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내용으로 건더뛰기

KDI 경제교육·정보센터

ENG
  • 경제배움
  • Economic

    Information

    and Education

    Center

클릭경제교육(종간)
리콜과 급발진, 이제 소비자를 먼저 생각하자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 2014.07.31

최근 소비자들의 관심 중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분야를 거론하면 바로 자동차일 것이다. 자동차는 부동산 다음으로 많은 지출이 필요한 분야로 일생 동안 4~5번이나 교체할 정도이다. 차를 구입하기 전 수 년 동안 계획을 세우고 차종을 선택하며, 시기가 되어도 지불할 여력이 없으면 할부나 리스를 할 정도로 한순간 큰 부담이 수반되기도 한다. 또 신차나 중고차를 구입하고 운행 도중 문제라도 발생하면 물리적 · 정신적 비용은 다른 분야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크다는 특징도 지니고 있다.


| 소비자 중심인지 제조업체 중심인지에 따라 처리 양상이 달라
  美, 자동차 문제 발생 시 도로교통안전국 등이 나서 조속히 처리
  韓, 내수용 · 수출용, A/S기간과 비용 다르고 처리 미숙, 불친절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다른 분야와 달리 자동차 문제가 발생하면 조속히 처리하는 등 소비자 중심의 문제 해결에 더욱 초점을 맞추고 있다. 미국의 경우 도로교통안전국(NHTSA) 등이 위에서 언급한 역할을 수행하는 대표적인 기구이다. 이에 비해 우리는 소비자보다 제조업체 중심이고, 다른 선진국에 비하여 워낙 짧은 약 40년 정도의 기간에 세계 수준까지 올라온 유일한 국가다 보니 자동차 산업에 비하여 자동차 문화적 소양이나 처리가 미흡하다.

이러한 흐름은 고스란히 소비자 몫으로 온다는 특징이 있다. 최근의 자동차 리콜이나 무상수리 문제 등은 물론이고 적지 않게 발생하는 자동차 급발진 문제도 이에 포함된다. 국내 소비자들은 해외 시장에 비하여 홀대받아 자신들이 ‘봉’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심지어 내수용과 수출용이 다르다든지, 애프터서비스 기간이나 비용이 다르다든지, 문제가 발생할 경우 처리방법이 불친절하고 미숙하다든지 하는 다양한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풀 수 있는 적당한 방법이 없는 것은 더 큰 문제이다. 신차에 문제라도 발생하면 오직 지정 정비업체에 가서 정비를 받으라는 일관된 조치만 있을 뿐이다. 지연되는 경우도 많은데 시간적 · 물리적 비용은 물론이고 정신적 스트레스 등을 해결하는 전문적인 비영리 단체도 없다. 그래서 선진형 시스템이 필요하다.


| 편의장치 문제이면 무상수리, 안전 문제이면 리콜
  무상수리, 고장이 났을 때만 조치해주고 별도의 비용소요 없어
  리콜, 사실 공개 후 비용지출과 브랜드 이미지 실추도 각오해야

최근 발생하는 주제는 크게 두 가지이다. 우선 자동차 리콜 처리이다. 법적으로 무상수리와 리콜은 안전에 영향을 주느냐에 달려있다. 편의장치의 문제라고 판단하면 무상수리이고 안전장치에 문제가 있으면 리콜로 처리된다. 최근 자동차는 편의장치와 안전장치가 혼재된 경우가 많아서 미국 등에서는 대부분 리콜로 처리된다. 무상수리 개념은 거의 없다.

무상수리는 해당 차량이 고장이 나서 지정 정비업체에 왔을 때 이야기하고 조치를 취하면 되고, 굳이 해당 자동차의 모든 소유주에게 통보할 필요도 없으며, 이후 고장이 나지 않으면 없는 것으로 하면 된다. 비용이 거의 소요되지 않는 셈이다.

