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드디어 쌀 수입을 관세화하기로 하였다. 쌀 수입 관세화란 무엇이며, 정부는 왜 쌀 수입을 관세화하려 하는지, 일부 농업인들은 왜 반대하는지 알아보자.
| 무역자유화 속 쌀 수입 자유화
누구든 관세를 지불하면 쌀 수입을 할 수 있음을 의미
세계무역기구(WTO)는 자유무역을 표방하는 국제기구다. 현재 회원국 수가 160개이니 전 세계 거의 모든 나라가 참여하는 셈이다. WTO는 왜 무역자유화를 추구하는 것일까? 국가 간에 자유로운 무역거래가 이루어져 각국의 생산자들이 국제시장에서 서로 경쟁하게 되면, 상품의 가격은 더 낮아지고 품질은 더 높아져서 세계의 소비자들에게 더 많은 이익이 돌아갈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자유무역에 의한 국제경쟁이 모든 사람에게 다 좋은 것은 아니다. 경쟁에서 뒤처지는 국가나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수입이 줄거나 심지어는 일자리를 잃는 위험에 직면하게 된다. 다행히 우리나라의 많은 산업들은 값싸고 질 좋은 상품을 생산하여 국제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우리 정부가 WTO에 참여하고 각종 자유무역협정(FTA)을 적극적으로 진행하는 이유는 그만한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우리의 농업은 자유무역을 감당할 만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인구밀도가 높아서 농산물 생산에 필요한 농지 가격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특히 쌀은 가장 중요한 농산물임에도 불구하고 축산이나 과실·채소농사보다 넓은 농지를 필요로 하므로 국제경쟁력을 갖기가 더욱 어렵다. 따라서 1995년 WTO 출범 당시 우리나라는 쌀을 ‘특별취급’하여 수입 자유화를 10년간 뒤로 미룰 것을 주장하였고, 그것이 받아들여져 쌀 수입을 10년간 유예하게 되었다. ‘쌀 수입 자유화’를 ‘쌀 수입 관세화’라고도 하는데 그 이유는 쌀 수입 자유화란 누구든지 관세를 지불하면 쌀 수입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 쌀 관세화 유예의 득과 실
두 번에 걸친 쌀 관세화 유예로
우리는 매년 40만 9천 톤의 외국 쌀을 도입해야 해
우리나라는 1995년과 2004년 두 번에 걸쳐 쌀 관세화를 유예했다. 1995년에서 2014년까지 20년간 쌀 수입을 원칙적으로 금지한 것이다. 이것은 WTO의 무역자유화 원칙에 대한 예외이므로 WTO는 예외를 인정해주는 대신 일정량의 쌀을 의무적으로 수입하되 그 양을 매년 약 2만 톤씩 증가시킬 것을 요구했다. 그 결과 20년이 지난 2014년 현재 우리는 매년 40만 9천 톤의 외국 쌀을 의무적으로 도입해야 하는 부담을 지게 되었다.
쌀 농업에 시장개방의 충격을 극복할 시간적 여유를 주기 위해 시작한 쌀 수입 관세화 유예는 오히려 짐이 되고 있다. 일례로 농림축산식품부 통계에 따르면 2012년 의무수입물량을 사들이고 관리하는 데 지불한 농업예산은 무려 3천 3백억 원에 달했다. 이 돈을 쌀 생산농가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데 사용했더라면 한층 유익했을 것이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국내 소비량의 9%에 달하는 막대한 의무도입 쌀이 국산 쌀보다 상당히 싼 값으로 거래되는 점이다. 이는 국산 쌀이 시장에서 정당한 가격을 받는 데 커다란 장애가 된다.
쌀 수입 관세화에 반대하는 주장도 있다. 쌀 수입을 자유화하는 것을 불안하게 생각하는 일부 농업인들은 관세화 유예를 계속하면서 의무도입량도 더 늘어나지 않도록 하는 소위 ‘현상유지’가 가능하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가 과거에 두 번의 관세화 유예 협상을 하면서 의무수입량을 늘리지 않으면 안 되었던 선례, 이번에 필리핀이 5년간의 한시적 관세화 의무면제(waiver)를 받으면서 의무도입량을 2.3배 증가시킨 사례를 보면 현상유지를 관철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된다.
쌀 수입을 관세화한다면 관세율은 어떻게 정해지는가? 쌀 관세율 결정은 우리 정부가 적정한 관세율을 정하여 관세화로 전환하기 3개월 전에 WTO에 통보하면 이해 당사국들의 검증을 거쳐 WTO가 인정하는 절차로 이루어진다. 관세율은 우리보다 먼저 관세화를 단행한 나라들의 선례와 WTO 규정을 신중히 고려하여 쌀 수입을 막을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높게 책정하되 무리하게 높은 관세율을 책정하여 이해 당사국들이 트집을 잡을 수 있는 빌미를 주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관세율 검증은 검증이라기보다 관세율을 놓고 밀고 당기는, 몇 년이 걸릴지 모르는 길고 지루한 협상에 가까운 것이므로 정부와 농업인들이 참을성을 가지고 서로 신뢰하면서 협력하여야만 WTO에 통보한 관세율을 관철할 수 있을 것이다.
쌀 관세화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대외적으로 적정한 관세율을 책정하여 관세화를 선언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관세화 이후의 대내적인 사후정책이다. 쌀 관세화 이후의 쌀 농업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쌀 농업인들의 소득불안을 해소하는 것이다. 현재 쌀 직불제로 대부분의 소득불안 문제가 해결됐다고 할 수 있으나 농업인들은 보다 정교한 소득안정 제도가 도입되기를 바라고 있다. 그리고 수입쌀이 원산지를 속여 부정 유통되는 것을 막는 방안, 매년 40만 9천 톤에 달하는 의무수입 쌀이 국내 시장에서 안정적으로 소모될 수 있게 하는 기반을 마련하여 의무수입 쌀 과잉으로 쌀값이 떨어지는 사태를 방지하는 정책도 필요하다.

이태호 서울대학교 농경제사회학부 교수
aglee@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