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은 우리나라와 달리 일찍부터 진로교육과 직업교육을 실시하여 학생들이 자신의 장래와 진로를 준비하게 하고 있다. 독일의 진로교육은 단계적으로 실시되어 창의적 인재를 준비하는 데 기여하며 대개 8학년(우리나라의 중학교 2학년) 때 구체적인 진로탐색이 시작된다. 이 시기는 개개인의 적성과 잠재력을 테스트하는 시기에 해당되는데, 말하자면 각자의 재능에 맞는 예비교육이 이루어지게 되는 것이다.
| 초등 4년 후 2년 동안 진학결정 재고 등의 가능성 열어
독일의 취학연령은 만 6세로, 4년 동안 초등과정을 다닌다. 초등과정을 이수한 후에는 학업 수행능력에 따라 여러 유형의 상급학교로 진학한다. 이때 학생의 희망과 학업 능력을 고려하여 진학 후 약 2년 동안은 기초 과정을 두어 학생과 학부모에게 진학 결정을 재고하거나 다른 유형의 학교로 옮길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주고 있다.
이 기초 과정은 주(州)에 따라서는 ‘오리엔테이션 과정’, ‘진흥과정’ 혹은 ‘관찰과정’ 등으로 불린다. 초등학교를 졸업한 학생의 3분의 1 정도가 기술 중심 교육을 하는 5년 혹은 6년 과정의 하우프트슐레(Hauptschule)에 진학하고, 다른 3분의 1은 사무직 중심의 교육을 하는 레알슐레(Realschule)로, 나머지 3분의 1은 5학년에서 12/13학년까지의 9년 과정의 김나지움(Gymnasium)으로 진학을 한다. 이러한 학교들 외에 세 학교 유형을 통합한 게잠트슐레(Gesamtschule), 즉 종합학교도 존재하는데, 보통 5학년에서 10학년까지 교육 과정을 이수하며 학생 자신의 능력에 따라 수준별로 일반 혹은 고급과정을 이수할 수 있고, 직업교육 수업도 받는다.
복선형의 상급학교 진학결정이 이루지기 전에, 학생의 적성에 맞춘 진로지도가 이루어져야 한다. 1970년대 도입 초기 학교에서의 진로지도는 외부용역업체의 심리검사 · 상담 및 이에 기초한 지능 · 적성 판정 업무와 이들의 조언에 의존하였다.
그러나 진로지도 시 외부용역의 고유과제가 그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면서 포괄적인 진로상담과제 업무가 점차 학교 내부로 배치되어야 했고, 그 결과 진로결정과 선택에 대한 개별상담 업무가 이루어졌다. 이러한 상담 업무는 학교의 교육상담 및 직업상담 업무로 크게 구분되었고, 그 역할분배는 학교에만 맡겨지지 않고 지역사회와의 협조를 통해 실시되었다.
새로운 활동영역이 필요함에 따라 모든 교사는 상담과 진로지도의 과정에 개입할 수 있게 되었으며, 과제수행을 위해 교사를 재자격화해야 한다는 견해가 큰 공감대를 형성했다. 그래서 직업진로지도의 요소들은 점점 더 학교의 커리큘럼 안으로 편성되었고, 특히 직업선택 수업의 영역에서는 산업체 실습 및 견학 조사와 다양한 형태의 작업학습이 폭넓게 수용되어 실시되고 있다.
