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공휴일임에도 불구하고 학교를 찾는 이들이 있다. 그 주인공은 서울 서라벌고등학교 시사경제동아리 ECON이다. 주중에 이루어지는 정규 동아리 활동시간은 다양한 활동을 담기에 한계가 있어, 부원들은 주말이나 공휴일에 미처 다 하지 못한 동아리 활동을 이어 나간다. 주로 사회 이슈 토론을 하거나 경제 관련 서적을 읽은 후 동아리 부원들에게 경제 강의를 해 보는 것으로 내실을 다진다.

| 경제지식 공유의 현장에서 나눔의 행보 이어져
ECON은 동아리 활동으로 축적된 경제지식을 사회적으로 공유하고 나누는 것에 직접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경제에 관심이 많은 인근 학교의 동아리들과 연합동아리를 만들어 활동하고, 전국 고등학교 경제동아리들과 정기적인 모임을 통해 사고의 폭을 넓혀가며, 지식 공유의 현장에서 발을 떼지 않고 있다. ECON의 이러한 활동 중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이 있다. 3년째 이어오고 있는 지식 나눔 행보가 바로 그것이다.
ECON은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배운 것을 사회적으로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 끝에 새싹경제캠프(이하 캠프)를 고안해 냈다. 캠프 기획에서부터 진행까지 도맡고 있는 동아리 부원들은 각자가 선생님이 되어 경제를 접할 기회가 적은 어린 학생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제공한다.
캠프는 시작부터 순탄치 않은 길을 걸어왔다고 한다. 김가온(3학년) 군은 “학교에서 나오는 예산만으로 캠프를 진행하기는 턱없이 모자랐어요. 생각보다 많은 돈이 필요하더라고요.”라며 예산 문제로 어려움을 겪던 때를 회상했다. 이 문제는 여성가족부에서 주최하는 청소년 참여 프로그램 공모 사업에 선정되면서 해결할 수 있었다. 캠프를 지원해주는 기관이 여성가족부라는 사실은 캠프의 신뢰도를 제고시키는 데도 큰 역할을 했다.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검증을 받지 않은 채로 캠프를 진행하려는 저희들을 신뢰하지 못하거나 우려하시던 분들의 걱정을 덜 수 있는 계기가 되었어요.” 정인수(2학년) 군은 이때부터 캠프가 ECON과 학교, 그리고 정부기관이 함께 한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며 더 큰 책임감과 사명감을 가지게 되었다고 덧붙였다.

| 캠프를 통해 성장한 학생들
주제 선정과 난이도 조절은 ECON이 표방하는 ‘눈높이 맞춤 강의’에 직결되는 부분으로, ECON 부원들은 이때 가장 집중력을 발휘한다고 한다. 각자 선호하는 주제나 프로그램이 다르다보니 주제를 선정하면서 동아리 부원 간 의견대립은 피할 수 없지만, 이로 인해 ECON은 서로의 의견차를 합리적으로 좁히는 법을 터득하고, 스스로 성장과 발전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정준영(2학년) 군은 “강의 주제를 10개로 추리고 그 주제로 수업의 난이도를 조절하는 게 가장 어려워요. 난감할 때도 있고요. 하지만 어려운 만큼 그 단계의 중요성을 체감할 수 있었어요.”라고 말했다.
ECON은 교육을 하는 사람과 교육을 받는 사람 간에 학습 및 이해의 수준차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캠프 시작 전까지 수차례 모의 수업을 갖는다. 예상치 못한 돌발 상황에 미리 대처해 보는 연습도 한다. 박재혁(2학년) 군은 “모의 수업에서는 수업을 방해하는 학생들이나 쉽게 수업을 따라오지 못하는 학생들, 수업 내용과 관계없이 엉뚱한 질문을 하는 학생들에 대한 대비도 해요. 모의수업을 해 본 것과 안 해본 것은 확실히 차이가 있더라고요.”라며 캠프 시작 전까지 수차례 이루어지는 모의수업을 통해, 프로그램을 세부적으로 다듬어 나갈 수 있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1년에 이틀 선생님이 되어보는 ECON 부원들에게 이 시간은 남다른 의미가 있다고 한다. 수업을 준비하는 선생님의 마음을 헤아려볼 수 있고, 자신의 수업 태도가 어땠는지까지 되돌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8월 4~5일 수암초등학교에서 제3회 새싹경제캠프가 열렸다. 이 캠프에 참여한 전민규(수암초 3학년) 군은 “게임(부루마블 게임)과 가짜 돈(가상 화폐)으로 갖고 싶었던 색연필과 필통을 살 수 있었어요. 그리고 골든벨 할 때 이틀 동안 열심히 수업을 들었기 때문에 아는 문제가 많이 나와서 정답을 많이 맞췄어요.”라고 소감을 전하며, 다음 캠프에도 참여하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캠프는 참여한 학생뿐만 아니라 학부모들로부터도 많은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들은 주위 반응에 들떠서 프로그램을 확대 운영해 나가기보다 선택과 집중의 자세를 유지하여 캠프의 깊이를 다지겠다는 의지를 보인다. 캠프를 마무리할 때마다 프로그램에서 잘못된 점과 보완할 부분을 잘한 점보다 먼저 짚어보는 ECON의 모습에서 경제교육을 향한 진정성이 느껴졌다.
취재·정리 | 박수정·박진채
KDI 경제정보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