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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경제교육(종간)
생활체육처럼 재난교육을 실시하자
노인호 영남일보 사회부 기자 2014.07.01

2014 4 16일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두 달 가량이 지난 6 10일 광주지법에서 열린 승무원에 대한 첫 재판. 확인된 사건 개요를 보면 세월호는 이날 오전 8 48분 전남 진도군 병풍도 북쪽 3㎞ 해상에서 침몰했다. 선장 등은 승객들에 대해 구조조치를 하지 않은 채 먼저 탈출했고, 이날 현재 292명이 숨지고, 152명이 다쳤다. 세월호 참사로 입은 객관적인 피해 정도다. 하지만 수치로 환산할 수 없는 피해는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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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전 국민이 재난의 초급 전문가가 되는 게
가장 효과적이고 현실적인 방법

이날 이후 대한민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잔인한 나라가 됐고, 이는 각종 언론매체를 통해 전 세계인에게 확인되었다. 사고 이후 생중계 된 구조방송은 결국 정부가 단 한명도 구해내지 못하면서 사람이 죽어가는 상황을 생중계하는 꼴이 되어버렸다.

사고 이후 우리를 가장 혼란스럽게 만든 것은 전문가들의가만히 있으라라는 응급상황 대처였다. 기본과 원칙이 흔들려 버린 것이다. 전문가들의 말을 듣지 않을 경우 사회 전체의 기준이 사라져 혼란이 불가피하고, 그렇다고 이런 일을 겪고도 전문가의 말을 무조건 믿으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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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재난을 당하면 가장 직접적인 피해를 보는 사람이 피해 당사자인데 자기 목숨을 전문가에게만 맡기고 있다. 그런 만큼 전 국민이 재난의 초급 전문가가 되는 게 피해를 줄이는 가장 효과적이고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조언한다. 국가대표를 육성하는 엘리트 체육이 아니라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생활체육 형태로 재난교육을 시행하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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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또 재난의 형태와 발생 시기는 누구도 예상할 수 없지만, 가장 먼저 그 문제에 직면하는 것은 본인인 만큼 재난의 초급 전문가가 된다면 초동대처에 직접 나설 수 있고, 초동대처만 제대로 되면 대형 참사는 어느 정도 막을 수 있고, 본인의 피해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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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으로부터 자신의 안전을 스스로 지키라는 무책임한 말처럼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전문가의 구조를 받기 전까지 자신이 구조받을 수 있는 상태를 최상으로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고, 어릴 때부터 체계적인 체험교육을 통해 몸이 익힐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국가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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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 형태로 진행하는 선진국의 안전교육

‘Stop, Drop and Roll’
유치원생을 위한 동요로 익히는 행동요령

이미 선진국에서는 이런 체험형 재난 안전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선진국의 안전교육은 실제와 같은 체험을 바탕으로 쉽게 익힐 수 있게놀이형태로 진행한다. 거기다 실전에 사용할 수 있도록 사전 각본에 따른 게 아니라 불시에 진행하고, 몸이 기억하도록 반복 학습시킨다.

최영상 대구보건대 소방안전관리과 교수는국내 일부 유치원의 경우 소화기 작동법 체험 교육을 한다. 하지만 미국화재안전협회(NFPA)는 불이 나면 피하는 법부터, 또 옷에 불이 붙을 경우 ‘Stop, Drop, And Roll(멈추어 서서, 털고, 뒹구세요)’, ‘Crow Low Under Smoke(연기 아래로 낮게 기세요)’ 등의 행동요령을 동요로 만들어 익히게 한다.”라면서 유치원생은 불이 나면 꺼야 하는 존재가 아니라 가장 먼저 피해야 하는 존재인 만큼 그에 맞는 방법을 가르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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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년경 미국 뉴햄프셔의 고등학교에 다녔던 김영준(26)씨는 매 학기 예고된 훈련 이외에 한 번 이상 비상 재난 훈련을 받았다. 또 겨울에는 눈이 많이 내릴 때를 대비하는 훈련 등도 받았다. 김 씨는훈련 시간을 알려줄 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또 훈련 후에는 피난 시간, 피난 구간 등에 대해 다시 한 번 점검해준다.”라면서 실제로 교육비가 비싼 사립학교일수록 이런 재난 대비 교육을 더 많이 진행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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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상황에서 적용 가능한 대응훈련 필요

지난해 안전한국훈련 중 현장 훈련은 20%에 그쳐
보건교사 배치 학교의 보건교육도 해마다 감소해

2013
11월 한국정책학회가 소방방재청 의뢰로 낸 「안전한국훈련 인지도 제고 및 종합발전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진행된 안전한국훈련(497) 중 워크숍, 세미나 등 토론기반훈련은 402회로 80%를 차지했지만, 현장에 직접 출동해 진행한 실행기반훈련은 95회로 20%에 그쳤다. 한국정책학회는 해당 보고서를 통해 실제 재난 발생에 적용 가능한 대응 프로그램이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도종환 의원과 전국 보건교사 모임인 보건교육포럼이 지난해 국정감사 자료 ‘2010~2013년 보건교사 배치율 및 보건교육 실시율을 공동 분석한 결과, 보건교사가 배치된 학교의 보건교육 실시율은 2010 73.6%, 2011 67.6%, 2012 64.7%, 2013 49.1%로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 또 대구지역 한 중학교 교사는보통 시범을 보여주거나 동영상을 보여주는 게 대부분이다. 학생 모두가 체험하는 건 시간상 불가능하다.”라고 귀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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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환 전 소방방재청장은재난관련 체험을 해본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엄청난 차이가 난다. 소화기나 완강기 사용법 등은 아주 단순하지만, 응급상황에는 극도로 긴장한 상태여서 설명서만 보고 바로 사용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라면서 체험의 중요성은 실제 재난이 닥쳐봐야 확인되지만, 그때는 너무 늦지 않느냐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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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는 2015년도 재난의료 관련 예산을 208억 원으로 2014(22억 원)보다 9.5배 늘렸다. 그 안에는 심폐소생술 교육지원(19억 원 증액), 닥터헬기 운영지원(현행 4→6, 31억 원 증액) 등이 포함돼 있다. 생명을 더 살리기 위해 수백억 원을 더 늘렸지만, 이미 숨진 200여 명 중 단 한 명도 살리지 못했다. 이들이 숨지기 전 기존에 진행하던 재난 교육만 제대로 했어도 어쩌면 돈 한 푼 더 들이지 않고 이 모든 생명을 살렸을지도 모른다. 새로운 제도를 만들게 아니라 기존에 있는 교육만이라도 제대로 하는 게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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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호
영남일보 사회부 기자
sun@yeongn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