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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경제교육(종간)
9.1 부동산 대책, 공급은 줄이고 수요는 늘리고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 2014.09.30

정부의 9.1 부동산 대책(이하 9.1대책)의 핵심은 수급 조절이다. 말하자면 수요는 늘리고 공급은 줄여 불균형을 해소하는 것이다. 정부는 인구구조와 산업구조 변화로 만성적인 수요부족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꽤 고민한 것 같다. 수요를 자극하기 위해서 부동산시장의 재건축 규제완화 카드를 꺼낸 것도 이 때문이다. 또 하나는 공급카드이다. 수요가 줄어든 상황에서 공급을 줄이지 않고선 시장 회복은 요원하다는 절박함도 깔려 있다. 사실 수도권 주택시장은 2008년 이후 만성적인 공급과잉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이번 9.1대책 보도 자료에서 그동안 사용하지 않던 ‘시장 활력 회복’이라는 용어를 썼다. 과거 부동산대책에서 주로 사용하던 ‘거래 활성화’보다는 시장을 살리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담고 있다.


| 재건축 규제완화, 여기에 주목하세요
재건축 연한(서울시 최장 40년) 최장 30년으로 완화
수혜 아파트는 채산성 낮고 고령자 많아 활성화 미지수

이번 대책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내용은 재건축 규제완화다. 현재 준공 후 20년 이상의 범위에서 지자체 조례에 위임되어 있는 재건축 연한(서울시 최장 40년)을 최장 30년으로 완화하는 것이다. 재건축의 요건도 주차장·배관 외에도 층간소음 등 생활불편으로도 진행할 수 있도록 하고 중소형 의무비율도 완화했다.

재건축 규제완화는 정부가 재건축 아파트라는 불쏘시개를 활용해 전체 시장에 불을 지피겠다는 의도다. 그동안 강남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오르면 다른 지역까지 확산되는 물결효과가 나타났는데, 이번에도 이를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이 영향으로 재건축 아파트 값은 제법 올랐다. 하지만 재건축이 속도를 낼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수혜대상으로 거론되는 아파트들은 용적률이 비교적 높은 중·고층에 중대형 아파트들이 많아 채산성이 높지 않은 점, 재건축을 꺼리는 고령자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렇다.

정부가 이번에 꺼낸 공급축소 계획은 깜짝 카드다. 정부는 대규모 택지 공급시스템인 택지개발촉진법을 폐지하고, 2017년까지 3년간 LH의 대규모 공공택지 지정을 중단한다는 내용이다. ‘앞으로 공급이 줄어들 테니 기다리지 말고 집을 사라’는 노골적인 메시지로 읽힌다.


| 청약 규제완화와 맞물린 공급 축소, 기대효과는 의문
9.1대책 속 대폭적인 신규분양 촉진책이 함께 포함돼
수요자들은 기존 아파트보다 새 아파트를 선호

그런데 과연 이런 메시지를 읽고 수요자들이 기존 주택을 살지, 그리고 공급이 과연 정부 계획대로 줄어들지는 의문이다. 이와 관련해 이번 9.1대책은 대폭적인 신규분양 촉진책이 함께 포함돼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정부는 이번에 수도권 청약 1순위 자격을 종전 2년에서 1년으로 줄였다. 또 예치금액보다 작은 규모의 주택은 자유롭게 청약할 수 있고, 예치금보다 큰 주택도 예치금만 더 내면 곧장 청약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런 청약 규제완화로 수요자들이 기존 아파트보다는 신규분양시장으로 몰릴 가능성이 있다. 지금 시장은 가뜩이나 새 아파트 편식현상이 심하게 나타나고 있다. 소비자들은 이왕 집을 장만하려면 새 집을 사려고 한다. 소득수준 향상으로 주거공간 소비 기대수준이 올라간 때문이다. 청약제도의 규제완화는 신규분양의 쏠림현상을 더 가속화할 것이다. 일부 인기지역에서는 단기 시세차익을 노린 투기성 청약이 대거 몰려들어 시장이 혼탁해질 수 있다. 분양실적이 좋으면 민간업체들은 오히려 공급을 더 늘려 정부의 공급축소 계획이 제대로 먹혀들지 의문이다.

또 하나, 신규분양이 활기를 띠면 기존 주택시장은 오히려 구축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주택시장이 실수요로 재편된 상황에서 신규분양으로 수요가 쏠리면 그것은 기존 주택시장으로 가야할 수요가 단순 이동한 것이기 때문이다. 주택수요가 신규분양으로 쏠리지 않고 기존 매매시장으로 골고루 분산될 수 있게 하는 연결고리가 약하다는 지적이 많다.


| 9.1대책은 ‘지속성’이 성패를 좌우
시간이 지나면 규제완화가 당연하게 받아들여질 가능성
실수요자들이 얼마만큼 시장에 참여할 것인지가 관건

어쨌든 지금은 정부가 강력한 군불 때기를 했으니 일정 기간 시장은 온기가 돌 것이다. 마침 가을 이사철이 시작됐으니 실수요자들이 움직일 시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장의 관심은 어느 정도 지속성을 띨 것인가 하는 문제다. 정부의 집중적인 규제완화는 구매력의 개선 없이 인위적으로 진입장벽을 낮춰 유효수요를 더 만들어내는 것이다.

처음에는 사람들이 규제완화를 신선하게 받아들이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지금 주택시장의 주요 소비층은 투자자보다는 무주택 세입자다. 이들을 포함한 실수요자들이 어느 정도 시장에 참여할 것인가 여부가 시장 활성화의 관건이 될 것이다. 실수요자들이 시장에 지속적으로 참여하기 위해서는 단기적인 수요 자극책보다는 실물경기 회복이나 안정적인 일자리나 소득 등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부동산은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한 나라 경제 펀더멘털의 거울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

land2233@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