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석률 Zero. 학급을 운영하는 교사라면 학생들에게 바라는 최소한의 요구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직률 Zero는? 대전의 특성화 고등학교인 신일여고 졸업생들이 사회 진출과 함께 학교로부터 부여받는 또 하나의 요구이다.
| ‘2Zero 1Up’ 운동으로 취업 역량 강화
대전 시내가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언덕배기에 위치한 신일여고는 학생들의 인성교육 차원에서 결석률 Zero를, 졸업 후 취업자들에게는 이직률 Zero, 기초학력을 높여 직무능력을 향상시키는 이른바 '2Zero 1Up' 운동을 실천해 오고 있다. 이는 학생들의 취업 역량 강화로 이어져 졸업생 상당수가 직장인으로서의 길을 성공적으로 걷고 있다. 특히 한국은행 · 한국예탁결제원 · 예금보험공사 등 금융공기업 합격자를 배출해 냄으로써 취업 명문 학교로서의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은행에서 고졸 사원을 자격증으로만 뽑지는 않죠. 성적 관리는 기본이고 태도 같은 인성 측면도 똑같이 중요하게 지도합니다.” 취업지원부장을 맡고 있는 김진희 교사의 말에서 신일여고의 교육목표를 엿볼 수 있다.
신일여고는 1979년 개교 이래 최고의 여성 금융전문가 양성을 목표로 다양한 취업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 3년간은 금융관련 자격증 로드맵을 작성하여 성적이 우수하고 경제 · 금융에 관심 있는 학생들을 모아 특별반을 운영하고 있다. 참가 학생들은 금융 관련 전문자격 3종 세트라하는 펀드투자상담사 · 증권투자상담사 · 파생상품투자상담사 자격증을 1학년 때부터 단계적으로 취득하고 있다. 동시에 한경 TESAT · 매경 TEST 등 국가공인 경제 · 경영 인증시험에도 도전하고 있다. 처음에는 학교에서 외부강사를 초빙해 자격증 시험 대비 특강을 실시했다. 그러나 지금은 교사들이 자격증을 취득한 후 직접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학교 내에서 자급이 가능한 상황이 되었다. 축적된 지식과 공인자격증을 기반으로 3학년 때는 학생 적성에 맞는 취업처를 결정하고 취업하고자 하는 기관의 인 · 적성 검사나 면접 대비 등 보다 실무적인 영역에 집중한다.
이러한 활동들은 주로 방과 후 시간에 이뤄진다. 자격증 시험 대비 수업에서부터 취업지원서 작성, 직무적성검사 학습, 모의면접까지 취업으로의 토털(total) 서비스를 받고 있는 셈이다. 이 과정에는 전문 교과 교사들의 지도뿐 아니라 이미 자격증을 취득한 선배들의 멘토링도 포함된다.
| 적성을 확인하고 자신의 진로 개발에 매진
선생님과 선배들의 지도와 조언을 믿고 따르며 자신들의 적성을 찾고 차곡차곡 자신들만의 포트폴리오를 작성해 가고 있는 신일여고 학생들을 만나 보았다.
어릴 적부터 은행원이 꿈이었다는 3학년 김혜지 학생은 “초등학생 때부터 부모님께서 적은 돈이라도 저축하는 습관을 들이라고 은행에 자주 데리고 다니셨어요. 이것이 금융인이라는 직업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됐던 것 같아요.”라고 말한다. 김혜지 학생은 최근 우리은행 최종합격 통보를 받았다.
중학교 때부터 성적뿐 아니라 다양한 재능으로 각종 대회에서 상을 휩쓸었다는 2학년 신지수 학생은 외국어고등학교 입시 직전 진로를 전환한 케이스. “중학교 때는 특별한 꿈이 없었어요. 김진희 선생님이 당시 저희 학교(신일여중)로 오셔서 선배의 한국은행 취업 사례 등 금융기관 취업을 통한 경력 관리 등에 대해 말씀하셨는데, 그게 제 마음을 움직였던 것 같아요. 이젠 꿈이 확실해졌습니다. 모두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금융감독관이 되고 싶어요.” 2학년이지만 그녀 역시 이미 증권, 펀드, 파생, 전산회계 자격증을 모두 보유하고 있다.
2학년 배한이 학생 역시 산업은행을 다니는 언니의 영향을 받아 금융에 일찍부터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금융자격증 취득 학습뿐 아니라 자신의 적성에 맞는 취업처를 찾는 일에도 열심이다. 또한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 공부의 끈도 놓지 않을 것이라는 포부도 밝혔다.
초 · 중등 교육법에서는 ‘소질과 적성 및 능력이 유사한 학생을 대상으로 특정분야 인재양성’을 목적으로 특성화고등학교를 지정 · 운영하고 있다. 백운영 이사장은 “자신들의 특기를 살리고 재능을 충분히 탐색할 기회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특성화 고등학교가 가장 이상적인 형태”라며 강한 자부심과 신념을 내비쳤다.

| 사회에 안착할 때까지 책임진다
졸업생을 배출하고 나면 학교의 임무는 끝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신일여고는 졸업생의 졸업 후 생활에도 관심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신일여고 동문들에게는 5월 1일 ‘근로자의 날’이 ‘선후배 만남의 날’로 각인돼 있다. 취업한 학생들과의 밴드(Band) 구축을 통해 소통하고, 학생이 취업한 회사를 방문해 애로를 들어주고 해결책을 찾기 위해 함께 노력하기도 한다. 또 저축왕 포상 등을 통해 어린 나이의 취업으로 자칫 느슨해질 수 있는 소득 관리까지도 신경을 쓴다.
“우리 학교 교사들은 ‘졸업 후 3년 AS’라는 원칙을 세워놓고 재학 3년만이 아니라 학생들이 사회에 안착할 때까지 책임진다.” 라고 말하는 오서균 교장은 금융기관에 취업한 학생에게는 6년간 연애 금지를 권고한다는 얘기를 조심스럽게 전한다. 어려운 금융 실무를 익히는 데 집중하게 하여 대졸자에게도 뒤지지 않을 만큼 빨리 성장하기를 바라는 애정에서 비롯된 것이리라 짐작된다. 학생들의 앞길을 열어주는 데 백운영 이사장의 남다른 애정도 작용했다. 서울에 면접 보러 오는 학생들을 서울역에서 기다려 면접장까지 데려다 주기도 할 만큼 보호자의 역할을 자처해 오고 있다.
이렇듯 신일여고 학생들은 학교와 선생님들의 적극적인 지원 속에서 자신들의 경력을 관리하고 사회가 요구하는 역량을 개발하는 데 고등학교 3년이라는 기간을 숨 가쁘게 보내고 있었다. 학생들을 만나고 나오면서 이사장, 교장, 교사, 학부모와 한 마음이 되어 ‘이 학생은 여러분의 회사에 꼭 필요한 인재입니다.’라고 자신 있게 한 마디 거들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취재 · 정리 | 이지은 · 안선경
KDI 경제정보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