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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경제교육(종간)
시장 · 사회적 현상을 고려한 임금의 결정
이장원 한국노동연구원 임금직무센터 소장 2014.07.31

임금은 노동시장에서 노동력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임금을 받으려는 근로자들과 이들을 고용해서 상품과 서비스를 만들어 내는 사용자들 간의 수요와 공급이 만나는 지점에서 가격이 형성되는 것이 원칙이다. 즉 일할 사람들이 많아지거나 실업자가 많아지면 임금은 내리고 반대로 일할 사람을 구하기 어려우면 임금은 오른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 노동시장이 일반적인 경쟁원칙을 따를 때 일어난다. 이를 두고 신고전파 경제학에서는 경쟁 노동시장에서 동일한 일에 대해서 유사한 인적자본을 가진 노동자는 유사한 보상을 받아야 한다고 본다. 인적자본의 차이, 즉 경력 · 학력 · 근속 등에서 나오는 생산성 차이는 합리적인 임금격차를 낳는 것으로 이해된다. 그런데 이는 사실 노조가 지지하는 공정성 원칙에 입각한 전통적 기준인 동일가치 노동에 대한 동일임금의 원칙과도 상통한다. 시장에 차별이 없고 왜곡이 없는 것이 공정성의 출발이라고 할 수 있고, 시장분배구조에서 너무 격차가 벌어지지 않도록 조정하는 것이 공정성의 또 다른 측면이라고 할 수 있다.


| 처우는 노동의 성격(직무나 직능) 뿐만 아니라 기업의 수익성, 노조 교섭력 등에도 영향 받아

그런데 한국의 노동시장은 기회의 차별, 고용조건의 차별, 성과분배상의 격차가 너무 심하다는 것이 문제이다. 노동시장에서 이중적 구조와 배제와 차별이 강하게 작동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노동의 처우는 노동의 성격(직무나 직능)만을 반영하기보다는 기업의 수익성, 노조 교섭력, 전문직능집단의 로비력 등에 지대한 영향을 받는다.

2012년도 귀속분 국세청 소득 자료 분석 결과, 연봉 1억 원 이상 고액연봉 근로자는 지난 2008년 19만여 명에서 2012년 41만여 명으로 4년 만에 두 배 이상 증가했지만, 연봉 3천만 원 미만의 저임금근로자는 같은 기간 40만 명이 증가해서 일천만 명을 돌파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특히 대기업 및 공공부문에 속한 내부자와 하청 기업 및 중소기업에 속하는 대다수 외부자 간에 불평등도가 심한 분절적 노동시장의 특성이 강하다. 그래서 고용안정성 격차나 임금불평등도에서 한국은 분절적 노동시장의 특징을 뚜렷이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외부노동시장 근로자들은 단지 임금보상조건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임금근로자로서 기본적인 사회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비공식 고용의 문제가 더해지고 있다. 그 결과 실제 임금격차는 우리노동시장에서 상당한데, 가장 중요한 특징은 기업규모 간의 임금격차라고 할 수 있다. 「사업체노동력조사」의 상용근로자 기업 규모 간 임금격차는, 300인 이상 사업체를 100으로 놓고 대비해 보면 10인 미만은 절반 수준인 52%에 그치고 있다. IMF 경제위기를 거친 후 더 악화되었다가 최근에 조금 격차가 줄어든 모양을 보이고 있다.

한편 2013년 9월에 한국노동연구원 임금직무센터는 근로자 1,000명에 대해 임금의식조사를 실시했는데 여기서 근로자간 임금격차에 대해 ‘심각하다’(매우 심각함 36.9% + 심각함 47.9%)는 응답이 84.8%로 ‘심각하지 않다’(전혀 심각하지 않음 0.4%+심각하지 않음 2.9%)의 3.3%보다 높게 나타났다.

한편 근로자 간 임금격차의 심각성에 대해 연령별로는 40∼50대(82.1점)가 20~30대(76.9점), 기업규모별로는 중소기업(80.5점)이 대기업(76.5점), 고용형태별로는 비정규직(81.5점)이 정규직(78.8점)보다 높게 나타났다.

