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와 ‘복지’라는 익숙한 두 개의 개념으로 만들어진 주거복지(housing welfare)는 국민의정부(1998~2003) 이후 등장하여 주택정책 목표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주거 안정을 위해 제공되어야 하는 복지서비스가 무엇인가, 누구를 대상으로 해야 하는가, 어디까지 주거서비스로 볼 수 있는가 등 대상이나 범위에 여러 시각이 존재하지만, 개별 가구가 경제적 능력에 맞게 알맞은 수준의 주거비를 지불하고 가구 특성이나 선호 등에 맞는 ‘양질의 주택’에 거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 주택 공급과 주거비 지원 두 축으로 진행된 주거복지정책
저소득층 주거안정 위한 프로그램이
주거복지 프로그램의 주를 이뤄
협의의 주거복지란 일부 국민, 특히 저소득층의 기본적 주거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주거 지원 및 관련 서비스라고 할 수 있고, 광의의 주거복지는 국민의 기본적 주거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전반적인 주거서비스로 볼 수 있다. 최근 대두되는 보편적 주거복지라는 개념은 광의의 주거복지로 이해할 수 있다.
아직은 저소득층 주거안정 목적의 프로그램이 주를 이루고 있다. 소득 양극화가 주거의 양극화로 이어지면서 저소득층이나 무주택 서민의 주거불안이 주택정책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로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주거복지정책은 크게 주택 공급 · 개선과 수요자 지원이라는 두 가지 방향에서 진행된다. 주택의 수요 단위인 가구 수보다 주택 수가 부족하여 발생하는 주거불안 문제는 주택 건설 공급으로, 주택이 있음에도 주거비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는 가구는 주거비 지원을 통해 해결해 주고자 하는 것이다.
먼저, 주택 공급 측면에서 장기 공공임대주택의 건설사업을 살펴보자. 고가의 주택만이 공급될 경우 저소득층 주거불안은 해소되지 않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저렴한 임대료로 안정적으로 장기간 거주할 수 있는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였다. 1988년 영구임대주택은 주거위기 상황에 놓인 최빈층의 자살 사건으로 사회안전망으로서 공공임대주택 공급이 필요하다는 인식 하에 등장한 것이다.
국민의정부 때는 연간 공급물량은 다소 줄어들었으나 임대기간이 30년 이상인 장기 공공임대주택을 지속적으로 건설하였으며 국민임대주택을 도입하고, 참여정부에서는 공급물량을 확대하였다. 영구임대주택은 국민기초생활수급자 등 최빈층의 주거문제 해결을 위해 도입된 것이므로 시중 임대료의 30% 이하이고, 국민임대주택은 소득10분위 중 소득4분위 이하인 저소득층을 주요 정책 대상계층으로 하고 있어 임대료가 영구임대주택보다는 높으나 시중임대료보다는 저렴한 수준이다.
그 다음은 주택개량 사업이다. 공공임대주택을 건설 · 공급할 경우 실제 입주에 이르기까지 수 년의 시간이 소요된다. 긴급한 주거문제 해결이나 현재 거주하고 있는 주거 수준을 개선해 주는 것이 보다 즉각적인 효과를 발휘하는 경우가 있다. 농어촌 주택개량지원사업, 주거환경개선 주택자금지원사업, 주거현물급여, 장애인 주택개조지원사업, 사회취약계층 주택 개·보수 사업, 저소득층 에너지효율개선사업, 슬레이트지붕개량사업 등 다양한 주택 개량사업이 시행되고 있다.
수요자 지원 정책도 있다. 주거불안이나 주거지원이 필요한 모든 가구에게 저렴한 양질의 주택을 제공할 수는 없다. 주택시장에서 선호에 맞는 주택에 거주하려는 가구의 주거욕구를 고려한 주거지원이 필요하다. 무주택여부, 전세자금 수준 혹은 연소득 등을 기준으로 한 저소득가구 전세자금대출이나 근로자 · 서민 전세자금대출이 이에 해당한다. 한편, 주택시장 진입이 어려운 최빈층에 대해서는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맞춤형 급여체계 개편방안(2013) 중 ‘주거급여 개편방안’에 따라 2014년 10월부터 거주형태, 임대료 부담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새로운 주거급여 제도가 시행된다.
마지막으로 관련 제도 · 법 구축을 들 수 있다. 국민의 주거수준을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기준으로 ‘최저주거기준’이라는 개념이 2000년에 공식적으로 도입되면서 최저주거기준 미달가구를 줄여나가는 것을 주거복지 프로그램의 목표로 삼기도 한다. 국민들이 주거에 필요한 편의시설을 제대로 갖추고 가족구성이나 가구원수에 적절한 주거면적을 확보할 수 있는가를 평가함으로써 정책 효과를 파악하려 하는 것이다.
주택법, 임대주택법, 주택임대차보호법, 공공주택건설 등에 관한 특별법 등과 같은 주택관련법 외에도 장애인 · 고령자 등 주거약자 지원에 관한 법률이나 장기 공공임대주택 입주자 삶의 질 향상 지원법 등을 제정하거나, 매년 주거실태조사를 실시하는 것 등은 국민의 주거수준 향상을 위한 일련의 제도적인 기반으로 이해할 수 있다.
| 일반 국민 대상의 보편적 주거복지로 전환할 시점
저소득층 거처 해결에서 벗어나
주거 선호와 욕구를 반영하는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 필요
2000년대 들어 절대적인 주택부족 문제가 해결되면서 주택보급률로 대변되던 주택정책 효과는 주거수준 향상을 가늠해 볼 수 있는 다양한 지표들을 통해 평가되어야 할 것이다. 공공임대주택 재고 확대나 최저주거기준 미달가구 수 감소 등으로 정책적 효과가 나타나고 있으나, 국제 비교에서는 여전히 개선의 여지가 있다.
주거복지정책이 최빈층 포함 저소득층 중심의 정책 기조에서 벗어나, 주거 선호와 욕구를 반영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의 개발 등을 필요로 하는 시점이다.
아울러 커뮤니티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비영리단체나 시민단체의 지지를 이끌 수 있다면, 주거복지 프로그램 수행 과정에서 나타나는 일부 님비(NIMBY) 현상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거처 해결이 아니라 풍요롭고 행복한 삶이 영위될 수 있도록 보다 포괄적이고 종합적인 정책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최은희 한국토지주택공사 토지주택연구원 수석연구원
aquarius@lh.or.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