현재 한국의 진로상담교사가 느끼는 어려움 중의 하나는 사회와의 네트워크를 만들기 어렵다는 점인데, 독일의 교육은 이러한 문제에서 좋은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 평생교육 · 평생학습 시대, 평생진로교육 체제로
오늘날 독일 학교의 진로교육은 교육상담이 중심이 되며, 진로지도 단계에서도 교육상담을 위주로 진행된다. 학생이 상급학교로의 진학 여부와 전공 선택에 관한 결정을 내리기 전에 학교는 이를 도와주어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 오늘날 독일 학교는 학생들이 교육결정 및 직업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직업선택 수업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정규과정에서는 진로선택 및 결정을 도와주는 직업선택 수업으로 ‘노동론과 사회론(Arbeits-und Soziallehre)’이 함께 통합되어 학생은 이 수업을 통해 앞으로의 경제 및 노동세계를 준비하게 된다. 일반노동론은 경제적 연관, 개별 직업의 요구와 가능성, 사회적 행동형태, 기술 관련 기본지식, 기업지식 등을 제공한다. 사회론은 학생들로 하여금 공동체 생활의 전제조건과 사회와 국가 간의 다양한 이해관계에 관해 배우고, 질서 · 자유 · 헌법 · 인권 등 사회적인 중요개념을 넓은 의미로 습득하게 한다. 또는 이와 유사과목이 반드시 교과과정에 편성된다.
하우프트슐레에서 시작된 이 수업은 점차 레알슐레와 김나지움으로도 확장되어 제2차 학교 단계의 마지막 3~4년, 즉 13~16세의 학생연령에 필수적으로 이수해야 하는 진로지도 교육과목이 되었다. 중요한 점은 노동론을 이론으로 교육하면서 학교는 수업과 관련된 산업체 실습 및 견학 조사의 계획을 수립하고 반드시 이를 시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독일 진로교육의 성격은 그 후 평생교육 · 평생학습 시대에 걸맞게 평생진로교육 체제로 바뀌고 있으며, 직업상담과 계속교육상담이 중심이 되고 있다. 따라서 유치원부터 대학교까지 진로교육의 체계가 학교와 부모 그리고 관련 주무부서인 연방 및 주(州) 교육부와 노동부의 협조 아래 진행되고 있다. 여기에 드는 훈련지원은 사회적 정의를 요구하는 여론의 관철과 국민 경제발전의 지원이라는 의미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진로 · 직업교육 지원의 목적은 모든 청소년에게 출신과 소득에 상관없이 교육에 따라 그들의 재능과 소질을 가능하게 해 주고자 함이다.
| 고용지원청과 연계해 수백 개의 ‘직업프로그램’ 가동
독일 진로교육의 핵심은 ‘프락티쿰(Praktikum)’, 즉 직업실습이다. 독일의 진로교육에 대하여 정부는 이를 고용지원청과 연계하여 수백 개의 ‘직업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
독일 학교마다 시기와 방식은 다르지만 비슷한 프로그램이 있다. 일 년에 한두 차례 1∼2주일 동안 직업세계를 맛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력서를 포함한 진로포트폴리오를 쓰는데 자기소개서와 잠재력 · 적성 평가 결과, 다른 사람의 본인에 대한 평가, 본인 자신에 대한 평가, 학교 성적 등이 모두 들어간다. 한 번 작성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수정하고 보충해야 한다.
이러한 진로교육과 더불어 본격적으로 실습이 이루어지는 것이 직업교육이다. 진로교육은 중등교육에서 직업교육과 연계된다. 이런 의미에서 직업교육은 독일 산업 성장에 있어서 원동력이라 할 수 있다. 독일 경쟁력의 핵심은 사람으로 자기 자리에서 제 몫을 다하는 인재가 사회 곳곳에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제조업 분야에서 실력과 성실함을 갖춘 일꾼들이 풍부하다. 이원화 직업교육(Dual System)이라는 독특한 인재양성시스템 덕분이다.
독일의 진로 · 직업교육에는 엄청난 사회적 비용이 들어간다. 학생 대상의 진로교육은 학교 밖에서 이루어지며 각 지역 고용지원청에서 진로탐색프로그램을 관리, 진로포트폴리오를 작성하는 데 시(市)가 100% 재정 지원한다. 고비용에도 불구하고 독일이 이런 교육을 지속하는 이유는 이것이야말로 성장의 밑바탕이고, 미래투자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유진영 서울제일대학원대학교 교육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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