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주변의 다른 사람과 생활수준을 비교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필자가 사람들의 비교성향을 알아보기 위해 전국 성인(20~69세) 남녀 3,000명을 대상으로 이 질문을 던진 결과, 3.3%는 매우 중요하다, 32.3%는 약간 중요하다, 39.4%는 그저 그렇다, 20.0%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5.0%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고 응답했다. 즉, 25% 응답자를 제외한 나머지는 타인과의 비교에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것이며, 35.6%는 비교가 중요하다고 분명히 밝힌 것이다.
| 집단주의 문화에서 한국인은 타인의 눈을 의식하고 타인과 비교하는 경향이 강한 편
일반적으로 자아를 사회적 관계 속에서 정의하는 집단주의 문화를 가진 동아시아인은 개인의 독립과 자율성을 중시하는 문화를 가진 서구인에 비해 타인의 눈을 의식하고 타인과 비교하는 경향이 강하다. 한국인은 전근대적 신분제가 일거에 철폐된 후 계층을 초월한 교육열과 학교의 상대평가체제 속에서 비교성향이 더욱 높아졌을 것이다. 단독게임과 경쟁게임을 통해 개인의 비교성향을 파악하는 모의도박실험에서도 자기 몫에만 관심을 보인 미국인에 비해 한국인은 경쟁자와 비교한 상대적인 몫에 더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드러났다.
필자는 설문 응답자에게 몇 가지 가상의 상황을 제시하여 비교성향과의 상관성을 탐구해 보았다. 다음과 같은 가상의 상황에서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

위와 같은 상황이 주어졌을 때 비교성향이 높을수록 사장 옆자리를 선택할 확률이 높았다. 편한 동료 옆자리를 선택할 확률도 높았지만 사장 옆자리만큼은 아니며, 외톨이 수습사원의 옆자리를 선택할 확률은 낮았다.
가치관에 대한 다양한 설문에서는 비교성향과 물질주의 가치관의 강한 상관성이 나타났다. 또한 비교성향이 강할수록 부와 안전, 남들이 우러러볼 성공은 중시하지만, 현재를 만끽하는 것이나 주변 사람들을 돕는 것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리고 비교성향이 강할수록 ‘가족관계가 소원해지더라도 자녀가 좋은 직장을 얻는 데 도움이 된다면 조기유학을 보내는 것이 낫다’, ‘자녀가 좋은 인성을 가진 것보다 공부를 잘 하는 것이 낫다’, ‘국익을 위해서는 과거에 우리나라를 도와준 나라를 등지고 다른 나라와 교류하는 것을 선택해야 한다’, ‘대기업 최고경영자가 큰 사업의 성공을 위해 범한 위법 행위에 대해서는 관용을 베풀 수 있다’와 같은 의견에 대해 찬성하는 경향이 강했다. 더욱이 비교성향이 강할수록 ‘인생의 가장 중요한 성공요인은 행운이나 인맥이 아니라 노력’이라는 데는 동의하지 않았다.
사교육 수요의 목적이 자녀의 순위 상승에 있다면,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이 시키려고 하는 상대적 지위경쟁의 성격을 띠게 된다. 다른 모든 부모들이 사교육비 지출을 올리거나, 내리거나, 전혀 하지 않기로 하는 가상적인 상황이 각각 주어졌을 때 비교성향이 강한 사람들은 사교육비를 올리고 내리는 조정을 하더라도 다른 이들보다는 높은 수준을 유지하려는 경향을 보였다.
한편 자기 이익을 추구하면 동료들에게 피해를 주게 될 때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위와 같은 가상의 상황이 주어지자 비교성향이 강한 사람은 동료들에게 부담을 주더라도 자기 이익을 추구하는 이기주의 성향을 더 강하게 드러냈다. 응답자 중 40%가 학원에 등록하겠다고 한 가운데, 5점 척도 비교성향이 1점 상승할 때마다 3.7%씩 학원 등록율이 올라갔다.
