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공식중산층과 체감중산층의 괴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 통계청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발표에 따르면, 총인구 중 중산층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9년 66.9%에서 2013년 69.7%로 커졌다.
반면 스스로를 중산층이라 생각하는 체감중산층의 비중은 같은 기간 54.9%에서 51.4%로 오히려 감소하였다. 그 격차가 12.0%p에서 18.3%p로 대폭 확대된 것이다. 특히 공식중산층 중에서 스스로를 중산층이라 생각하는 경우는 45%에 불과하고, 나머지 55%는 자신을 저소득층이라 생각하는 것으로 현대경제연구원 설문조사 결과 나타났다. 중산층의 자긍심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 공식중산층은 확대,
스스로를 중산층으로 여기는 비율은 감소
연령대별로 중산층 결정 요소를 다르게 생각하고
소득뿐 아니라 자산수준, 삶의 질, 사회적 기여까지 고려
괴리가 발생하는 이유는 뭘까? 한국 통계청과 경제협력개발기구는 소득수준만으로 중산층을 정의하는 반면, 국민들은 소득수준뿐만 아니라 자산수준, 여유로운 생활과 삶의 질, 사회적 기여와 시민의식 등 다양한 요소까지 고려하여 중산층을 인식하기 때문이다. 최근 소득 향상에도 불구하고 생활은 쪼들리고, 사회적 약자를 위해 행동할 여유가 없기 때문에 공식중산층과 체감중산층의 괴리가 커지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중산층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현대경제연구원 조사)’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46.9%는 ‘상당한 수준의 소득과 자산’을, 37.7%는 ‘여유로운 생활과 삶의 질’을 꼽았다. ‘사회적 기여 수준과 시민의식’은 11.9%, ‘사회적 지위와 명예’는 3.6%였다.
30대·남성·세후소득 400만 원대·低자산가 중에서는 ‘소득과 자산’을 중시하는 반면, 20대·여성·세후소득 600만 원 이상·高자산가 중에서는 ‘여유로운 생활과 삶의 질’을 꼽았다. 실제로 기부하고 봉사활동을 하는 50대 이상에서는 ‘사회적 기여와 시민의식’을 중시하는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 국민들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중산층의 조건
매월 515만 원 벌어 341만 원 소비, 12만 원 상당 외식 네 번
소득의 2.5% 기부, 115㎡짜리 주택 포함 6.6억 원의 자산 보유
국민들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중산층은 월평균 세후가구소득(4인 가구 기준)이 515만 원인 반면, 응답자의 실제 소득은 416만 원으로 100만 원 가량 차이가 났다. 순자산(자산-부채)에 있어서도 각각 6.6억 원과 3.8억 원으로 2.8억 원이나 차이가 났다. 국민들은 3.7억 원 상당의 115㎡ 주택을 보유하고 있어야 중산층이라고 생각하는 반면, 응답자는 평균 2.2억 원 상당의 88㎡ 주택을 소유하고 있었다.
삶의 질에 커다란 영향을 끼치는 생활비의 경우, 국민들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중산층은 매달 341만 원을 쓰는 반면 응답자는 252만 원을 쓰는 것으로 나타나 월평균 90만 원 차이가 났다. 또한 국민들은 매달 12.3만 원 상당의 외식을 네 차례 즐겨야 중산층이라고 생각하는 반면, 응답자는 매달 6.3만 원 상당의 외식을 3.2회 즐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들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중산층은 소득의 2.5%를 기부·후원하는 반면, 응답자는 1.1%에 그쳤다. 한편 연평균 무료봉사활동 횟수는 각각 3.5회와 3.1회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 스스로를 중산층이라 생각하는 체감중산층을 키워야
전 세계적으로 중산층이 엷어지는 경향 두드러져
중산층이 탄탄해야 사회갈등이 완화되고 경제발전도 가능
중산층은 경제와 사회를 지탱하는 허리다. 중산층이 탄탄해야 사회갈등이 줄어들고 경제발전도 가능하다. 그런데 무한경쟁의 글로벌 경제에서 경제성장이 저절로 중산층을 강화시키지는 않는다. 오히려 중산층이 엷어지는 경향이 최근에 전세계적으로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정부와 사회는 중산층을 강화하기 위한 의식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특히 중산층 스스로 중산층이라는 자긍심을 갖도록 뒷받침해야만 사회경제적 불안과 불만을 줄일 수 있다. 국민들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중산층의 모습과 현실 국민의 삶의 격차를 줄여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를 위해 첫째, 한국경제를 고부가가치 산업구조로 재편함으로써 시장소득을 높이고, 중산층과 저소득층의 자산형성을 지원하여 넉넉한 노후생활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둘째, 빠듯한 생활비 속에서도 여유로운 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사교육비 및 주거비 부담을 완화하고, 가족 · 동호인 등과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문화 · 스포츠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셋째, 사회적 약자를 위한 사회봉사 활동과 기부후원에 대해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사회적 약자와 타인을 위한 봉사가 곧 자신의 삶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는 시민의식을 배양해야 한다. 넷째, 국민의 생각과 일치하도록 중산층을 새롭게 정의하고 정부정책에 반영하되, 특히 스스로를 중산층이라 생각하는 체감중산층 확대에 노력해야 한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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