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은 인간의 육체적·정신적 제반 활동을 일컫는 것으로, 자본·자연자원과 더불어 기업이 상품과 서비스를 생산하는 데 투입하는 주요 생산요소 중의 하나이다. 가계는 노동을 생산요소 시장에 제공한 대가로 임금을 받는데, 이런 의미에서 노동은 임금 소득의 원천이다.
가계가 제공하는 노동은 자본의 투입, 기술진보와 함께 경제성장의 중요한 요인이기도 하다. 1960년대 이후 30여 년간 지속된 한국의 고도성장은 풍부하고 우수한 노동력으로 인해 가능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최근 심화되고 있는 고령화와 출산율 저하 현상은 우리 경제에 노동의 공급과 관련하여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이에 대한 대책이 절실히 요구된다.
| 노동에 대한 수요·공급에 의해 임금이 결정
노동에 대한 수요와 공급은 생산요소 시장의 하나인 노동시장을 통해 이루어진다. 이때 가계는 노동을 제공하는 공급자이고, 기업은 노동을 구매하는 수요자이다. 노동의 공급은 기본적으로 주어진 24시간 중 잠을 자거나 밥을 먹는 데 사용하는 시간을 뺀 나머지 시간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에 대한 가계의 결정에 달려 있다. 이 나머지 시간을 일하는 시간과 여가를 즐기는 시간으로 나누어 쓸 경우, 각각 임금수준과 여가의 경제적 가치를 서로 비교하는 과정에서 노동의 공급을 결정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일정한 임금 수준까지는 임금이 상승할수록 공급을 늘이고, 그 이후에는 여가의 가치를 크게 보아 노동의 공급을 줄이게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기업에 의해 이루어지는 노동에 대한 수요는 파생수요적 성격을 가진다고 하는데, 이는 노동 수요가 투입되는 상품의 생산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여행 산업의 호황으로 여행사가 여행 가이드에 대한 고용을 늘린다든지, 혹은 제품 판매가 감소한 제조회사가 직원에 대한 고용을 줄이게 되는 것이 그 예이다.
현대의 주류경제학(신고전파 종합)에 따르면 노동의 가격인 임금은 노동시장에서 노동에 대한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는 수준에서 결정된다고 한다. 노동에 대한 수요는 노동을 추가로 고용함으로써 기업이 얻을 수 있는 추가적인 수입(노동의 한계생산가치)에 의해 결정되며, 그 결과 노동시장의 균형 상태에서 가계는 자신이 제공한 추가적인 노동이 만들어낸 추가적인 생산물의 경제적 가치에 해당하는 만큼의 보수를 받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반적인 설명만으로 현실에 존재하는 노동시장의 임금격차와 그에 따른 소득격차를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다음의 사례를 통해 이 문제를 생각해 보자.
| 임금격차가 생기는 이유

숙련노동자가 미숙련노동자에 비해 더 많은 임금을 받는 것은 당연해 보이지만 이를 설명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우리가 익히 아는 수요·공급 원리를 이용하면 그리 어렵지 않게 설명할 수 있다. 우선 숙련노동에 대한 수요와 미숙련노동에 대한 수요를 생각해 보자. 생산요소의 투입에 따른 추가적인 한계생산물 가치의 크기에 따라 수요곡선의 높이가 결정되는데, 숙련노동의 한계생산가치가 미숙련노동에 비해 클 것이므로 노동시장에서 숙련노동에 대한 수요곡선이 미숙련노동의 수요곡선보다 더 위쪽에 위치하는 것은 당연하다.

한편 숙련노동에 대한 공급과 미숙련노동에 대한 공급은 어떠한가? 공급곡선의 높이는 노동의 공급에 따른 최소획득금액을 표시한 것인데, 숙련노동의 경우 미숙련노동에 비해 숙련도를 얻기까지 투자한 훈련비용을 감안하면 그 크기가 클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 경우 숙련노동의 공급곡선은 수요곡선과 마찬가지로 미숙련노동의 공급곡선보다 위에 있게 된다. 그 결과 일반적으로 숙련노동시장에서 결정되는 임금수준은 미숙련노동시장에서 결정되는 임금수준보다 높은 것임을 위의 <그림>을 통해 확인해 볼 수 있다.

미국의 경우 대학 졸업자들이 고등학교 졸업자들보다 2배 정도 높은 소득을 유지한다. 고등교육을 받은 근로자가 부족한 저개발국가에서는 이 격차가 더 크다. 이처럼 교육수준이 높은 사람이 더 높은 임금을 받게 되는 것은 우리가 잘 아는 수요·공급의 원리로도 쉽게 이해가 된다. 채용하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교육수준이 높은 근로자들의 생산성이 높기 때문에 높은 임금을 지불하고자 하며, 노동의 공급자인 근로자의 입장에서는 높은 교육수준에 따른 보상이 있기 때문에 교육비용을 기꺼이 지불하고자 한다. 교육수준에 따른 임금 격차는 투자한 교육비용에 대한 일종의 보상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떤 직업은 쉽고 재미있고 안전한 반면, 어떤 직업은 고되고 지루하며 위험하기까지 하다. 임금이 동일하다면 사람들은 ‘작업 조건이 좋은’ 직업을 더 많이 선택하려 할 것이다. 그 결과 노동 시장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쉽고 재미있고 안전한 직업에 대한 노동공급이 그렇지 않은 직업에 대한 노동의 공급에 비해 많아질 것이고 이에 따라 ‘작업 조건이 좋은’ 직업의 균형 임금 수준은 낮게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 경제학에서는 이처럼 비금전적인 직업속성의 차이를 보상해주기 위한 임금의 차이를 ‘보상적 임금격차’라고 한다. 광부와 같이 고위험군에 속하는 직업이나 야간 근무자들의 임금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도 보상적 임금격차의 좋은 사례이다.

김경모 경상대학교 일반사회교육과 교수
kmkim@g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