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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경제교육(종간)
탄소배출권 가격의 결정
손동영 한국SR전략연구소 소장 · 배재대학교 정치언론안보학과 겸임교수 2014.07.31

내년부터 우리나라에서도 ‘탄소배출권’을 사고팔 수 있게 된다. 주식을 매매하는 한국거래소(KRX)에서 탄소배출권 상품도 거래를 시작한다.

그러나 그 전에 탄소배출권이 무엇인지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가 발 딛고 있는 지구의 미래를 고민해봐야 한다. 석탄, 석유를 에너지원으로 산업혁명을 일으킨 대가는 기후변화(Climate Change)로 이어졌고, 그 여파로 지구 전체가 몸살을 앓고 있다.


| 탄소배출권은 지구온난화를 유발하는 이산화탄소의 배출권리

탄소배출권은 바로 이런 우리 현실에서 탄생했다. 기후변화협약(UNFCCC: United Nations Framework Convention on Climate Change)이 출발점이다. 지난 1988년 극심한 가뭄이 미국 전역을 휩쓸자 ‘지구온난화’라는 용어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해 유엔환경계획(UNEP)과 세계기상기구(WMO)가 공동으로 국제과학자그룹인 IPCC를 설립했다. 지구온난화에 대응하는 범지구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됐다. 마침내 UN 주도로 1992년 6월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환경회의에서 채택된 것이 바로 기후변화협약이다. 우리나라는 1993년 12월 47번째 가입국이 됐다.

1997년 12월 일본 교토에서 제3차 당사국총회가 열렸고 이산화탄소 · 메탄 · 아산화질소 · 수소불화탄소 · 과불화탄소 · 육불화황 등 6가지 온실가스의 배출 감축목표를 담은 ‘교토의정서’(Kyoto Protocol)가 채택됐다. 미국의 비준거부로 우여곡절을 겪은 교토의정서는 유럽 탄소배출권시장(EU-ETS: EU-Emission Trading Scheme) 시범기간(2005~2007년)을 거쳐 2008년 공식 출범했다. 지구온난화 문제를 논의한 지 20년 만의 일이다.

탄소배출권은 지구온난화를 유발하는 온실가스의 일종인 이산화탄소를 배출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각국 정부는 기업들에게 일정한 기준에 따라 탄소배출권을 나눠주는데, 당연히 지금 기업의 탄소배출량보다 훨씬 적다. 정해진 기간 동안 이 배출권보다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한 기업에게는 정부가 과징금을 부과한다. 이들은 배출권보다 온실가스를 적게 배출한 기업이나 숲을 조성하는 등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한 기업들로부터 돈을 주고 이 권리를 사서 채워 넣어야만 과징금을 피할 수 있다. 배출권 거래제도는 매년 의무적으로 줄여야 하는 배출한도를 제시하고 있다. 기업들로서는 장기계획에 따라 탄소배출 감축목표를 세우고 실행할 필요가 생겼다. 저탄소 공장과 시설에 투자할 경우 경제적 인센티브를 확실히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세계 최초로 시작된 EU-ETS는 2005~2007년까지 1기, 2008~2012년까지 2기를 거쳐 현재 3기에 접어들었다. 유럽연합은 발전소와 주요산업의 온실가스 감소를 목적으로 이 제도를 도입했는데 그동안의 시행착오를 전 세계가 지켜보면 더 나은 거래시스템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 시장원리로 작동되는 탄소배출권의 가격결정 영향 요인

탄소배출권은 시장에서 거래된다. 당연히 시장원리가 작동해 탄소배출권의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이 결정된다. 우선 공급측면을 보자. 대표적인 공급요인으로는 배출권의 할당규모, 청정개발체제(CDM)나 공동이행제도(JI) 사업을 통해 기업들이 얻게 되는 배출권(각각 CERs와 ERUs로 불린다) 등이 있다. 특히 CDM이나 JI사업은 유엔의 환경정책 수준에 따라 결정된다. 제도적 변화가 공급규모에 영향을 끼치는 변수인 셈이다. 배출전망치(BAU, Business As Usual), 즉 현 시점에서 전망한 목표연도의 탄소배출량도 수급을 결정짓는 주요 요인이다. GDP · 인구 · 유가 · 산업구조 등 전제조건에 따라 전망치가 달라질 수 있다. 온실가스 감축정책의 현 추세가 미래에도 지속된다는 가정에서 산정한다. BAU의 수준에 따라 기업들에 할당되는 탄소배출권의 규모가 달라져 탄소배출권 거래시장의 수급을 좌우하게 된다.

시장에서 탄소배출권의 가격을 결정하는 실질적 요인은 수요측면이다. 대표적인 것이 경제성장률이다. 유럽 탄소 배출권 시장에서는 이미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때 그 위력을 실감했다. 미국 월가에서 시작된 금융위기로 전 세계가 경기침체에 빠지자 기업들의 공장가동률이 급격히 떨어졌고, 그 여파로 에너지 소비가 줄어들었다. 이는 곧 전력생산 감소를 의미했다. 전력생산용 석탄 · 석유 등 화석연료 사용이 줄어 탄소배출 감소로 이어졌다. 탄소배출이 줄어들면, 기업이 보유한 탄소배출권이 남아돌게 되고 결국 이를 시장에 내다팔 요인이 생긴다. 공급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탄소배출권 가격은 하락을 피할 수 없다.

반대로 경기회복세가 본격화할 경우 화석연료를 비롯한 에너지의 소비가 급증하는데, 이는 다양한 온실가스 배출 증가로 이어져 탄소배출권의 가격도 오르게 된다.

지구온난화로 기후변화가 극심해지면서 폭염이나 혹한으로 냉난방 수요가 급증하면 전력생산을 늘려야 한다. 수요측면에서 탄소배출권 가격 상승의 요인이다. 특히 폭염이 오래 지속될 경우 전력수요 증가로 석탄 및 가스 가격 상승이 발생하고, 많은 기업들이 갖고 있는 배출권보다 많은 양의 탄소를 배출하게 된다. 초과분만큼 과징금을 내지 않으려면 시장에서 탄소배출권을 사야만 하므로, 결국 탄소배출권 가격은 오르게 마련이다.

 

전력생산에 투입되는 석탄과 석유의 가격차도 탄소배출권 가격에 영향을 미친다. 석탄 가격이 석유 가격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하면 전력생산과정에서 석탄 사용이 늘고, 이는 탄소배출이 더 많이 늘어나는 요인이 된다. 탄소배출권 가격을 올리는 요인이 되는 셈이다.

지구 환경보호라는 선한 의지에도 불구하고 탄소배출권 거래제는 기업들의 반발에 직면해 있다. 주요 경제단체와 업종별 단체들은 정부가 정해 놓은 탄소배출 감축목표가 산업경쟁력을 저하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반면 전문가들은 배출권 가격을 합리적으로 전망하고 전략을 수립하면 오히려 온실가스 감축으로 추가 수익을 확보하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환경보호청이 오는 2030년까지 화석연료 발전소의 탄소배출을 축소키로 하는 등 대부분 국가가 적극적 감축정책을 추진하고 있어, 이를 피하려 하기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게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손동영 한국SR전략연구소 소장 · 배재대학교 정치언론안보학과 겸임교수
ssono1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