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라면 늘 그렇듯 수업방법, 기술에 대한 고민을 한다. 그와 관련된 여러 연수도 다녀보고, 동료 선생님들의 수 업참관을 통해 반성도 하고 아이디어를 얻기도 하며, 아 이들과 좀 더 교감하고 재미있는 수업을 만들어 보고자 노력하고 있을 것이다. 나 또한 경제·토론·논술·학급 운영 등 다양한 연수를 들어왔지만, 늘 부딪히는 수업 진 도와 평가의 압박 그리고 게으름은 새로운 시도를 망설 이게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올해는 조금이나마 수업에 변화를 주자는 생각으 로 사회 첫 시간을‘말문 트기’라는 주제로 수업을 진행했 다. EBS 다큐프라임 5부‘말문 을 터라’라는 영상을 잠시 보여준 후 학생들에게 질문을 던 졌다.“우리의 말문은 왜 터지지 않는 걸까?”이렇게 학생 들에게 의문을 제기한 후‘말문 트기’를 큰 주제로 올해 수 업을 진행하겠다고 안내했다
| 수업모임, 교과서 집필 참여를 계기로 토론수업 시도
이런 시도를 하게 된 데에는 몇 가지 계기가 있었다. 먼저 1학년 수업을 맡게 되었다는 것이 그 하나다. 1학년‘사 회’를 맡으면서 학생들의 다양한 참여를 이끌어내도록 개 편이 된 교과서를 접하게 된 것이다. 요즘 문·이과 통합 형 교육과정의 도입 등으로 통합사회·통합과학에 대한 관심이 높은데, 학생들이 고등학교에서‘사회’라는 교과 목에 더 친숙하게 접근하도록 하는 방향으로 변화되었으 면 하는 바람이다.
수업모임에 참여함으로써 단순히 듣는 연수가 아닌 함 께 연구하고 실천하는 교사들과 함께 하게 된 것도 계기가 됐다. 2012년 경기도에서 실시한‘토론전문가 연수’에서 만났던 여러 선생님들과 마음이 잘 맞아‘소풍토론(연수모 임에서 김밥을 먹었는데 즐거운 소풍처럼 토론도 그런 마음으로 시작하자는 취지하에 이름 붙임)’이라는 모임을 만들게 되었다. 우리 모임을 NTTP(New Teachers Training Program)의 일환인‘경 기도 교과토론수업연구회’의 지역모임으로도 공식화시켜 고양·파주·김포 영역을 아우르며 활동을 하고 있다. 아 직은 토론 경험이 많으신 선생님들 위주로 모임이 이끌어 지고 있지만 그 안에서 성장을 하여 조금씩 자신의 수업 에 토론을 접목시키는 선생님들도 늘어가고, 더 나아가 다른 모임에 강의를 나가시는 분들도 한 분 두 분 생기며 작은 성과를 이뤄내고 있다.
또 다른 계기는 경기도에서 올해 출간한 인정교과서『더 불어 사는 민주시민(초등학교 3~4학년, 초등학교 5~6학년, 중학 교, 고등학교 4종)』의 고등학교 교과서 공동 집필에 참여하 면서 이 책의 활용을 고민하게 된 것에서 찾았다. 영국·독 일·프랑스 등에서는‘민주시민’교과서가 독립된 교과목 으로 자리 잡아 학생들이 민주적인 시민으로 성장하는 데 큰 기여를 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도덕· 사회 등에 민주시민에 관한 주제가 녹아있지만 독립된 교 과로 선정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경기도 최초로 민주시 민 교과서를 만들게 된 것이다. 훌륭하신 선생님들과 교 수님들께서 집필위원과 연구·심의위원으로 참여하신 곳 에 함께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생겨 열심히 배우고, 집필 하여 얻은 성과물을 활용하고픈 동기부여가 됐다.

교사라면 늘 그렇듯 수업방법, 기술에 대한 고민을 한다.
하지만 수업 진도와 평가의 압박 등은 새로운 시도를 망설이게 만든다.
교과서를 진도에 맞춰 진행하기보다 토론수업을 통한 평가를 진행하였다.
