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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경제교육(종간)
노동시장에서의 정보 전달방법: 신호보내기
한진수 경인교육대학교 사회과교육과 교수 2014.09.01

미국 프로야구 선수로 한 팀에서 6년을 뛰면 다른 팀과 자유롭게 계약할 수 있는 이른바 자유계약(free agent) 선수 자격을 얻는다. 일부 선수는 기존의 팀과 재계약을 해서 잔류하지만 나머지는 돈을 더 많이 주는 다른 팀과 계약해서 팀을 옮긴다.


| 미국 프로야구 시장에서 일어난 비대칭정보

자유계약 선수들에 대해 흥미로운 통계가 하나 제시된 적이 있다. 기존 팀과 재계약을 해서 같은 팀에 머물게 된 자유계약 선수들이 시즌 중 부상자 명단에 오르는 평균 기간은 9.7일이었다고 한다. 반면 다른 구단과 계약해 팀을 옮긴 자유계약 선수들이 부상자 명단에 오르는 평균 기간은 무려 2배 가까이 많은 17.2일이었다.

이 통계는 우리에게 무엇을 말해주고 있을까? 이 통계의 배경에는 다양한 요인이 숨어있겠지만 ‘비대칭정보’를 결코 빼놓을 수 없다. 기존 팀은 해당 자유계약 선수와 6년을 함께 지내왔으므로 그에 대해서 많은 정보를 갖고 있다. 특히 신체 어느 부위가 약하며 현재 몸상태가 어떤지 등 건강에 대한 세세한 정보까지 풍부하게 갖고 있다. 물론 다른 팀이나 언론에는 이런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다. 선수를 다른 팀으로 팔 때 몸값이 떨어질 수 있어서이다.

반면에 다른 팀들은 그 선수에 대한 정보량이 적으므로 건강 상태를 완전히 파악하지 못한 채 자유계약 선수를 영입한다. 그러나 이들은 팀을 옮긴 후 잦은 부상으로 비싼 몸값을 제대로 하지 못하며 이른바 ‘레몬(불량품)’으로 판명 나곤 한다. 기존 팀이 그 선수와 재계약을 하지 않은 이유는 비싼 몸값에 어울리는 성적을 보여주지 못할 것임을 시사하는 정보가 상대적으로 많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정보를 갖고 있지 못한 다른 팀은 덥석 그와 재계약한 후 뒤늦게 레몬임을 알고 실망한다.

사람들은 이들 레몬을 속된 표현으로 ‘먹튀’라고 부른다. 많은 기자와 전문 스카우터들이 정보를 수집하고 있는 미국 프로야구 시장에서도 정보비대칭으로 인해 먹튀 현상이 자주 발생하고 있을 정도이니 일반 노동시장에서는 이로 인한 문제가 얼마나 심각할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 신입사원 채용은 눈을 감고 코끼리 만지는 꼴

수요자와 공급자가 동일한 양의 정보를 보유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므로 비대칭정보 문제는 사실상 모든 시장에서 발생하는데 특히 노동시장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아무리 기술이 발달한 세상이라도 인적자원이 기업의 성패를 좌우할 만큼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비대칭정보로 역선택 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근로자는 자신의 능력·기술·재능·성격 등에 대해서 기업보다 훨씬 많은 정보를 보유하고 있다. 그나마 경력사원을 채용하는 노동시장에서는 이전 직장에서의 능력 평가와 평판이 존재하므로 역선택 문제가 덜 심각한 편이다. 이에 비해 고등학교나 대학교를 바로 졸업한 사람들이 기업의 취업문을 두드리는 신입사원 채용시장에서는 기업이 입사 지원자들에 대한 정보를 거의 가지고 있지 못하므로 역선택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