그러나 리콜은 누구나 알 수 있게 공개적인 매체를 통하여 알리며, 해당 차량 소유주에게 등기로 알려주고 수리를 해야 하는 관계로 비용은 물론 브랜드 이미지 실추도 각오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도 예전에는 90% 이상이 무상수리였고 리콜은 ‘가뭄에 콩 나듯’ 했다. 물론 최근에는 예전에 비하여 리콜로 처리하는 경우가 늘고 있고 정부도 점차 소비자 중심으로 축을 옮겨가고 있기 때문에 예전에 비해 리콜 처리 비율이 증가하였다.


| 자동차 급발진, 적절한 대응체계 잘 몰라
  국내선 사고가 발생하면 소비자가 자동차 결함임을 입증해야
  급발진으로 인한 사망도 자신의 실수로 인한 사망으로 분류돼

또 하나의 문제가 바로 두려움의 대상인 자동차 급발진(이하 급발진)이다. 국내의 경우도 연간 100여 건 정도 보고되고 있으나 실제로는 5~10배 정도로 파악된다. 지난 1980년 이래 세계적으로 지금까지 해결이 안 된 가장 무서운 현상이라고 판단된다. 확실한 것은 발생 시점이 브레이크 성능을 높이기 위하여 브레이크 진공 배력장치를 사용하기 시작하였고 특히 ECU같은 반도체와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기 시작한 시기라는 것이 유력한 심증(心證)이다. 특히 우리나라나 일본, 미국과 같이 가솔린 엔진 기반과 동시에 자동변속기를 사용하는 경우에 발생하여, 지속적으로 사고가 줄지 않고 있으나, 최근에 이에 대한 중요한 사례가 발표되고 있어 머지않아 해결될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의 경우 급발진 사고가 발생하면 제조업체가 자신의 차량에 문제가 없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는 관계로 소비자 보상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지만, 국내의 경우 반대로 소비자가 자동차 결함을 입증해야 하므로 소송에서 100% 패소했다. 정부도 급발진을 인정하지 않아 애꿎은 소비자만 생명의 위협을 당하고 있다.

한편 얼마 전 필자가 회장으로 있는 자동차 급발진연구회에서 실태 조사를 한 결과, 자동차에 급발진이 발생하였을 경우 응급조치 방법을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미국의 경우 컨슈머리포트(Consumer Report) 등 전문 잡지의 홍보로 대처하고 있는 반면에 국내 운전자들은 응급조치 방법조차 잘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러나 급발진으로 인한 사망자도 모두 자신의 실수로 인한 사망자로 분류된다. 전체적으로 보면 급발진 의심사고 중 약 80%는 운전자 실수로, 나머지 20% 정도는 실제 급발진으로 추정되고 있다(급발진연구회에서는 올 9월에 세계 최초로 중요한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상기의 자동차 리콜과 급발진 사례 같은 자동차 결함 처리는 우리나라의 경우 사각지대에 있어 심각하다. 물론 향후 점차 좋아질 것이라 예상하고 있으나 몇 가지 측면에서 보완할 부분이 있다.

첫째, 문제를 전문적으로 해결할 정부 기관의 설립이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 같은 소비자 중심의 기관 설립이 우선이다. 현재 한국소비자원의 자동차팀을 보강하는 방법도 있고 국토교통부 산하에 전문 자동차 결함센터를 독립적으로 분리하는 방법도 있다. 지금과 같은 경우는 어느 누구도 소비자를 보호할 수 없다. 한편 자동차 결함의 문제에 대해 소비자 권리를 찾아주고 제도적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객관적인 전문가 단체의 구성과 활동도 필요하다.

둘째, 자동차 분야에서의 소비자 보상에 대한 법적 체제 구축이다. 미국의 징벌적 보상까지는 아니지만 문제 발생 시 직접 소비자에게 보상하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자동차 연비 문제의 경우도 단순히 수억 원 정도의 벌금이 전부인 상황이다. 소비자에게 직접 보상하게 되면 금액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제조업체도 신경 쓰고, 소비자도 만족하는 윈윈(win-win)이 가능해질 것이다.

시대는 변하고 있다. 우리는 선진국으로 본격 진입하고 있다. 이에 걸맞게 자동차 분야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변모하는 모습을 기대한다. 국민은 준비가 되어 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
pskim@daelim.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