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public finance)은 정부가 공공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행하는 모든 경제적 활동으로 정의된다. 세입은 재정의 주된 수입원으로, 정부가 돈을 쓸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기반이다. 여기서 정부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로 나뉘고, 세입은 조세수입과 세외(稅外)수입으로 구성된다. 세입에서는 조세수입이 훨씬 더 중요한데, 중앙정부의 조세수입은 ‘국세’를 통해, 지방정부의 조세수입은 ‘지방세’를 통해 걷힌다. 우리나라의 조세수입은 국세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크다.
국세는 내국세와 보유세, 목적세, 관세로 분류될 수 있다(그림 1). 그 중에서 내국세가 89.4%를 차지해 가장 중요하다(그림 2).


| 무엇이 직접세이고, 또 무엇이 간접세일까?
국세는 직접세와 간접세로 구분된다. 세금을 낼 의무가 있는 사람(납세자)이 세금을 부담하는 사람(담세자)과 같으면 직접세, 다르면 간접세라고 분류한다.
예컨대 소득세는 개인의 소득에 대해 법에 따라 소득공제를 하고 난 부분인 ‘과세표준’에 그 규모에 따라 차등적으로 세율을 적용해 부과하는 세금인데, 비록 납세의 편의나 국가의 연중 고른 세수 확보를 위해 원천징수를 하지만 세금을 부담하는 개인이 궁극적으로 세금을 낼 의무가 있다는 점에서 직접세이다. 법인세는 기업의 소득세와 같은 것으로 법인이 올린 수입에서 각종 비용을 빼고 난 이익에 세금을 매기는데, 이 역시 직접세이다. 이외에 재산이 무상으로 이전되는 경우에 그 재산을 받은 사람에게 부과되는 상속세와 증여세도 직접세이다.
반면, 부가가치세는 재화나 서비스가 생산, 유통되는 각 단계마다 새로 추가된 가치, 즉 ‘부가가치’에 대해 구매자가 세금을 부담하는 것인데, 구매자가 직접 국세청에 세금을 납부하는 것이 아니라 판매자가 구매자에게 부가가치세를 더한 금액까지 받아두었다가 대신 납부하기 때문에 간접세로 본다.
보석 · 귀금속 · 모피 등 사치성 품목, 고급사진기나 자동차 등 고급 내구성 소비재, 경마장 · 골프장 · 카지노 · 유흥주점 등의 이용이나 출입에 부과되는 개별소비세와, 주류에 부과되는 주세도 간접세이다.
그 외에 재산권의 변동이나 승인 등을 표시하는 증서에 정부가 발행한 인지를 우체국 · 은행 등에서 사서 붙이면서 부담하는 인지세와, 주식 등을 팔 때 거래를 중개한 증권회사 등에서 떼어두는 증권거래세 역시 간접세로 본다.
그러나 경제학적으로 봤을 때, 납세자와 담세자의 일치 여부에 따른 이러한 직접세와 간접세의 구분은 정말 형식적인 것이다. 왜냐하면 직접세든 간접세든 실제로 세금을 부담하는 사람은 각종 세법에서 가정한 사람과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간접세인 부가가치세의 경우 구매자가 세금을 부담한다고 가정되고 있으나, 실제로는 판매자가 그러한 구매자 부담을 감안하여 자신의 몫인 총판매가격에서 세금을 뺀 부분을 조정하기 때문에 부가가치세 부담의 일부를 판매자가 나눠질 수도 있는 것이다.
예컨대 부가가치세가 인상되면, 판매자는 그 결과 소비자가격이 인상되어 판매가 줄어들 것을 우려해 자신의 몫을 줄여 소비자가격 인상폭을 부가가치세 인상폭보다 적게 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 최근 정부에서 부가가치세 인상이 거론되면서 산업계에서 우려의 목소리를 낸 것은 이 때문이다. 부가가치세의 담세자가 구매자만이 아닌 것이다.
| 소득분배 관점에서 생각하는 조세의 부담
세금을 부담하는 담세자가 세법에서 가정하는 것처럼 그렇게 단순하게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면 조세제도를 바꾸려고 할 때에는 파급효과까지 고려하여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다시 부가가치세의 예로 돌아오면, 부가가치세가 인상되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소비자가격이 올라 소비가 위축된다. 이 때 소비가 위축되는 정도는 거래되는 재화나 서비스의 속성에 따라 다를 것이다.
가령 생활에 필수적인 재화나 서비스, 즉 필수재는 소비자가격이 오르더라도 소비량이 크게 변하지 않는다. 대신 판매자도 그 때문에 자신의 몫을 줄여 부가가치세 인상 부담을 나눠지려는 노력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부가가치세 인상 부담을 구매자가 거의 다 지게 된다. 조세가 소득분배의 역할도 해야 한다는 입장에서 보면, 이렇게 소득이 많건 적건 사야 하는 필수재에 있어 구매자의 세금 부담이 크다는 점은 부가가치세 인상을 반대할 이유가 된다.
직접세인 소득세나 법인세라 하더라도 담세자가 전적으로 세금을 납부하는 개인이나 법인인 것은 아니다. 소득세율에 변동이 생기면 소득을 얻는 개인뿐만 아니라 예컨대 근로자들에게 임금을 주는 회사들도 소득세를 제외한 실질임금을 조정해야 할 필요에 처할 수도 있다.
기업의 소득세라는 법인세의 경우, 법인이란 ‘법에 의해 만들어진 사람’이고 세금 부담은 궁극적으로 진짜 사람인 ‘자연인’이 지는 것이기 때문에 법인세가 바뀌면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넓은 범위의 사람들에게 그 영향이 미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접세가 간접세에 비해 훨씬 더 경제적 능력에 따른 과세가 된다는 점에서 소득분배의 관점에서 더 바람직하다는 평가를 받는 것이다.
민세진 동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sejinmin@dongguk.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