의사결정에 필요한 정보가 충분하게 있는 경우에는 수요와 공급이 만나는 곳에서 이루어지는 균형은 사회적으로 최적인 상태가 된다. 그러나 정보가 없는 경우에는 생산성이 높지 않은 근로자의 생산성을 높게 오판하여 이들에 대한 수요곡선이 정보가 있는 경우의 수요곡선에 비해 위쪽에 위치한다(우측의 <그림> 참조). 그 결과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의 시장균형은 사회적으로 비효율적인 상태가 되어버린다. 정보비대칭으로 인해 노동시장에서도 시장실패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서양에서는 추천서가 노동시장에서의 비대칭정보 문제를 완화시키는 데 기여하고 있다. 학교에서 몇 년 동안 함께 한 교사나 교수는 졸업생의 성품·능력·적성 등에 대해 많은 정보를 확보하고 있다. 기업은 교사나 교수가 작성하는 추천서에 담겨 있는 정보를 바탕으로 지원자의 채용 여부를 결정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에서는 추천서가 이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졸업생에 대한 객관적이고 솔직한 평가를 담기보다는 칭찬 위주로 추천서를 작성하는 우리나라 문화 탓이다. 교사나 교수로서 어찌 제자의 앞길을 막을 수 있느냐는 생각에 단점을 차마 기록하지 못한다.

이처럼 정보가 비대칭적인 상황에서 생산성이 높다고 자신하는 입사지원자는 자신의 능력에 대한 믿을 만한 정보를 기업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할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옷을 말끔하게 차려입고 외모를 잘 가꾸는 화장 기술은 의미 없는 신호를 보낼 뿐이다. 생산성이 낮은 지원자도 충분히 따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생산성이 낮은 지원자가 쉽게 따라할 수 없는 차별화된 신호가 효과적이다. 학교에서의 좋은 성적이나 희소한 자격증을 예로 들 수 있다. 비록 학교 성적이 회사에서의 직무 생산성과 직결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좋은 성적을 얻기까지 쏟은 노력과 학습 습성은 기업에게 그 사람에 대한 양질의 정보를 제공해주는 역할을 한다.


| 주인-대리인 문제에 대처하기

노동시장에서는 비대칭정보로 인해 발생하는 도덕적 해이 현상도 예외 없이 나타난다. 주인(채용인·기업)은 대리인(근로자)이 최선을 다해 일해주기를 기대하지만 대리인은 주인의 목표보다 자신의 목표에 더 관심이 많아 한 눈 팔기 일쑤다. 그렇다고 주인이 대리인의 마음속까지 들여다볼 수 없다. 그래서 대리인이 주인의 목표를 충실하게 수행하지 않는 주인-대리인 문제가 발생한다.

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는 방법으로 인센티브 부여가 있다. 기업의 매출이나 이윤 실적에 따라 근로자에게 소정의 보너스를 지급하는 제도를 도입하여 기업의 목표와 대리인인 근로자의 목표를 일치시키는 방법이다. 추가 보상을 기대하는 근로자들은 자발적으로 생산성을 높이려 노력하고 이는 기업의 이윤 증대에 도움이 된다.

동종 업계에 있는 다른 기업들보다 임금을 더 많이 지급해주는 것도 주인-대리인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다. 고임금 기업에서 일을 게을리하다가 해고되어 실업자가 되면 커다란 기회비용이 발생한다. 다행히 다른 기업에 취직한다고 하더라도 임금이 감소하므로 역시 손해가 된다. 그러므로 고임금 기업의 근로자들은 자발적으로 생산성을 향상시키려 노력하고 기업 충성도도 높아진다.

역사적으로 볼 때 포드 자동차가 이런 정책으로 효과를 보았다. 근로자의 이직률이 1913년에 무려 380%나 되자 포드는 평균 임금을 경쟁업체의 2배 수준으로 전격 인상하였다. 이에 근로자들의 결근이 절반으로 줄었고 생산성은 51%나 증가했다고 한다. 임금이 크게 올랐음에도 포드 자동차의 수익은 2년 사이에 2배 증가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