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호 “이런 수업 어때요?”는 일본의 경제 수업 사례를 우리나라의 사정에 맞게 번역하였음을 알려드립니다.
금융은 돈을 과잉 보유한 경제 주체에게서 부족한 경제 주체가 돈을 융통하는 것으로, 미시적(micro) 차원에서 돈을 빌려주거나 갚는 개인금융(personal finance)과 거시적(macro) 차원에서 한 나라의 금융을 다루는 금융정책, 두 가지가 있다.
이 수업은 거시 수준에서의 금융 학습이다. 거시경제에서는 국가의 풍요로움을 국민소득(national income)으로 파악한다. 국민소득을 증대시키고 경기(景氣)를 안정시키는 정책 수단에는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이 있다. 재정정책은 정부가 담당하고, 통화정책은 중앙은행이 담당한다. 거시금융정책은 중앙은행으로 하여금 경기를 조정하거나 경제 성장을 목표로 세상에 돌아다니는 돈의 양(money supply)을 늘리거나 줄이는 정책이다. 그러나 그 정책이 잘되는 것만은 아니다. 본 수업을 통해 만약 필요량 이상으로 돈이 돌거나, 필요량만큼 돈이 돌지 않는 경우 어떻게 되는지 실험을 하면서 확인해 보자.
Ⅰ. 수업 소개
1. 학습 목표
▶ 화폐량과 물가의 관계를 이해할 수 있다.
▶ 화폐량이 증가하면 인플레이션이 된다는 것을 경매를 통해 이해할 수 있다.
▶ 중앙은행이 실시하고 있는 정책이 경매와 동일하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
▶ 거시경제에서의 금융정책 효과를 스스로 생각할 수 있다.
2. 학습 개념: 거시경제, 중앙은행, 통화정책, 화폐의 양(통화량), 물가(인플레이션, 디플레이션)
3. 사전준비: 경매용 소품(지우개, 클리어 파일 등) 2세트, 다량의 모의지폐
4. 수업시간: 1시간, 중 · 고등학생 모두 가능
Ⅱ. 수업 진행

1. 학생들에게 <사진 1>과 <사진 2>를 보여 주며 무엇인지를 묻는다.
tip 학생들이 정답을 말하지 않아도 된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를 생각해 보게 한 후, 학생들에게 질문한다.
2. 학생들을 반으로 나누어 두 개의 그룹으로 편성한 후, 각각 경매를 실시한다.

① 경매를 선언하고 학생들에게 돈을 나누어준다.
※ 2차 경매에서는 나누어주는 돈의 총액은 1차 경매의 2배가 되도록 한다.
② 학생들에게 각자 소지 금액을 확인하도록 한다.
③ 지우개를 보여주고 경매를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④ 점점 가격을 높인다.
⑤ 학생들은 경매물품의 가격이 본인이 생각한 수준과 같으면 의사 표시를 한다.
⑥ 최고 낙찰가를 칠판에 기록하여 둔다.
⑦ 클리어 파일로도 경매를 실시한다.
※ 소득 차이를 실감하기 위해, 각 그룹에 있는 학생들에게 돈을 공평하게 나누어주지 않아도 된다.
3. 두 번의 경매에서 왜 낙찰 가격이 다른지를 학생들에게 생각하게 한다.
tip ‘첫 경매 때 나눠준 돈과 두 번째 경매 때 나눠준 돈의 총액이 다르다.’라는 답변이 나올 때까지 학생들에게 의견을 제시하도록 한다.
4. 돈을 제대로 다루지 않으면 처음 두 사진의 모습처럼 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학습한다. (수업 설명자료 참조)
Ⅲ. 수업의 실제

일본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과 교사를 희망하는 대학생도 본 수업에 참여하였다.
첫 경매에서는 사고 싶다는 의사가 표출되지 않았으나 점차 가격이 상승함에 따라 학생들은 소지한 돈으로 상품을 사고 싶은 생각으로 활기를 띠었다. 두 번째 경매는 학생들이 이미 절차를 알고 가진 돈이 많기 때문에 처음부터 적극적으로 참여하였다.
두 번의 경매 이후 왜 그렇게 되었는가를 생각하게 한다. 고등학교 1학년 정도라면 좀처럼 그 이유를 말하지 못하지만, 대학생 중에서는 첫번째와 두 번째 경매에서 나눠준 돈의 양에 차이가 있었다는 사실을 간파하는 학생이 많았다. 왜 돈이 늘어나는지 혹은 낙찰가가 오르는지를 이론적으로 생각해 보도록 충분한 시간을 주고, 그 이유를 생각하고 설명할 수 있도록 힌트를 주면서 정리하도록 한다.
본 수업은 간단한 장치로 통화량과 물가의 관계를 알아볼 수 있다. 교사들은 경매로 어디까지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을 학생들에게 이해시킬 것인지 수업계획을 분명히 세우고 경매 수업을 실시해 보기를 추천한다.

Ⅳ. 수업 설명자료
1) 화폐량과 물가의 관계
세상에 돌아다니는 돈을 통화량이라고 한다. 통화량과 물가는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데, 그 관계는 다음과 같은 식으로 표현할 수 있다.

