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육(敎育)의 질은 교사(敎師)의 질을 넘지 못한다.’라는 말이 있다. 교사의 역할과 수준이 그 어떤 교육기제보다 중요하다는 뜻이다. 충북발전연구원의 충북경제교육센터는 자체 강사를 발굴하여 양성하는 프로그램이 활성화되어 있다. 다른 지역센터들이 한결같이 가장 시급한 문제로 자체 강사 양성이라고 말했던 터라 충북경제교육센터의 강사 양성 과정이 더욱 궁금해졌다.
| 스터디 - 시뮬레이션 - 평가 단계 거쳐 교단에 서
지난 7월, 진천군 사회복지관에서 열린 경제캠프에 참여했던 강사들이 충북경제교육센터 회의실에 모두 모였다. 수업 내용을 평가하고 개선점을 모색하기 위해서다.
“게임 자체가 어렵지는 않았지만, 체험을 하면서 경제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마무리 시간이 부족해 아쉬웠습니다.”
“체험학습에서 조별 활동 점수를 공정하게 집계할 수 있도록 모니터링 시스템을 더욱 체계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날 평가회의는 최상숙 경제교육지도사의 진행으로, 강의 내용 및 수준부터, 게임의 효과성, 수업분위기, 시간 배분, 장소의 적절성, 아이들의 돌발행동들까지 함께 공유하고 이야기하는 허심탄회한 분위기였다.
최상숙 지도사는(현 어린이경제신문 충북지부 지부장) 20년 경력의 경제교육 전문강사다. 충북경제교육센터에서 자체 강사 양성을 위해 2009년 최 지도사를 초빙하였다. 어린이 청소년·경제 수업의 질 관리에 총 책임을 맡고 있으며, 강사들의 강사인 셈이다.
“2~3년의 단위로 40명의 강사를 선발하지만 실제로 교단에 서는 강사는 이 중 1%뿐입니다.”고상미 충북경제교육센터 연구원의 말이다. 역량강화 수업 이수, 프로그램 개발 및 발표, 그리고 실제 교육이 이뤄지는 현장에서 보조교사 등으로 경력을 쌓아야 하는 과정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란다. 강사의 자질을 갖춘 사람을 뽑아서 바로 투입하는 것이 아니라, 강사가 될 가능성이 있는 사람을 선발하여 양성하다 보니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탈락하는 것이다.
사명감이 필수적이라는 이혜영 강사는 “보조교사 역할일 때는 보수도 받지 못하기 때문에 아이들과 상호작용하는 것을 즐기지 않으면 모든 과정을 이수하기가 쉽지 않다.”라고 말한다. 또한 수업 질에 대한 평가 및 피드백이 바로 돌아오기 때문에 끊임없이 고민하고 공부할 수밖에 없단다.
처음 강의할 주제나, 새롭게 시연할 체험학습은 그룹별로 스터디를 먼저 진행한다. 이후 자체 시뮬레이션으로 충분히 연습한 후, 최종적으로 충북경제교육센터의 평가를 거친다. 현장에서 수업을 할 때도 처음부터 정교사가 되는 경우는 드물다. 보조교사로 현장 경험을 익힌 뒤 정교사로 투입된다. 그리고 수업 평가회의를 통해 다시 피드백의 시간을 갖는다.
지난 3월에는 기획재정부·충청북도 주최, 충북경제교육센터·충남경제교육센터·대전경제교육센터가 공동 주관하여 ‘충청권 경제교육 전문강사 역량강화 워크숍’을 개최했다. 충청권 경제교육 전문강사 및 외부 경제교육 관계자 등 50여 명이 참석하여 경제교육과 체험형 경제교육에 대해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 강사활동으로 수입은 물론이고 자기계발에 육아까지 가능해 일석삼조
현재 활동 중인 경제전문 강사의 전공은 각기 다르다. 정연정 충북경제교육센터장은 처음으로 강사 모집을 했을 때 걱정을 많이 했단다. 최소한 경제학을 전공한 사람들이어야 강사로서 자격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하지만 정 센터장은 이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우리가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것은 경제학이 아닌 ‘경제’이고, 이를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눈높이 교육이라는 것을 깨달았다.”라고 말한다. 열심히 노력하여 교단에 선 강사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이제는 그들을 인정하게 됐고, 현장에 나가 수업 참관을 하면서 그들을 격려하기도 한단다.
