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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경제교육(종간)
체험으로 배우는 경제교육: 복정고 교육경제공동체 사회적 협동조합
취재 · 정리 | 이지은 · 안선경 2014.07.01

경기도 성남시에 위치한 복정고등학교에는 조금 특별한 매점이 있다. 정식 명칭은 복정고 교육경제공동체 사회적 협동조합으로, 학교 매점복스쿱스(Bok's Coops)’가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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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 스스로 꾸려가는 사업체, 학교 매점복스쿱스


협동조합으로 운영되다 보니 이 학교 학생들은 매점의 고객인 동시에 주인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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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에 대해서는 모두 한마디 할 수 있게 됐다는 학생이사 3인에게 조합의 활동이 본인들에게 어떤 의미인지 물어보았다. 박선하(3학년) 양은사회복지학에 관심이 많은데, 협동조합에 대해 알면 알수록 사회복지와 연결되는 부분이 많은 것 같다.”라며 자신의 진로와도 관계된 일이라고 말한다. 협동조합에 대해 거의 모르고 친구의 권유로 들어왔다는 김상휘(2학년) 군은공동체의 가치 등을 배울 수 있어 좋지만 시간을 많이 할애해야 해서 많이 활동하지는 못한다.”라고 아쉬움을 표했지만, 매점 이름을 짓는 데는 한몫했다고 덧붙였다. 홍보마케팅학과에 가고 싶다는 신호준(2학년) 군은 매점이 생기는 것 자체에 반응한 케이스. 현재 교육분과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데, 여기서의 활동이 자기계발에도 도움이 되고 학교에도 기여할 수 있어 만족스럽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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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에 대한 막연한 관심만 갖고 있다가 작년 2월 학교 협동조합을 설립할 시범학교를 모집한다는 성남시의 공고를 우연히 접했다.” 강연수 선생님은 처음부터 사회참여나 사회공헌같이 훌륭한(?) 명분으로 시작한 게 아니라고 한다. 학교 주변에 슈퍼나 편의점이 없고 학교 내 매점이 필요하던 참에 성남시의 공고를 보고 협동조합 방식을 떠올리게 됐단다. 지금은 매점이 주요 사업체이지만, 사업 영역을 확대하는 차원에서 교복과 체육복의 공동구매를 진행했고 현재는 EBS 교재까지도 공동구매를 진행 중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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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협동조합,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하다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한다는 설립 취지에 맞게 이 학교 매점의 취급 물품은 모두 친환경이다. 지역 생협과 연계하여 과자와 빵류 등 친환경 먹거리를 판매한다. 그러다 보니 가격이 비싸지는 문제가 발생하였다. “배부르면 됐지 굳이 비싼 과자를 먹어야 하느냐는 친구들을 설득하는 데 애를 먹었다. 불매운동 얘기까지 나왔으니까.” 신호준 군은 역시 시작이 평탄하지는 않았음을 전했다. 우리 사회가 친환경이나 유기농에 대한 의식이 아직은 미약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포기할 수 없었던 조합원들은 홍보팀을 꾸려 매 수업 시작 전 교실을 돌며 취지를 설명하고 협조를 구하는 일을 수행했다고 한다.

이러한 노력들이 결실을 거둔 것일까? 조합 설립부터 함께 했던 박선하 양은이제는 밖에서 파는 과자는 못 먹겠다.”라는 친구들의 얘기를 들을 때 흐뭇하다며, 최근 열린 이사회에서 다룬 안건 하나를 전해줬다. 빙과류를 매점에 들일지 말지 결정하는 사안이었는데, 빙과류까지 친환경을 고집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의견들이 지배적이었다가 결국 자신들의 의견이 받아들여져 현재 친환경 빙과류가 매점에 들어와 있다는 것. 학교 매점이 언론에 많이 공개되면서 자부심과 애교심이 생긴 것도 아이들의 변화에 영향을 미쳤을 거라는 말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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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학부모·교사가 각자 잘할 수 있는 분야에 특화해 운영


일반인에게도 법인이나 조합 설립 등기 등 행정 처리는 복잡하기만 한데, 아직 미성년자인 학생의 신분으로 이런 일들이 힘들진 않았을까? 학생, 학부모, 교사들이 조합원으로 대등하게 참여하고 있지만 행정 처리는 학부모나 교사들이 주로 맡았고 학생조합원들은 학생들을 교육하고 홍보하는 일을 맡는다고 한다. 누가 지시하지 않아도 각자가 자신의 위치에서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에서 특화가 자연스레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조합에 벤치마킹팀, 교육팀, 홍보팀, 공간기획팀 등 4개의 학생분과위원회가 구성되어 각자가 자신들의 특화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데서도 잘 드러난다. 분과위원회 회의는 한 달에 한 번 정례적으로 열리는데, 매 회의마다 최소 1시간 이상이 소요되지만 학교 내 다른 활동들에 비해 훨씬 위원들의 참여와 집중도가 높다고 한다. 매점 앞에는 문화와 소통의 공간으로福德房(복덕방)’이라는 이름을 가진 북카페가 꾸며져 있다. 공간기획분과의 작품이라 하니 학교 곳곳에 이들의 손이 거쳐 가지 않은 곳이 없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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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생 주도로 꾸려갈 수 있는 현실적 사업 영역 구축이 관건


언론에서 여러 차례 다뤄진 탓인지 타 지역의 학교에서도 많이 배우러 온다고 하는데, 경기도 5개 학교에서 시범사업으로 시작되었던 학교 협동조합이 본교와 고양 덕이고를 제외하고는 모두 중단된 상태라고 한다. 강 교사는욕심 내지 않고 학생들이 주가 되어 활동할 수 있는 현실적 목표를 설정하고 사업 영역을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라고 조언한다.

 


올해 3월 정기총회를 통해 결산보고를 해보니, 역시 가장 큰 문제는 수익이었다. 이윤은 고사하고 매점 매니저의 인건비 지급도 빠듯하여 지역 생협에서 거의 자원봉사 차원에서 적은 임금으로 봉사하고 있다고 한다. 2013년 창립을 준비할 당시에는 교육과정과의 연계를 고려하여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계획하기도 했으나 창립 첫 해에는 조합의 모양새를 갖추는 데 치중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수익이 안정적이어야 사업 영역을 확장하거나 다른 활동 계획을 세울 수 있을 텐데, 올해에는 성남시의 지원도 끝나 조합 스스로 자생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다행히도 최근 기획재정부의 협동조합 모델 발굴 지원 사업에 선정되었다고 하니 다소 안심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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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올바른 가치 기준은 무엇인지, 어려운 문제에 부딪쳤을 때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 학교 수업으로 100% 채워지지 않은 이러한 질문들에 대해 복정고등학교 학생조합원들은 소중한 체험을 통해 스스로 깨쳐 가면서 살아있는 교육을 실천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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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 정리 | 이지은 · 안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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