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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경제교육(종간)
세출은 왜 ‘기능별’로 하는 걸까?
이철인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2014.09.30

본고에서는 정부재정의 기능별 세출에 대해 살펴보기로 한다. 세출이란 특정 회계년도에 있어서의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그 목적을 수행하기 위한 일체의 지출을 지칭한다. 세출은 정부의 예산 수립을 통해 집행되므로 세출예산의 지출이라 볼 수 있다. 2013년 세출의 규모는 같은 해 국민총생산(GDP, 1,428조 3천억 원)의 24%에 육박하는 큰 금액으로서 이를 어떻게 이해하고 관리 · 조정해 나가야 하는지가 우리 사회의 모습과 특성을 결정하는 중요한 주제이다. 모든 세출예산의 항목을 열거하고 결산을 철저히 하는 것이 기본이겠지만 이때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게 되는 우를 범하기 쉽다. 따라서 뭔가 분명한 기준을 삼아서 세출예산을 분류해보고 개선해 나아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전체 세출예산을 기능별로 분류하고 그 구성에 대해 논의하는 관행이 통용되고 있다.


| 기능별 세출의 기준: 효율성 · 형평성 · 안정성을 현실의 구체적 기능과 연계

기능별로 분류하는 전통의 이면에는 다음과 같이 국가재정을 바라보는 기준이 내재되어 있다. 현대 재정학의 태두인 머스그레이브(Richard Abel Musgrave)의 『공공재정이론(The Theory of Public Finance, 1959)』에 따르면, 사회후생을 극대화하기 위한 정부 역할을 세 가지로 나누어 보는데, 먼저 자원배분 효율성 증진, 분배 형평성 증진 그리고 거시경제의 안정성 증진을 대표적 기능으로 보고 있다. 사회후생 극대화를 위해 효율성 · 형평성 · 안정성을 제고해야 하는 것이고, 이를 현실의 구체적 기능(예: 보건 · 복지, 경제, 교육, 국방 등)들과 연계시켜 세출예산을 기능별로 분류하는 것이다.

아래에서는 이러한 기본적 이론 하에서 우리나라의 세출예산을 살펴본다. 먼저, 세출총량은 대부분 매년 세수입으로부터 조달되는 예산과 별도로 조달하는 기금재원을 합하여 집행금액이 결정되는데 2013년도에는 약 342조 원으로 집계되었다. 이 중 예산은 243.6조 원이며 기금수입은 98.3조 원으로서 양자의 합이 세출 재원이 된다.


| 2013년 세출: 사회의 분권화 · 다원화 · 고도화 신장
  보건 · 복지 · 노동분야 28.4% > 경제분야 21.9%

다음으로 총세출을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13년도 예산개요를 이용하여 기능별로 분류해보면 다음과 같다. 전체 재정에서 차지하는 분야별 비중은 보건 · 복지 · 노동분야(28.4%), 경제분야(21.9%), 교육분야(14.5%) 순으로 구분된다. 과거 국방과 경제분야에 재정지출이 집중적으로 이루어져 오다가 우리 사회가 보다 분권화 · 다원화 · 고도화의 과정을 거치면서 점차 재분배 기능을 강화함에 따라 보건 · 복지 · 노동분야 지출이 국방 · 경제분야의 지출을 초과하게 된 것은 괄목할 만한 변화이다. 교육분야 지출이 상위 세 번째 지출항목을 이루고 있는데, 이는 교육을 통한 소득재분배가 생산적인 복지라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으며 동시에 물적자원이 부족한 사회에서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이루어내기 위하여 인적자본 축적이 필수적이라는 인식에 기인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그 다음 규모로서 국방관련 지출, 공공질서 및 안전분야 지출, 환경, 문화 · 체육 · 관광, 외교 · 통일분야 지출이 뒤를 잇고 있다. 분단국가로서 국토방위 관련 예산이 높을 수밖에 없으나 1980년대에 총지출의 30%를 넘어서던 때에 비해 그 비중이 대폭 감소한 것은 우리 사회가 그만큼 다양한 가치를 추구하는 데 따르는 대가로 이해할 수도 있다. 공공질서 및 안전분야 등 기타 지출 또한 한 국가의 운영에 필요한 치안 및 안전, 환경보존, 문화육성, 국익제고 등의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불가피한 지출이다. 다만, 아직까지 복지 및 경제분야와 관련된 지출이 워낙 시급하다 보니 우선순위에서 아래에 있으나, 향후 우리 사회의 변화에 따라 언제라도 기능별 세출의 구성이 바뀔 수 있다.

세출의 근현대사를 회고해보면, 과거 우리나라는 공동체의 안정적 유지 그리고 의식주 등 인간에 필요한 기본적 욕구 충족이라는 차원에서 국방 및 경제분야에 집중했다. 그러나 경제성장 이후 인간의 기본권 보장, 평등에 관한 사회적 인식이 강화되면서 소득재분배 및 복지 관련 세출의 증가추세로 이행하고 있다.

최근 경제성장 · 소득재분배뿐만 아니라 각종 안전 · 기본 질서에 대한 인식제고, 사회구성원들의 소양 함양 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는 시기에 직면하고 있어, 향후 이러한 분야에서 세출의 구성비중이 커지리라 예상할 수 있다. 끝으로, 정부기능을 수행하기 위한 조직운영에 사실상 자동적으로 세출의 16.3% 가량이 일반 공공행정의 명목으로도 지출되고 있다.


이철인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leeci@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