 


| 연대임금정책, 저임금 근로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
  최저임금은 ‘생산’에서 ‘생활’로 논의의 초점이 옮겨져

임금격차를 줄이는 가장 직접적인 정책으로는 연대임금정책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는 정부만이 아닌 노사가 다 참여하거나 추동할 수 있는 정책이다. 물론 노사정이 같이 참여해야 효과가 극대화될 것이다. 과거 이런 경험을 가진 대표적인 국가는 스웨덴이다. 스웨덴 연대임금정책은 두 가지의 원칙에 근거하였다. 하나는 동일가치 노동에 대한 동일임금 원칙이고, 다른 하나는 고임금층과 저임금층 간의 임금격차를 줄이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생산성이 떨어지는 기업들의 구조조정을 통한 거시경제적 효과까지 낳는다.

연대임금정책은 제2차 세계대전 이전에 근로자들의 임금인상, 저임금 근로자 임금수준 개선, 남녀 임금격차 개선을 위한 노조의 다양한 요구사항 중 하나로써 제기되었다. 내용상으로 동일노동 · 동일임금을 요구하는 것이지만 구체적으로 보면 직능별 동일임금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 규모와 산업에 따라 발생하고 있는 저임금근로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었다.

저임금 근로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요하게 운영되는 것이 최저임금제도이다. 법정 최저임금을 정하고 이를 모든 사용자들이 준수할 것을 강제하는 것인데 최저임금은 근로자의 생계비, 유사근로자의 임금, 노동생산성 및 소득분배율 등을 고려하여 결정한다.

최근 최저임금 관련 논쟁에서 찾아볼 수 있는 또 다른 특징은 노동력의 최소 재생산 관점이 아닌 생활할 수 있는 임금소득의 관점으로 쟁점이 이동 중이라는 점이다. 생활임금의 개념 및 결정방식 그리고 적용방안 등에서 여전히 모호하지만 일단 생활임금이란 ‘노동자와 그 가족에게 양질의 생활을 보장할 수 있는 임금’으로 정의할 수 있으며 최저임금보다는 높은 수준의 임금을 의미한다.

이미 지자체들에서 최저임금 수준보다 높은 공공부문의 생활임금제도가 시행되거나 준비 중인 것도 중요한 영향을 주고 있다. 특히 예전부터 사용해온 단신근로자의 생계비 기준보다는 독립적인 고령자들의 노동시장 장기체류를 위해서는 생활을 같이하는 단위로서의 가구나 세대의 주요 임금소득 수준이 중요해지고 있어 생활임금적 요소 또한 최저임금 결정 시 점점 부각되고 있다.

 

임금은 또 노사 간의 교섭에 의해 집단적인 협약임금으로 정해지기도 한다. 특히 기업별로 노사가 자율적 교섭을 하지 않고 산업별, 업종별로 단체교섭을 통해 해당 업종의 시장임금을 정한다. 대표적인 나라가 독일이다. 독일 산업별 단체협약의 임금구성은 임금등급에 따른 기본급과 성과급 및 업무수행에 따른 부담 정도에 따른 추가수당이 지급되는 형태가 일반적이다. 예컨대 독일 금속산업에서 위의 <표>와 같이 각 평가요소에 대해 각 근로자를 평가하여 점수를 합산하고 정해진 점수에 대해 임금등급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결론적으로 임금은 노동시장에서 수요와 공급 간의 경쟁적 원리에 입각해서 결정되는 것이 원칙이지만, 저임금근로자를 줄이기 위한 최저임금제도나 근로자 생활보호를 위한 생활임금제도에 의해 법 · 제도적으로 임금수준이 조정되기도 한다. 보다 자율적인 차원에서 노사가 업종별, 산업별로 공동의 임금수준을 결정해 주는 집단적인 협약임금이나 연대임금 제도가 활성화된 나라도 많다.

이런 법 · 제도적 임금제도들은 노동시장에서 독과점적 지위를 이용한 임금수준 상승으로 지나치게 임금격차가 확대되어 노동시장 참여자간 갈등을 유발하거나, 시장에서 제시하는 임금만 가지고서는 생활이나 생계가 어려워 결과적으로 생산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건강하고 유능한 인력들을 노동시장 밖으로 퇴출시키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한 시장보완장치라고 할 수 있다.


이장원 한국노동연구원 임금직무센터 소장
cwlee@kl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