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에서 사극을 찍으면 대박난다?’라는 영화 흥행법칙이 새로 생겼다고 한다. KBS ‘불멸의 이순신’ 드라마 촬영에 이어서 영화 ‘명량’의 촬영지가 바로 부안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전북경제교육센터(이하 센터)가 자랑하는 경제캠프가 부안에서 열린다니 내심 반가웠다. 센터가 있는 전주대학교에서 차로 40분을 달려 부안의 백산중학교에 도착했다.
| 학생들의 아이디어와 실물 거래의 만남
“저요!”, “ 저요!” 교실 안 학생들의 호응은 뜨거웠다. 캠프 시작을 앞두고 학생들은 설렘과 함께 긴장하는 모습도 보였으나, 이내 저마다의 아이디어를 쏟아내고 있었다.
이번 캠프의 핵심 활동은 창업이다. 모둠별로 창업 업종을 선택하고, 사업계획서를 작성한 후 제품 생산, 홍보에서 직접 판매까지 체험하는 과정이다. 캠프의 목적은 경제는 결코 어려운 것이 아니며, 우리 일상생활과 깊은 연관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데 있었다.
센터는 국고 지원 등으로 진행되는 경제교육 사업 이외에 KB금융공익재단(이하 KB)과 협력하여 단계별·체계적 경제교육을 도서·산간지역에 지원하고 있었다. 이날 진행된 캠프도 KB와 함께 개발한 프로그램으로써 총 7차시 프로그램 중 6차시 시간이었다.
단순히 일회성으로 끝나는 행사성 캠프가 아니라 1차시부터 차근차근 경제개념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캠프가 진행됐다는 점이 주목할 만했다. 김대웅 전북경제교육센터 연구교수는 “학습의 연속성이 보장되기 때문에 캠프 참가에 대한 동기부여도 높고, 참여 집중도가 높다.”라고 말한다.

오리엔테이션을 통해 가계와 기업의 경제활동을 간단히 학습한 후 4모둠은 각각 소시지, 과자, 음료수, 샌드위치 회사를 창업했다. ‘ 한턱 소시지(소시지를 한턱 쏘세요)’, ‘해피 두 개 더(행복해지려면 과자 두 봉지를 함께 사세요)’, ‘의리 음료(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마시는 음료)’, ‘드루와 샌드위치(자꾸 자꾸 들어오세요)’ 등 톡톡 튀는 상품명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학생들의 창의성과 아이디어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또한 사훈과 마케팅 전략을 꼼꼼히 세우고 CM송까지 창작하는 학생들의 모습은 열의에 차 있었고, 진지했다.

