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는 매우 안정적이고 우수한 교육체제를 갖추고 있으며, 그 성과도 상당히 탁월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OECD, 2010). 아울러 핀란드에서는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지속적으로 교육 발전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핀란드 교육의 특징은 (1)교사중심의 교육개혁 (2)협력적 교육리더십 (3)체계적인 교육 경로 (4)연구기반 교육정책 수립 등 크게 네 가지로 정리될 수 있다(Finnish Minisrty of Education and Culture, 2014; Sahlberg, 2007).
| 교사중심의 교육개혁
우수한 교사를 길러내기 위하여 노력할 뿐만 아니라, 교직에 들어온 교사들이 최대한 교육활동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고 있다는 점도 핀란드 교육의 성공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우선 핀란드 교사들은 상당히 안정적인 여건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공립학교에서 교사들의 학교 이동이 잦은 우리나라와 달리, 핀란드에서는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처음에 임용된 학교에서 정년 때까지 근무를 한다. 따라서 교사들은 학교 이동에 따른 적응이나 혼란의 문제를 거의 겪지 않으며, 자신의 학교에서 평생 동안 안정적으로 학생들을 가르친다. 교사 자신이 학교의 전통이요 역사가 되며, 학생들의 뿌리가 되는 것이다.
또한 학년 운영과 관련해서 특히 종합학교의 초등 과정에서는 학생들의 학년이 올라감에 따라 해마다 담임을 바꾸게 하는 것이 아니라, 2~3년, 경우에 따라서는 6년 동안 같은 교사가 담임을 하도록 하고 있다. 교사는 같은 아이들을 데리고 학년을 올라가기 때문에, 학생들도 같은 교사로부터 계속 배우기 때문에 안정적이다.
여기에 더하여 핀란드 학교에서는 교사들의 승진제도가 없기 때문에 교사들은 승진을 위한 소모적인 경쟁을 하지 않고, 행정잡무가 없기 때문에 행정 업무에 에너지를 소진하지 않으며, 교사평가가 없기 때문에 평가 준비로 에너지가 분산되지도 않는다. 교사들이 소모적이고 낭비적인 일에 관심과 에너지를 분산시키지 않고 안정적으로 교육활동에 집중하게 하는 것이 핀란드 학교의 특징이다.
| 협력적 교육리더십
핀란드에서는 학교 조직에서 리더십의 적절한 분산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이는 교장이 리더십을 나눠줬기 때문이 아니라, 이미 학교 조직과 문화 속에 리더십 분산의 풍토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Simola, 2005). 핀란드에서 교장과 교사는 ‘전문가(society of experts)’로 인정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자율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으며, 스스로 높은 수준의 표준을 세우고, 독립적인 판단을 한다.
전문가라는 말 속에는 교장의 독특한 위치가 내포되어 있는데, 이때 전문가는 권위적인 위치에 있는 사람이 아니며 또한 이론가인 학자도 아니고, 실제 현장의 활동가이다. 즉 교장은 협동적이고 실제적인 일을 하는 사람이다. 교육활동에 있어 혁신적인 아이디어는 정부 프로젝트를 통해서도 나올 수 있지만, 학교 현장의 교장과 교사들을 통해서도 나올 수 있는 것이다.
핀란드 학교에서는 교장과 교사 사이의 갭은 그렇게 크지 않으며, 교장이 건강 등의 이유로 학교를 운영하기 어려울 때는 교사들이 운영에 참여할 수 있다. 핀란드 학교에서 교장의 리더십은 공유된 협력의 리더십이며 교장은 쉽게 말을 붙일 수 있는 편안한 상대이고, 친구 같은 존재이며, 교사를 도와주는 사람이다. 학교에서 이러한 분산의 리더십은 핀란드의 오랜 전통이기도 하다(Oulasvirta & Turala, 2009). 하지만 학교에서 여러 활동을 위한 팀을 구성하거나 의사결정의 상황에서는 교장이 공식적으로 역할을 수행한다. 즉 팀을 구성하고, 팀이 활동하고 일을 수행할 수 있도록 이끄는 사람이 교장이다.
