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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경제교육(종간)
나라의 살림살이를 잘 하기 위한 정부의 역할은?
김광호 한양대학교 경제금융학부 교수 2014.09.30

민간경제를 구성하는 가계와 기업은 다양한 방법으로 수입을 얻어 필요한 곳에 지출한다. 가계는 기업에 생산요소를 공급하는 대가로 소득을 얻어 필요한 소비활동을 영위하고, 기업은 생산요소를 구입해 생산한 재화와 서비스를 판매하여 그 수입으로 생산요소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고 이윤을 얻는다. 구체적인 방식은 다르지만 두 경제주체 모두 적절한 방법으로 재원을 확보하고 그를 바탕으로 필요한 경제활동을 수행한다.

정부는 가계 · 기업과 함께 국민경제를 구성하는 중요한 한 축이다. 정부 역시 경제주체인 만큼 어떤 방식으로든 재원을 조달하여 필요한 활동을 수행해야 한다. 이러한 활동을 재정이라고 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재정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행정활동이나 공공정책을 시행하기 위해 자금을 조달해 관리하고 이용하는 경제활동을 가리킨다.

쉽게 말해 나라의 살림살이를 뜻한다고 보면 된다. 한 가정의 살림에도 수입과 지출이 있듯이 나라의 살림인 재정에도 수입과 지출이 있다. 국가의 주요 수입원은 국민들이 납부하는 세금이다. 한편 가계가 집이나 자동차와 같은 자산을 가지는 것처럼 정부도 국유지나 공공시설과 같은 자산을 가진다. 정부는 또한 가계처럼 빚을 지기도 하는데, 지출이 수입을 초과할 경우 부채로 그 차이를 조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나라의 수입과 지출, 자산과 부채의 관리와 관련한 모든 활동이 바로 재정이다.


| 정부의 재정은 어떻게 구성될까?

앞에서 정부의 주 수입원은 세금이라고 했는데, 이러한 세금을 국가가 어떤 명목으로 얼마나 걷어서 어떤 항목에 얼마씩 지출할지에 대한 계획을 예산이라고 한다. 그런데 재정에는 예산만 있는 것이 아니라 기금도 있다. 기금은 국가가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자금을 신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법률로 설치한 특정 자금을 말한다. 가령 연금 사업이나 보험 사업처럼 특수한 정책목적 실현을 위한 사업은 예산으로 운영할 경우 여러 제약으로 인해 사업목적을 효과적으로 달성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 이러한 제약으로부터 벗어나 사업을 좀 더 탄력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조성하는 자금이 바로 기금이다. 정부의 재정은 이렇게 예산과 기금으로 구성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2013년 총수입이 360조 8천억 원이었는데, 이 중 예산이 241조 5천억 원, 기금이 119조 3천억 원으로 대략 2:1이었다.

재정의 개념이나 구성에 대한 얘기는 이 정도로 하고, 이제 정부가 이러한 재정을 통해 수행하는 역할에 대해 생각해보자. 정부가 수행하는 역할은 매우 다양한데 경제학자 머스그레이브(Richard Abel Musgrave)는 이를 효율적인 자원배분, 소득과 부의 재분배, 경제안정화의 세 가지 기능으로 정리하였다.


| 시장실패를 보완해 효율적 자원배분 실현

우선 정부는 사회의 경제적 자원이 효율적으로 활용되도록 자원배분을 조율한다. 이상적인 상황에서 시장경제는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현실 경제에서는 그러한 이상적인 상황이 달성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 따라서 정부의 개입 없이 시장 기능에 맡겨둘 경우 자원배분이 비효율적일 수 있게 되며 이를 시장실패라고 한다. 교과서에 자주 등장하는 공공재나 외부성이 대표적인 예이다. 잘 알려진 것처럼 공공재는 비경합성과 배제불가능성으로 인해 시장에 맡겨두면 매우 적게 공급되거나 아예 공급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이 경우 정부가 세금 등으로 마련한 재원으로 직접 공공재를 공급해 자원배분의 효율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한편 외부성이 있는 경우에는 부정적인 외부성은 과도하게 발생하고 긍정적인 외부성은 과소하게 발생하는 문제점이 발생한다. 부정적인 외부성은 규제와 같은 방법을 이용해 적정수준으로 유도할 수도 있으나, 긍정적인 외부성은 이와 달리 보조금을 지급해 그 행위를 장려해야 하므로 재원 투입이 필요하다.


| 공평성과 국민 생활의 질을 고려한 소득재분배 실시

다음으로 정부는 공평한 소득분배의 실현을 위해 힘쓴다. 어느 사회가 효율적인 자원배분을 달성했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반드시 바람직하다는 보장은 없다. 소득이나 부가 일부에게 집중된 경우 공평성 측면에서 문제가 발생하며, 이로 인한 사회적 갈등이 장기적으로 효율성을 저해할 수도 있다. 또한 공평성의 문제를 떠나서라도 국민 모두에게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기본적 삶을 보장해줄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주로 누진적 소득세를 이용하여 소득재분배를 시행한다. 즉 소득이 높을수록 적용되는 세율을 높이고 이렇게 마련된 재원으로 빈곤층을 지원한다.


| 경제의 안정과 장기적인 성장을 위해 고용 촉진, 물가 안정, 국제수지 균형 등에 집중

정부는 거시경제적 관점에서 경제가 안정되고 장기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힘쓴다. 이를 위해 정부는 다양한 재정 · 통화정책을 통해 고용을 높이고 물가를 안정시키며 국제수지 균형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한다. 또한 장기적인 성장동력을 발굴하여 성장잠재력을 높이기 위해 힘쓴다. 최근 고령화 · 저출산 경향이 심화되면서 향후 경제성장에 장애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예측이 대두되고 있는데, 이에 대응하기 위한 출산 · 보육지원 정책도 바로 이 세 번째 기능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국가가 재정을 운용할 때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재정건전성이다. 가계가 지속적으로 수입을 초과하여 지출할 경우 문제가 생기는 것처럼, 국가도 충분한 수입의 뒷받침 없이 적자재정에 의존하여 지출을 지속적으로 과도하게 늘릴 경우 큰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최악의 경우 국가신용도가 추락하고 국가부도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따라서 국가재정이 건전하게 유지되도록 항상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다행히 우리나라의 경우 GDP 대비 국가채무의 비중으로 측정한 재정건전성은 좋은 편이다. 현재 국가채무비율이 OECD 국가의 대략 3분의 1 수준인 것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최근 이 비율이 상대적으로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고 향후 고령화로 인해 복지지출 증가가 예상되는 만큼 재정건전성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특히 경제 · 사회적 타당성과 필요성에 입각한 분명한 기준에 따라 예산을 배분해 재정지출의 효율성을 높이고, 정치적 목적에 따른 중복적이고 낭비적인 지출을 과감히 도려내야 할 것이다.


김광호 한양대학교 경제금융학부 교수

kwanghokim0807@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