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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경제교육(종간)
양적완화와 사전적 정책방향 제시
이수지 한국은행 통화연구팀 조사역 2014.05.30

중앙은행인 한국은행(금융통화위원회)은 금융시장에서 돈을 빌리거나 빌려줄 때 적용되는 시중금리의 기준이 되는 정책금리인 기준금리를 매월 결정해 발표한다. 중앙은행이 정책금리를 낮추면 시중금리가 떨어져 기업들은 보다 낮은 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어 투자와 생산을 늘리고, 개인들도 저축보다는 소비를 늘리게 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기가 위축되자 우리나라를 비롯한 대부분의 중앙은행들은 정책금리를 큰 폭으로 인하했다. 특히, 미국 등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들은 정책금리를 사실상 0%에 가깝게 낮추는 제로금리정책을 실시했다. 제로금리정책은 일본은행이 2001∼2006년 중 저성장 및 디플레이션 극복을 위해 처음 도입했다. 금융위기 이후에는 미국 등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들이 확장적 통화정책의 일환으로 제로금리정책을 적극 활용하였다.


| 제로금리에도 침체된 경기가 개선되지 못해
양적완화와 사전적 정책방향 제시 등
비전통적 통화정책 수단 도입

그러나 중앙은행이 정책금리를 제로 또는 제로에 가깝게 인하해도 침체된 경제가 쉽사리 개선되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들은 양적완화(quantitative easing), 사전적 정책방향 제시(forward guidance) 등 비전통적 통화정책수단을 도입해 대응하고 있다.

양적완화란 제로수준에 도달한 정책금리를 더 이상 낮출 수 없는 상황에서 중앙은행이 국채, 회사채 등 금융자산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시중에 유동성을 추가로 공급하는 정책으로, 중장기 시장금리의 하락을 유도하는 효과가 있다. 또한 양적완화를 통해 중앙은행이 완화적 통화정책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적극적인 의지를 시장에 전달하면 경제주체들의 기대 인플레이션이 상승하여 실질금리가 낮아지고 투자와 소비를 활성화시킬 수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Federal Reserve Board of Governors)는 금융위기 이후 3차례에 걸쳐 국채 등을 직접 매입하는 양적완화를 실시했다. 유럽중앙은행(ECB: European Central Bank)도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재정위기를 겪는 유로존 국가의 국채를 매입했고, 이후 유로존 전체에 포괄적인 유동성을 공급하는 무제한 국채매입을 도입했다. 일본은행 또한 금융위기 이후 매입대상이 되는 자산을 다양화하고 매입 한도를 증액하는 다양한 정책을 시행했으며, 지난해 4월부터는 국채매입 등을 통해 매년 60∼70조 엔의 본원통화를 확대하는 양적완화 조치를 시행했다.

사전적 정책방향 제시는 향후 통화정책 방향에 대한 명시적인 신호를 전달하는 통화정책 커뮤니케이션 방식으로서 중앙은행의 통화정책방향에 대한 불확실성을 줄여 정책 효율성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예를 들어, 2012년 12월 FRB는 ‘실업률이 6.5%를 상회하고 향후 1~2년 후의 물가상승률 전망이 2.5% 이내를 유지하며 장기기대인플레이션이 적절한 수준에서 안정될 경우, 현재의 정책금리 수준을 유지할 전망’이라고 발표해 특정 경제지표가 조건을 충족하는 한 기존의 통화정책을 유지할 것임을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중앙은행의 사전적 정책방향 제시가 효과적일 경우 가계, 기업 등에 정책의도를 명확히 전달함으로써 통화정책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 경제 내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다. 또한, 향후 정책금리 및 물가 등에 대한 경제주체들의 기대를 중앙은행이 의도하는 방향으로 유도함으로써 실질금리를 낮추고 수요를 늘리는 파급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사전적 정책방향 제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들을 중심으로 활용되고 있다. FRB는 완화적 통화정책을 강화하고자 2008년부터 사전적 정책방향 제시를 본격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고, ECB와 영란은행도 2013년 중 사전적 정책방향 제시를 도입하여 경제상황에 대한 견해 및 통화정책 의도를 명확히 제시하고 있다.



| 미국을 중심으로 출구전략 논의가 제기
비전통적 통화정책 축소, 정책금리 정상화

이 같은 비전통적 통화정책수단이 금융안정 및 경기침체 완화에 기여한 것은 사실이지만 실물경제 회복 속도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거나 비전통적 통화정책수단의 운용으로 늘어난 글로벌 유동성이 국제 유가 및 원자재가 상승, 신흥국 자본시장의 변동성 확대를 유발했다는 부정적 측면이 부각되기도 하였다.

아울러 향후 경기회복 과정에서 시중에 과도하게 공급된 유동성이 자산가격 버블, 기대인플레이션 상승과 같은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도 잠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완만한 경기회복세를 보이는 미국을 중심으로 비전통적 통화정책을 축소하고 정책금리를 정상화하는 출구전략(exit strategy)에 관한 논의가 제기되고 있다. 다만 경기회복이 미약한 상황에서 출구전략을 서두를 경우 금융시장 불안이 재연되고 경기회복세가 꺾일 수 있으며 이러한 충격이 다시 신흥시장국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최근 전 세계 언론이 FRB의 정책결정(FOMC 성명서) 발표 시 자산매입규모 축소, 즉 테이퍼링(tapering)에 변화가 없는지, 최초 금리 인상은 언제쯤 시작될지 등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하겠다.


이수지 한국은행 통화연구팀 조사역
sjsj@bok.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