각기 다른 전공의 강사로 모였지만 모두에게 예외 없이 적용되는 공통점이 있다. 첫째는 여성, 둘째는 아이의 엄마, 셋째는 육아로 인한 경력단절을 겪었다는 점이다.
이태숙 강사는 “이 일을 시작할 수 있게 된 가장 큰 동기가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라고 말한다. “능력 있는 여성이 육아로 인해 경력단절을 겪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죠, 강사활동을 통해서 공부(자기계발)도 하고, 육아까지 가능하니 일석삼조”라며, 이보다 더 좋은 프리랜서 직업은 없을 거란다. 또한 여성과 육아 경험의 공통점 때문에 아이들을 대하는 것이 더욱 자연스럽고 강사들만의 친목도 두둑하다.
“항상 교육 때마다 정장을 입던 강사분인데, 유치원생 교육 때엔 원색의 캐주얼한 옷을 입고 나타나셨어요. 아이들과 친해지기 위한 강사의 세심한 배려였습니다.”충북경제교육센터 고상미 연구원의 말이다. 또한 아이들과 이야기할 때도 무릎을 꿇고 눈을 맞추는 모습에서 눈높이 교육을 실천하려는 강사분의 진심이 느껴졌다고 한다. 고 연구원은 현장에 나가보면 사소하지만 인상적인 일들이 많다며, 강사 분들이 우리 센터의 가장 큰 자산이라고 강조한다.

2008년 출범한 충북경제교육센터는 어린이·청소년 경제교육뿐만 아니라, 주부·농어민·노동자·소상공인·여성·노인 등 모든 도민을 대상으로 경제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충북 도민이면 누구나 신청하고 수강할 수 있는데 경제일반 및 시사경제, 국가경제정책, 지역경제, 부동산, 금융생활(재무설계·자산관리·재테크 등), 소비자 구제, 조세 및 세테크, 자녀경제교육법 등 다양한 주제의 과목이 개설돼 있다. 또한 이 주제 외에도 희망하는 주제가 있으면 강의가 개설되기도 하는데 청주 소년원의 성공적인 사회 복귀와 재비행 예방을 위한 금융교육, 노인대학의 행복한 노후설계를 위한 경제교육의 경우가 그랬다.
| 충북도민이면 누구나 교육을 수강할 수 있고 원하는 강의가 새롭게 개설되기도 해
지난해에는 총 11,911명을 대상으로 318회의 경제교육을 실시하였다. 다문화·노인·장애인 등의 취약계층과 학부모·군부대 등 일반인 대상 경제교육 98회, 체험교육 및 경제캠프 203회, 전통시장 캠프 17회가 진행됐다.

한편, 경제교육연구 및 교재를 만드는 작업도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2011년에 발간한 ‘나는야 CEO’는 체험형 경제교육 프로그램으로 학교 현장의 교사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매뉴얼화시킨 책이다. 2012년에는 용돈의 경제학, 꿈을 잡아라, 기업가 정신 등의 담긴 ‘알기 쉽고 재미있게 배우는 경제이야기’를 발간했다.
교육의 도시 청주에서 만난 충북경제교육센터는 ‘쉽게 배우고 익히고 실천하는 경제’를 모토로 경제교육에 대한 끊임없는 연구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앞으로는 상대적으로 경제정보에 취약한 노인·이주여성·북한이탈주민 등 취약계층 대상 교재개발과, 물질적 풍요 속에 시장경제에 대한 잘못된 이해와 그릇된 경제관을 치유하는 경제교육에 더욱 초점을 맞출 계획이라고 한다. 생활 속 경제교육을 통해 ‘행복 충북’이 앞당겨지길 기대해 본다.
정리 | 이지은 · 안선경
KDI 경제정보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