이 식은 피셔의 교환방정식이라고도 한다(피셔는 이 방정식을 발견한 20세기 전반 당시에 활약한 미국의 경제학자이다 - 필자 주).
화폐수량설에서는 일반적으로 화폐 유통속도(V)와 매매 횟수(T)는 대부분 안정되어 있다는 것을 전제로 생각한다. 통화량(M)이 증가하면 이에 비례하여 물가(P)도 상승한다. 첫 번째 경매에서 유통시킨 통화의 2배를 세상에 공급하면 물가가 2배가 되지는 않더라도 높아지는 것은 확실하다. 즉, 화폐량과 물가에는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다.
만약 돈을 계속 만들어 내서 사진 속 독일이나 짐바브웨 같은 상황이 되면, 사람들은 돈을 가진 것이 결코 이익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매매 횟수가 비정상적으로 증가한다. 교환방정식으로 보면 매매 횟수나 화폐 유통속도도 상승한다. 그러면 통화량이 증가한 것 이상으로 물가가 상승한다. 이것이 하이퍼인플레이션이다.
2) 그래프로 보는 경매
다음 경매를 수요곡선과 공급곡선으로 생각해 본다.

이자율이 상승하면 화폐를 보유하는 데 따르는 기회비용이 증가하므로 화폐의 수요량이 감소하는 반면, 이자율이 하락하면 화폐 보유에 따르는 기회비용이 감소하므로 화폐 보유가 증가한다. 따라서 화폐수요곡선은 우하향한다.
한 나라의 화폐공급량은 중앙은행이 결정하는 수준에 고정된다. 일단 중앙은행이 화폐공급에 관한 정책을 결정하면 통화량은 시장 이자율에 관계없이 일정하다. 이처럼 통화량은 중앙은행에 의해 고정되기 때문에 화폐공급은 수직선으로 표시된다.
이 그래프에서 세로축은 화폐가치이지만, 화폐시장에서는 이자율이 된다. 화폐공급이 늘면 이자율이 내려가고, 그것이 자극이 되어 경제활동이 활발해질 것이다. 물가는 화폐가치의 역수이기 때문에 화폐가치가 하락하면 물가는 상승한다. 즉, 화폐의 공급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물가가 상승하는 것을 그래프를 통해 이해할 수 있다.
3)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각국 중앙은행(한국에서는 한국은행)은 국가의 유일한 발권은행이다. 중앙은행은 주로 세 가지 수단을 이용해 돈의 양을 조절한다.
[재할인율 정책] 재할인율은 중앙은행이 일반은행에 돈을 빌려줄 때 이자율이다. 이것을 올렸다 내렸다 하여 한 나라의 이자율을 움직이는 것으로 돈의 양을 조절한다(경기를 좋게 한다는 것은 물가 상승을 위해 재할인율을 내린다는 것과 같다. 인플레이션을 방지한다는 것은 물가를 낮출 경우 재할인율을 올린다는 것과 동의어이다).
[공개시장조작] 중앙은행이 정부의 국채나 은행이 가지고 있는 채권을 시장에서 구입하여 돈의 양을 조절한다(경기를 부양하려고 할 때 사들이고, 인플레이션을 막으려고 할 때 되파는 것이다).
[지급준비율(지준율) 조작] 일반은행이 중앙은행에 예금해야 하는 준비예금의 비율을 증가 혹은 감소시켜 세상의 통화량을 조절한다(경기를 부양하려고 할 때 지준율을 낮추고, 인플레이션을 막으려 할 때 지준율을 높인다).
국내 경기의 동향이나 세계경제의 동향을 보면서 신중하게 판단한다. 돈을 세상에 너무 많이 내면 경기는 좋아질 수 있지만 인플레이션에 직면할 것이다. 이를 막으려 돈을 풀어놓지 않으면 불황에서 탈출할 수 없고, 디플레이션이 지속될 것이다.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은 우리의 삶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점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4) 한국 · 미국 · 일본의 금융정책 사례
[한국의 통화정책] 2004년 이주열 한국은행 전 총재는 기자 회견에서 ‘일관성 있고 예측 가능한 통화 정책 운영과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을 언급했으며, ‘한국경제는 수출 비중이 높기 때문에 통화정책도 국내뿐만 아니라 원화의 대외가치(환율)의 동향에도 주의를 기울이면서 금융정책을 실시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미국 FRB의 정책과 출구전략] 2007년 미국에서 리먼 사태가 발생하고 세계경제가 혼란했다. 미국에서는 연방준비이사회(이하 FRB) 의장에 취임한 지 얼마 안 된 버냉키 의장이 대폭적인 금융 완화 정책을 실시했다.
즉, 세상에 돈이 돌도록 지준율을 낮췄다. 또 은행에 예금인출 사태(bank run)가 일어나지 않도록 계속 돈을 은행에 빌려주었다.
그 결과 미국경제의 문제는 일시적인 침체로 끝났다. 세계경제도 회복되었다. 이제 세상에 나돌았던 돈(달러)을 어느 시점에서는 회수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다. 2014년에 취임한 옐런 FRB 의장은 이른바 ‘출구 전략’(달러를 회수하는 정책)을 채택하려고 한다. 그 결과 미국경제 뿐만 아니라 세계경제가 어떻게 될지 주목받고 있다. 경기(물가)와 통화량 간 어려운 균형을 유지하려고 하고 있는 것이 현재 FRB의 입장이다.
[일본의 아베노믹스] 일본에서는 2012년 12월에 취임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에 의해 아베노믹스 정책이 진행되고 있다. 특히 금융에서는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일본은행 총재에 의해 인플레이션 목표정책(2년간 물가를 2% 상승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는 정책)으로 강력한 금융완화가 실시되고 있다. 그 결과, 통화량의 핵심인 본원통화(현금통화 + 중앙은행이 보유한 당좌예금 총액)는 1년간 50% 상승하였다. 요컨대, 경매 실험과 동일한 상황이 일본에서 진행되고 있다. 앞으로 아베노믹스가 어떻게 귀결될 지 한국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아라이 아키라(新井 明) (일)도쿄 도립 고이시카와(小石川) 중등교육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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