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는 우리나라 못지 않게 교육열이 매우 높은 국가다. 개인의 잠재력을 최대한 이끌어낼 수 있도록 다양한 경험과 체험을 통한 교육에 많은 관심을 갖고 투자하고 있다. 아일랜드의 교육을 담당하는 부처는 교육부(Department of Education and Skills)이다. 한 개인이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고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사회 참여를 고양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아일랜드의 사회·문화·경제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는 것을 사명으로 하고 있으며, 교육과정 및 국가시험을 포함한 교육정책의 모든 부분을 담당하고 있다(DES, 2012).
아일랜드는 6세부터 15세까지 의무교육을, 대부분의 초·중등학교 및 대학까지 무상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교육제도는 크게 초등교육과정 6년, 중등교육과정 5~6년, 대학교육과정으로 구성된다.
| 전환학년제: 중학교 졸업과 고교 입학 사이 1년 간의 교육
이 중에서 가장 주요한 특징으로 부각되고 있는 것이 중등교육에 해당하는 ‘전환학년제(Transition Year)’이다. 전환학년제는 중등교육과정(Post-Primary Education, 5~6년) 중에서 우리나라의 중학교 과정에 해당하는 주니어과정(Junior Cycle)을 마치고 우리나라의 고등학교에 해당하는 시니어과정(Senior Cycle)에 들어가기 전, 1년 동안 운영되는 학교 교육과정이다(김나라 외, 2012). 따라서 전환학년제에 참여하는 학생은 15~16세로, 우리나라 고등학교 1학년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 다양한 경험을 하게 하여 인성 발달과 함께 학생들의 사회, 교육, 직업적 발달을 돕는 전환학년제
전환학년제는 1974년 당시 교육부장관이었던 리처드 버크(Richard Burke)에 의해 처음 도입되어 시험 프로젝트로 시작되었다. 그는 당시 아일랜드 학생들이 경쟁적인 교육환경에서 느끼는 성적에 대한 심한 부담감 때문에 자신을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잃고 있다고 봤다. 학교는 학생들에게 자신이 누구인지, 자신들이 살아가야 할 사회는 무엇인지에 대해 제대로 성찰할 기회를 제공하지 못한다고 판단했다. 이러한 배경 하에 도입된 전환학년제는 학생들이 1년 동안 학업의 압박에서 해방되어 인성 발달과 함께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학생들의 사회적·교육적·직업적 발달을 돕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학교에 교육과정에 대한 자율권을 주어 학생들의 개인적·사회적·지적·직업적 개발을 촉진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개정할 수 있게 하였다. 따라서 전환학년제는 그 밑바탕에 사회적 자각, 사회적 역량의 강화, 자기주도학습의 배양, 직업생활 경험을 통한 학습을 강조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Department of Education, 1993).
전환학년제는 학교 전체 교육과정의 일부로서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교장, 전환학년 코디네이터, 전환학년 핵심팀, 타 교과 교사 간의 팀워크가 매우 중요하다. 이 중에서 전환학년제의 전반적인 기획과 운영은 ‘전환학년 코디네이터’가 중심이 되어 전환학년 핵심팀에서 하고 있다. 그렇지만 교장, 타 교과 교사의 적극적인 협조와 협력이 이루어지지 않을 때에는 성공적인 전환학년제 운영이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전환학년제 전담인력인 전환학년 코디네이터는 교장, 학교 경영진, 학부모, 지역사회 관련 단체, 전환학년제 핵심 팀에 소속되지 않은 교사들과의 관계와 전환학년제에 대한 정보 제공, 전환학년제 제도의 평가에 책임을 지고 있다.

| 전환학년제 성공의 이유: 단위학교별 특성에 맞는 차별화된 프로그램의 개발과 운영
전환학년제가 성공적으로 운영될 수 있었던 것은 국가적으로 표준화된 강의계획서나 평가방식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에서 제시한 기본적인 가이드라인 내에서 학교가 자유롭게, 즉 단위학교별 특성에 맞는 차별화된 전환학년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운영했다는 점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만족도가 높고 효과를 거둘 수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아일랜드는 전환학년 시기에 각 학교의 특성에 맞는 차별화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운영하여 학생들의 진로탐색을 돕고 있다. 이 시기에 학생들은 필수 교과목뿐만 아니라 진로개발, 직업체험, 프로젝트 작업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자신의 발전을 도모하며 다음 해에 이루어질 고등학교 2학년 수업을 스스로 계획할 수 있게 된다. 이 기간은 학생들에게 사회로 나가기 전 객관적인 시각으로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고 사회를 미리 체험하여 진로탐색을 해나가는 시기라고 할 수 있다. 특히 학생들은 전환학년제 기간 동안 잠시 공부에서 벗어나 다양하고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고 이를 통해서 자신의 잠재력과 흥미를 찾을 수 있다고 한다. 전환학년제의 교육적 효과를 크게 다음과 같이 4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인성 발달 측면에서 보면, 전환학년제를 통해 학생들은 동료 학생들과 협업하여 활동하면서 교우관계가 증진되었다. 그리고 교사와 체험활동을 함께 하면서 교사의 인간적인 면을 이해하게 되어 학생-교사 간의 관계가 개선되고 신뢰가 회복되었으며,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어 부모와의 많은 대화를 할 수 있었기 때문에 부모-자녀 관계 증진에서 도움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둘째, 사회적 발달 측면에서 보면, 학생들이 학교 밖 활동(지역사회 봉사활동, 직업체험 활동 등)을 통해 사회와 성인 세계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셋째, 교육적 발달 측면에서 보면, 전환학년제를 통해 프로그램의 선택·활동·수행·활동결과에 대한 피드백 등을 제공받음으로써 학생들의 자기주도적 학습 능력과 문제해결능력이 향상되었다고 한다. 실제로 전환학년제를 경험한 학생들이 전환학년제를 경험하지 않은 학생들보다 5학년(고등학교 2학년)이 되었을 때 학업에서 더 집중하는 경향을 보였다.
넷째, 직업적 발달 측면에서 보면, 전환학년제를 통해 학생들은 일회성이 아닌 일정 기간 이상(보통 한 달 이상)의 직업체험 활동을 함으로써 직업세계를 이해하게 되고, 이를 자신에게 맞는 진로를 탐색하고 결정하기 위한 밑거름으로 삼아 진로개발역량을 향상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전환학년제는 학생들에게 다양한 측면에서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학생들이 이 기간 동안 시간적인 여유를 가지면서 자기주도적으로 자신의 진로를 개척해나가며 진로개발역량(직업기초능력)을 함양하여 향후 진로를 탐색하고 결정하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김나라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전문연구원
nrkim@krivet.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