김소연 학생은 “직접 설립한 주식회사 임원에 대한 역할분담을 통해 분업과 협동 정신을 함께 배우는 시간이었다.”라며 체험활동이 유익했다고 한다. 김성현 학생은 “계획하는 법을 알게 되었고, 사업가가 꿈이었는데 오늘 캠프로 다시 한 번 꿈에 가까이 다가서게 된 거 같아서 신난다.”라고 말한다. 이승민 학생은 판매할 때가 제일 재미있었단다. “제가 제품을 소개하는 것에 따라서 구매자의 행동이 달라지니 뿌듯했다.”라며, “원래 꿈은 간호사였는데 홍보 분야에도 새로운 관심이 생겼다.”라고 즐거워했다. 김고은 학생은 “세금을 왜 내야 하는지 알게 됐다. 말하는 경제는 어려웠는데, 활동하는 경제는 쉬웠다.”라며 자신 있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캠프의 하이라이트는 김종국 전북경제교육센터장의 강평이었다. 그는 베테랑 경제교육 전문가답게 학생들의 다양한 아이디어가 앞으로 사회에서 어떻게 활용될 수 있을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또 학생들을 격려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김 센터장은 “체험활동이 재미로 끝나서는 안 되며, 체험의 결론이 잘 정리되어야 학습의 효과가 오래 지속했다.”라고 강조했다. 센터장으로서 캠프 현장을 직접 챙기며 학생들과 소통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캠프 현장의 열기는 100℃를 넘어 200℃쯤 되었을까. 이토록 학생들의 반응이 뜨거웠던 이유는 무엇 때문이었을까? 다양한 상관관계가 있겠지만 다음 두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첫째, 학생들의 창의성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었다는 점이다. 게임의 틀을 정해 놓고, 학생들에게 결론을 유도한 것이 아니라 학생들의 생각을 무궁무진하게 펼칠 수 있도록 설계했다. 둘째, 모형이 아닌 실물이 직접 거래됐다는 점이다. 물론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는 단점이 있지만 소시지를 직접 굽고, 샌드위치도 직접 만들면서 학생들은 자신이 생산한 생산품에 더욱 애착을 가졌고, 기업가 마인드가 한껏 고취될 수 있었다.
백산중학교 이중배 교장선생님은 “학생들에게 진로를 설정하고 꿈을 키우게 하는 것을 가장 상위의 교육 목표로 삼고 있다.”라며 “이런 체험학습을 통해서 자신의 흥미와 장점을 새롭게 깨달았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학습 가치가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이윤이라는 단어도 몰랐던 아이들이 주식회사에 대해서 질문하는 모습이 대견스럽다.”라고 덧붙였다. 학기 중에 진행되는 경제프로그램인 만큼 7차시 수업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는가라는 질문에는 특별활동 등의 재량 시간을 활용해 진행되기 때문에 정규교과 수업 시수와는 상관없다고 답했다.
| 학생들에겐 단계적 교육, 교사들에겐 실용교육
센터는 기획재정부가 지정한 11개 지역경제교육센터 중 맏형 역할을 하고 있다. 김종국 센터장이 전국경제교육센터협의회장이며, 그를 필두로 지역경제교육 활성화를 위한 구심적 역할인 협의회 사무국을 겸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지역경제교육센터 중 유일하게 지역대학(전주대학교) 산학협력단에 속해 있는 것도 특징이다. 김 센터장은 학교와 지역경제교육센터 모두 교육을 하는 곳인 만큼 설립 목적이 같기 때문에 함께 얻을 수 있는 시너지 효과가 크다고 설명했다. 급변하는 교육환경에 역동적인 대응은 물론이고, 풍부한 인력풀·강의실 등의 인프라를 공유하는 덤도 있다고 덧붙였다.

자체강사 육성도 활성화되어 있는데, 현재 10명의 강사가 활동 중이다. 11개 지역센터 중 가장 먼저 자체강사 프로그램을 도입했고, 현재 다른 지역센터에서도 벤치마킹을 하고 있단다. 강사들은 매년 말, 한 해 동안 진행했던 강의안을 평가·수정하고 업그레이드하는 작업을 필수로 거쳐야 한다. 또한 교육수요가 높은 동일 주제를 선정하여 강사 모두가 수업지도안을 만들어 품평회를 가진다. 이현희 강사는 “선의의 경쟁을 유도하는 동시에 다른 강사들의 수업 방법, 아이디어를 함께 공유할 수 있어서 매우 유익하다.”라고 말했다. 품평회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수업지도안은 다음 정규 커리큘럼으로 신설되기도 한단다. 김 센터장은 “교육은 비전문가가 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 초등학생 교육을 중·고등학생들이 일회성으로 맡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은 매우 위험할 수도 있다.”라며 강사의 질 관리를 강조했다.
학생들에게는 단계적 교육을, 교사들에게는 실용교육을, 취약계층에게는 활용교육이 될 수 있도록 콘텐츠를 개발하는 작업도 한창이다. 경제이론, 저축과 소비, 경제용어, 전래동화 또는 명언·영상·게임과 함께하는 경제 등 현재까지 11종의 교재가 개발돼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또한 앞으로는 지역실정에 맞는 경제교육 프로그램 개발에 더욱 중점을 둘 계획이라고 한다. 전북지역의 교육 여건 개선은 물론 전 지역의 경제교육 활성화를 선도하고 있는 센터의 활약을 앞으로도 기대해 본다.
취재·정리 | 안선경·박진채
KDI 경제정보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