| 체계적인 교육 경로
핀란드에서는 종합학교를 마치고 진학하는 고등학교 과정부터 크게 인문교육 과정과 직업교육 과정으로 나뉜다. 전통적으로 인문고등학교로 진학하는 학생들이 많았으나, 직업고등학교에 진학하는 학생들이 점차 늘어나 최근 들어서는 종합학교 졸업생들의 거의 절반 정도가 직업고등학교에 진학하고 있다(Finnish Minisrty of Education and Culture, 2014).
인문고등학교는 대학 진학을 준비하는 과정이고, 직업고등학교는 직업을 준비하는 과정임을 고려해 볼 때, 고등학교 입학 과정에서 국가 전체적으로 인문고등학교 진학자와 직업고등학교 진학자가 각각 절반 정도로 나누어진다는 것은 의미 있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이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인문고등학교 졸업생들은 대체로 대학에 진학하고, 직업고등학교 졸업생들은 대체로 직업 시장으로 나가게 되는데, 이는 해당 연령대 학생들의 대학 진학 수요나 경쟁을 그만큼 낮춰주게 된다. 물론, 핀란드에서 직업고등학교 졸업생들 중 대학 및 폴리테크닉대학에 진학하는 학생들이 없지 않고, 또 진학 과정에서 어떠한 제약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직업고등학교 졸업생들의 대학 진학은 소수에 그치고 있는 점을 고려해 볼 때, 직업고등학교가 대학 입학경쟁을 완화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음은 분명하다고 할 수 있다.
| 연구기반 교육정책 수립
핀란드에서는 교육정책이나 교육의 방향이 정치적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철저히 연구를 기반으로 해서 결정된다는 것이 특징이다. 물론, 의원내각제와 대통령제를 융합한 정치체제를 갖고 있는 핀란드에서도 주요 교육정책은 의회에서의 협의와 의결, 정부의 공표와 집행을 통해 이루어지지만, 의회나 정부의 역할은 실제 운영 과정에서의 효율 및 효과와 관련된 사항들을 결정하고 집행하는 것이며, 실질적인 정책의 내용의 방향은 철저한 연구를 통해 만들어진다.
핀란드에서 교육정책을 구안하고 기획하며, 입안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는 곳이 국가교육위원회이다. 핀란드의 국가교육위원회는 국가 차원의 교육을 연구·기획·협의하는 역할을 맡고 있는데, 교육부 산하기관이기는 하지만 그 운영은 교육부나 정부로부터 철저히 독립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Finnish National Board of Education, 2014). 하지만 교육부·정부·의회와 긴밀한 협의 가운데 국가의 교육정책을 연구하고 만들어 내고 있어, 마치 몸 전체와 유기적인 연계 관계 속에서 작동하고 있는 뇌의 역할과 비슷한 역할을 하는 곳이 국가교육위원회라고 할 수 있다.
국가교육위원회는 국가교육의 연구 및 기획을 맡고 있는 곳으로서, 일반행정가들도 참여하여 관련 업무를 맡고 있기는 하지만, 핵심적인 역할은 연구·기획의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전문 연구자, 학자들이 맡고 있다. 즉 전문연구자인 연구자나 학자들이 일정 기간 국가교육위원회에 근무하면서 일반행정가들과 협력하여 연구·기획을 통해, 국가 교육정책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이들이 만들어 낸 이 정책안을 바탕으로 국회나 행정부 내에서 논의와 협의, 결정이 이루어지는 것이다(Finnish National Board of Education, 2014).
이와 같이 핀란드는 교사중심의 교육개혁, 협력적 교육 리더십, 체계적인 교육 경로, 연구기반 교육정책 수립 등을 바탕으로 국가 교육정책을 운영함으로써, 외부적인 역경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교육의 본질을 지키며 교육 성공을 이룬 대표적인 나라이다.
김병찬 경희대학교 교육대학원 교수
bckim@kh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