해 고가의 물건을 사들이는 데 반해, 저가충동구매증은 알뜰 쇼핑을 하려고 나섰다가 싼 물건을 너무 많이, 자주 구매하게 되어 결과적으로 낭비하는 것이다.
| 중독소비(addictive consumption)
구매에 집착해 지불능력을 초과하게 되는 소비
지나친 구매 욕구를 억제하지 못하는 것에 기인
중독소비란 지나치게 구매에 이끌리고 이러한 구매 욕구를 억제하지 못하고 구매함으로써 결국은 지불능력을 초과하는 수준까지 도달하는 경우를 의미한다. 특히, 불안 · 긴장 · 우울감 등의 부정적인 감정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소비하는 경우를 중독구매라고 한다.
일부 소비자는 남들과 다른 제품을 구매하는데 몰두하여 스노브 효과(snob effect)에 빠지기도 한다. 미국의 경우 쇼핑중독증은 단순한 과소비 차원이 아니라 알콜 · 마약중독, 대식증과 같은 차원의 정신질환으로 취급한다. 필요하지 않은 상품을 마구 구매하고, 자기가 구매한 상품이 무엇인지 제대로 기억도 못하고, 쇼핑이 불가능해지면 심리적 · 육체적 부작용이 일어나는 상태가 바로 쇼핑중독증이다. 미국 성인 인구의 약 6% 정도가 쇼핑중독자로 추정되며 주요 병원들은 이의 치료를 위한 치료 · 재활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허경옥 성신여자대학교 생활문화소비자학과 교수
kohuh@sungshin.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