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포스트> 기자 출신인 말콤 글래드웰(Malcolm Gladwell)의 책은 무척 재미있다. 놀랍기까지 하다. 경제학 분야에서 발견된 흥미로운 연구 결과들을 어찌 그렇게 자신의 이야기 속으로 잘 녹여내는지, 꼭 글래드웰의 책을 완성하기 위해 경제학 연구가 진행된 것 같은 느낌을 줄 정도다.
그의 최신작 『다윗과 골리앗』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그가 소개하는 다양한 소재들 중에서 가장 필자의 눈에 띄는 내용은 학급규모 축소와 관련된 부분이었다. 그동안의 분석 결과를 종합하고 있는 에릭 하누섹(Eric Hanushek)의 연구 결과, 코네티컷 주의 학생 수 변화를 이용한 캐럴라인 혹스비(Caroline Hoxby)의 자연실험 결과 등을 인용하면서, 글래드웰은 학급규모가 줄어든다고 학생들의 성적이 향상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하고 있다.
| 학급규모 축소가 효과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
학급당 학생 수가 감소하면 개별 학생에 대한 선생님의 관심도가 증가하고, 토론식 수업 등 다양하고 효과적인 교육 방식의 실시가 가능해질 것이다.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가 향상되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그러나 학급규모가 감소한다고 해서 학생들의 성적 향상이 일직선적으로 이루어지지는 않을 수도 있다.
학급당 학생 수가 어느 정도, 예를 들어 20~30명 수준으로 감소할 때까지는 긍정적 효과가 나타나지만, 그 이하로 학생 수가 감소하면 별로 효과가 없거나 오히려 마이너스 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 학생 수가 감소한다고 해서 선생님이 수업 스타일을 토론식으로 바꾸는 것은 아니다. 그저 선생님들의 업무 부담만 줄어들 뿐이다. 교실에 있는 학생 수가 줄어들면 자신과 비슷한 학생들이 감소하게 되고, 따라서 능력이 뒤처지는 학생들이 자신만 동떨어져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되는 경향이 있다. 작은 학급규모는 항상 장점만 있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단점도 있을 수 있는 것이다.
골리앗은 덩치가 커서 힘은 세지만 느리고, 비대증으로 인해 시야가 흐리다는 결정적 단점을 가지고 있다. 겉보기에 좋은 조건을 갖춘 사람만이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의 상황이 열악한 사람에게도 다윗처럼 인생에는 충분한 기회가 있다. 참 흥미로운 설명 아닌가?
| 아직 끝나지 않은 논쟁
필자는 이 책의 전체적인 논조가 좋고 매우 설득력이 있다고 본다. 하지만 학급규모 축소 효과와 관련된 설명만큼은 지금까지의 경제학 연구 성과를 정확하게 반영하고 있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사실 이 문제는 2000년대 초반까지 교육경제학 내에서 주요 논쟁 이슈였다. 그 이후로 최근까지는 논쟁이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지만, 적어도 필자가 가지고 있는 정보에 근거할 때 이 문제는 아직까지 미해결 상태로 남아 있다고 판단된다.
학급규모의 효과와 관련된 기존 59개의 논문 277개의 회귀분석 결과를 종합하고 있는 하누섹의 연구에 대해서는, 회귀분석 결과를 종합하는 방식에 대한 앨런 크루거(Alan Krueger)의 비판과 이에 대한 하누섹의 반박 그리고 이에 대한 크루거의 재반박이 이어져 왔다. 조슈아 앵그리스트(Joshua Angrist)와 빅터 레비(Victor Levy)의 연구는 한 학급이 40명 이상이면 두 학급으로 분리하는 전통을 가진 이스라엘의 ‘마이모니데스의 규칙(Maimonides Rule)’을 이용하여, 학급규모가 불연속적으로 축소될 때 학생들의 성적도 이러한 추세에 맞추어 향상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글래드웰의 책에서처럼 이스라엘의 학급당 학생 수가 미국보다 많다는 이유로 그 연구 가치를 배척하기는 곤란하다. 특히 이 책을 읽는 한국의 독자에게는. 한국 중학교의 학급당 학생수는 2011년 현재 34명으로, OECD 평균 23명보다 훨씬 많은 수준이다.
가장 논란이 될 수 있는 부분은 이 책의 각주에서 비판적으로 소개되고 있는 STAR(Student-Teacher Achievement Ratio) 프로젝트 결과에 대한 평가이다. STAR 프로젝트는 학급당 학생 수의 감소와 보조교사의 투입이 학생들의 성적을 향상시키는지를 실제 확인하기 위해, 1985~86학년도부터 4개 학년도 동안 미국 테네시 주에서 시행되었던 대규모 실험이다. 이 기간 동안 11,600여 명의 학생과 교사는 소규모 학급(13~17명), 일반규모 학급(22~25명), 보조교사가 투입되는 일반규모 학급이라는 세 종류의 학급에 무작위로 배정이 이루어졌다. 실험 결과는 어땠을까? 소규모 학급에 배정된 학생은 일반규모 학급에 배정된 학생에 비해 첫 해에는 4% 정도 성적 순위가 오르고, 그 다음 해부터는 매년 1% 정도씩 순위가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글래드웰이 지적하듯이 이 실험은 완벽하지는 않다. 일반규모 학급에 배정된 학생들 중 일부는 다른 지역으로 전학을 가거나 사립학교로 옮기는 경우가 발생하곤 했다. 자신이 실험 대상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소규모 학급에 배정된 학생이나 교사는 뒤처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보다 열심히 노력할 수 있다. 심리학에서 ‘호돈 효과(Hawthorne Effect)’라 부르는 현상이다. 반대로 불리한 위치에 있다는 것을 아는 일반규모 학급 구성원들이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기 위해 보다 열심히 노력하는 ‘존 헨리 효과(John Henry Effect)’가 발생할 수도 있다. 어떠한 사회과학 실험도 이러한 문제들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이러한 표본탈락의 문제나 심리적 현상에 대해 가능한 통계적 방법을 통해 보완하고자 했던 크루거의 1999년 계간경제학저널(Quarterly Journal of Economics)의 논문에 보다 높은 신뢰 점수를 주고 싶다. 이 연구 결과는 이러한 문제들을 통제하더라도 STAR 프로젝트의 결과는 소규모 학급이 학생들의 성적 향상에 유의한 플러스의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 더 이상의 교육 투자는 비효율적인가?
이러한 사실들을 종합해 본다면 학급규모의 효과에 대한 경제학 내의 논쟁은 완결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따라서 이 부분에 관한 한 글래드웰의 설명은 과도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된다. 학급규모의 효과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이제 더 이상 돈은 차이를 만들어내지 못하므로 교육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기보다는 학교 간의 경쟁을 촉진하고 책무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교육 정책을 펴야 한다고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전체적인 맥락 속에 학급규모 논쟁의 의미, 그리고 한국에 시사하는 바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남기곤 한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nkgon@hanba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