그리고 비교성향이 강할수록 남들이 줄을 서 있을 때 중간에 끼어드는 행동을 덜 주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비교성향이 강할수록 다른 사람을 위한 봉사나 선행이 자신에게 행복감을 준다는 데 덜 공감했고, 실제로도 연간 기부금액이 적었다.
| 비교성향이 강할수록 경제적 성과가 높지만 정신적으로 덜 건강하고 행복감이 낮아
성별·연령·학력·지역 등 소득창출 잠재력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비교했을 때, 비교성향이 강할수록 경제적으로 더 ‘잘 나가는’ 경향을 보였다. 5점 척도 비교성향이 1점 높을수록 취업자의 월평균 소득은 28.9%나 높았으며, 부동산은 22%, 금융자산은 20.7% 많았다. 그 비결은 무엇일까? 비교성향이 강한 사람은 삶에서 일을 중시하고 경쟁적 환경에서 전력투구하는 경향이 강했다. 그들은 성과주의 보수체계에서 상대적으로 강한 노동 강도로 일하는 비율이 높았다. 또한 더 높은 수익을 위해 더 큰 위험을 감수하는 성향이 높았고, 실제로 도박을 하는 비율도 높았다. 그리고 목표를 위해 다른 가치를 희생하는 경향이 강한 것도 부의 축적에 도움을 주었을 것이다.
또한 비교성향이 강한 사람은 빚을 지면서도 높은 수준의 소비생활을 하려는 과소비 경향이 강했다. 특히 5점 척도 비교성향이 1점 높을수록 승용차나 고가 전자제품 등 지위재(地位財) 성격이 강한 내구재에 대한 연간 소비지출은 41.7%나 증가했다.
이처럼 비교성향이 강할수록 물질적으로는 우위에 있었지만, 여기에는 대가가 따랐다. 비교성향이 강할수록 지난 1년간 입원 경험 비율이 높았고, 건강 습관에서도 음주하는 비율이 높고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비율은 낮았다. 더욱이 비교성향이 강할 때 불안감·스트레스·우울증·불면증·고독감이 높았고, 사소한 걱정, 실패감, 식욕부진 등을 포함한 종합적인 심리건강지수도 현저하게 나쁜 것으로 드러났다.
자연스러운 귀결로, 비교성향이 강한 사람은 행복감과 삶의 만족도가 낮았으며, 경제력 상승에 따른 행복 증진효과를 비교성향의 부정적 효과가 압도했다. 5점 척도 비교성향의 1점 상승은 약 2,000만 원의 소득 감소가 행복감에 미치는 악영향에 맞먹었다. 더욱이 비교성향이 강할수록 1년 전과 비교할 때 올해에 행복해졌다는 비율이 낮았고 불행해졌다는 비율은 훨씬 높았다.
| 비교성향의 역기능 제어와 균형 잡힌 삶이 필요
자기보다 나은 대상과 자기를 비교하는 것은 자기발전의 자극제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어린 시절부터 경쟁하면서 자신의 절대적인 성취수준보다 남들과 비교한 등수에 관심을 집중하는 것은 부작용을 낳는다. 성적 비관 자살이 많은 우리나라는 공교육의 목표를 비교에 좌우되지 않는 자아존중감의 고양에 두고, 비교성향 각인과 협동역량 저하를 유발하는 상대평가의 부작용을 개선해야 한다. 아울러 수평적 다양화보다는 수직적 서열화로 귀결될 수 있는 교육제도의 도입에 더 신중해야 한다. 노동시장에서도 비정규직과 정규직,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의 과도한 근로조건 차이를 시정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한정된 좋은 대학, 좋은 직장을 향한 단선적 지위경쟁에서 불리한 조건에 있는 학생들이 다양한 성공경로를 추구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진정한 행복의 조건에 대한 성찰도 필요하다. 비교성향이 강한 사람이 다른 가치를 희생하며 물질적으로는 우위에 섰지만, 정신적으로는 피폐하고 행복감과 삶의 만족도가 낮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개인차원에서는 인간관계와 건강을 위한 시간을 할애하고, 지역사회 공동체에 참여하고 나눔의 행복감에 눈을 뜰 기회가 필요하며, 직업 선택에 있어서도 보람과 흥미를 고려하는 지혜가 요구된다. 정책적으로는 국정의 중심을 삶의 질 제고에 맞춰 일과 삶의 균형을 개선하기 위한 근로시간 단축과 가족기능 보호에 주력해야 한다.
김희삼 한국개발연구원(KDI) 재정·복지정책연구부 연구위원
hisamkim@kd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