친구들과 어울려 토론하면서‘자기생각 만들기’작업이 진행되길 바라며…….
| 교육과정 재구성의 일환으로 실시한 찬반토론 수업은
학생들의 적극적 참여로 무리 없이 이뤄져
최근 선진국의 교육방식에 대한 관심이 부각되면서 교사별 평가나 팀티칭(Team-teaching), 교육과정 재구성에 대한 관 심이 높아지고 있던 차에 그냥 교과서를 처음부터 끝까지 진도에 맞춰 진행하기보다 교육과정 재구성의 작업을 시도 해보기로 하였다. 먼저 사회 교과서의 내용과 접목되는 주 제를『더불어 사는 민주시민』교과서에서 찾아 토론수업을 통한 평가를 진행하였다.
토론 주제 선별에 있어서는 학생들의 흥미, 시사성, 사회 적 통합, 세계시민 교육 측면을 고려하였다. 그렇게 뽑은 주 제는‘학교 급식조리원의 파업은 정당하다’,‘유전자재조합 농산물(GMO)은 인류를 구할 수 있는 대안이다’,‘에너지 대 책, 원자력 발전이 대안이다’,‘난민 보호는 세계시민으로서 의 의무이다’ 네 가지로 배심원이 참여하는 찬반토론으로 진행되었다.
‘토론 과정에 배심원들이 떠들고 집중하지 않으면 어찌할 까? 토론 준비과정이 미흡해 말을 못하는 아이들이 많으면 어쩌지? 소수 한 두 명 중심으로만 토론이 진행되면 곤란 한데…….’ 여러 걱정거리를 안고 시작한 토론 과정에서 아 이들은 역시나 선생님을 배신하지 않았다.
배심원에게 반론의 기회를 주자 너도나도 손을 들어 정 곡을 찌르며 반론을 제기하는 모습, 자기는 이과 성향이라 고‘사회’과목을 외면하던 녀석이 GMO식품 찬반토론에 배심원으로 귀를 쫑긋하고 참관하는 모습, 자기 반이 유엔 난민기구에 매달 기부를 하고 있음에도 난민의 개념과 현 실에 대해 전혀 모르던 녀석들이 공부하고 준비하여 난민 보호를 외치는 모습들, 구성원 중 딱히 월등한 달변가가 없어서 걱정을 했으나 조 구성원 모두가 조금씩 그 빈자리 를 채워가는 모습 등…….
한편 조별 주제선정은 학생들의 선호도를 반영하려 했으 나 한쪽으로 치우칠 우려가 있어 각반 사회부장들(학생)과 함께 제비뽑기를 하여 통보하였다. 그런데 그날 우리 반의 한 학생이 청소시간에 나에게 진지한 얼굴로 다가와서는 정중히 이의를 제기하였다.“선생님, 저 도저히 그 주제로 토론할 수 없습니다(이 학생은 학교급식조리원의 파업에 반대하는 측이었다). 수업시간에도 분명히 헌법에 노동 3권이 보장되 어 있고, 게다가 그분들은 비정규직인 사회적 약자인데 어 떻게 파업이 부당하다는 주장을 펼 수 있습니까?”
교사인 나는“어쨌든 정해진 주제야. 현실적으로 몇 년 전 급식조리원의 파업에 대해 언론, 시민 등으로 부터 여러 모로 비판을 많이 받았고. 그럼 네가 찬성의 편이라면 반대 측의 어떤 논리에 어떻게 답할지를 고민하며 그 반대 측의 논리를 찾아보도록 해보는 건 어때?”라고 대답했다.
청소 지도하는 데 계속 쫓아다니며 강경한 태도로 이의 를 제기하는 학생을 나름 진정시키고 주제를 받아들이게 해보려는 나의 궁색한 답이었다. 하지만 교무실로 내려오 는데 내 입가엔 약간의 미소와 뭔지 모를 기대가 뭉클거렸 다. 이 녀석 말고 또 다른 녀석들도 입이 간질거리고 있진 않을까? 친구들과 어울려 토론하면서 자기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만들어가는‘자기생각 만들기’작업이 진행 되고 있길 바라며…….
장영주 행신고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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