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많은 것들을 필요로 한다. 상품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사람을 고용해야 하고, 생산할 수 있는 장소와 공장도 필요하다. 이와 같이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하기 위하여 필요한 요소(투입물)들을 생산요소라고 한다.
산업혁명이 일어나기 이전인 18세기까지는 토지와 노동만을 생산요소로 간주하였지만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자본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졌다. 이에 따라 일반적인 생산요소의 범주에 토지와 노동뿐만 아니라 자본이 포함되었다. 이들 생산요소는 생산요소시장에서 거래되며 기업은 가계로부터 생산요소를 구매하고, 가계는 기업에게 생산요소를 판매한다. 따라서 생산요소의 가격은 기업의 입장에서는 비용이 되지만 가계의 입장에서는 소득의 원천이 된다.
| 자본이란 자본재가 제공하는 자본서비스
자본이라는 용어는 일상적으로 다양한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하나는 생산에 이용되는 기계나 설비, 건물 등과 같은 생산수단을 의미하기도 하고, 다른 하나는 금융시장에서 통용되는 화폐 및 유가증권 등을 의미하기도 한다. 여기서 전자는 실물자본으로서의 자본재(capital goods)를 의미하고, 후자는 화폐자본으로서의 자본(capital)을 의미한다.
그렇지만 일상적으로는 자본재와 자본을 달리 구분하지 않고 통상 자본이라 부르는 경우가 많다. 그 이유는 자본재의 형태나 성격이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공통적으로 화폐단위로 평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화폐자본은 즉시 실물자본으로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제학에서 생산요소로서의 자본이라는 개념은 간단하게 설명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생산요소로서의 자본이란 자본재가 제공하는 자본서비스(capital service)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자본서비스는 자본재로부터 제공되는 것이므로 양자 간에는 밀접한 관련이 있다.
쉽게 이해하기 위해 예를 들면, 우리 실생활에서 매일 먹는 밥은 토지(자연자원)와 노동 그리고 자본(자본재)이 결합되어 만들어지는 것이다. 쌀과 물은 토지, 사람의 노력은 노동, 전기밥솥은 자본(자본재)이다. 그리고 밥을 짓기 위해 전기밥솥에 쌀을 씻고, 쌀과 물을 함께 넣은 뒤 밥이 될 때까지 전기밥솥이 행하는 모든 과정(예: 취사 및 보온 등의 기능)이 자본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자본재는 일반적으로 다른 재화와 마찬가지로 자본재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에 의해 가격과 수급량이 결정되지만 자본서비스는 생산요소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에 의해 가격과 수급량이 결정된다.
한편 생산과정에 자본을 투입한다는 것은 기계나 설비, 건물 등 자본재를 구입하거나 임대하여 사용한다는 것을의미한다. 이와 같이 자본재를 구입하는 것을 투자라고 하고 투자함으로 인해 자본이 축적된다. 따라서 자본재의 크기(양)는 일정시점을 명시해야 그 의미가 명확해지는 저량(stock)의 개념이다.
그런데 실제로 생산과정에 직접 투입되는 것은 자본재 그 자체가 아니라 자본재가 제공하는 자본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자본서비스의 투입은 일정기간을 명시해야 측정이 가능한 유량(flow)의 개념이다.
| 자본은 화폐단위로 평가한 금액
이제 어떤 기업이 생산과정에 자본설비를 투입하는 경우를 상정해 보자. 우선 이 기업은 생산과정에 소요되는 자본, 즉 화폐단위로 평가한 금액이 얼마인지를 결정할 것이다. 다음으로 기업은 이 생산과정에 어떤 종류의 자본재가 얼마나 필요한지를 파악할 것이다. 그래서 자금조달에 따른 기회비용과 자본재를 이용해 얻을 수 있는 수익을 비교하여, 이것을 구입하거나 임대하기 위한 자금의 규모를 결정할 것이다. 이와 같이 자금의 규모를 결정한다는 것은 자본재에 대한 투자 규모의 결정, 즉 생산과정에 투입하고자 하는 자본서비스 규모의 결정을 의미한다.
기업이 생산과정에 자본설비를 투입하는 방법으로는 일반적으로 자본재를 직접 구입하는 방법과 자본재를 임대하는 방법이 있다. 예를 들어 자본서비스의 가격(자본재의 임대료)이 하락하게 되면 다음과 같은 두 가지 경로를 통하여 기업은 생산과정에 자본재에 대한 수요량이 증가한다. 하나는 새로운 자본재의 추가 구입, 다른 하나는 자본재 임대시장에서의 자본서비스 추가 구입이다.
생산요소로서의 자본은 기본적으로 미래의 더 큰 소비를 위하여 현재의 소비를 희생하는 것을 의미한다. 미래에 예상되는 수익을 위하여 현재의 소비를 희생한다는 것은투자 행위, 즉 자본축적 행위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 자본재 수익은 장기간 발생
일반적으로 자본재에 투자함으로써 얻게 되는 수익은 한 번 발생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오랜 기간에 걸쳐 계속 발생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미래의 일정기간에 걸친 수익의 흐름을 고려하여 기업은 이윤극대화를 위한 투자 규모를 결정한다. 즉, 미래에 예상되는 수익을 할인하여 현재가치로 환산한 후 투자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자본서비스의 투입도 이윤극대화 조건인 자본서비스의 가격과 자본서비스의 한계생산가치가 일치하는 수준에서 그 크기가 결정된다.
자본재에 대한 투자 결정이나 자본서비스의 투입 결정은 모두 이자율과 밀접하게 관련성이 있다. 자본서비스의 가격, 즉 자본재의 단위시간당 기회비용을 결정하는 요소로는 자본재의 가격, 감가상각률 그리고 이자율이 있다. 그러나 이 중에서 감가상각률은 외생적으로 고정되어 있고, 자본재의 가격 또한 일정 수준으로 주어져 있다고 가정하면 이자율이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된다. 이러한 의미에서 이자율이 결정되는 시장이 자본시장이다.
자본시장은 노동시장보다 복잡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그 이유는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자본이라는 용어가 일상적으로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현실 경제에서 자본시장이라고 하면 자본재나 자본설비가 거래되는 장소보다는 이것을 구입하거나 임대하기 위한 자금 및 기업의 운영자금 등이 거래되는 장소를 의미한다.
이기성 건국대학교 경제학과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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