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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경제교육(종간)
CEE 제53차 연차총회 참관기: 생활 속으로 들어온 경제학
정리 | 조주희 2014.10.31

아침에 눈을 떠 잠자리에 들 때까지 우리는 ‘선택’을 해야 하는 수많은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즉각적인 선택에서부터 심사숙고의 과정을 거치는 의사결정까지. 어쩌면 현재 우리의 모습은 지금까지 행했던 크고 작은 모든 선택들의 총체적 결과라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경제교육의 목적은 개인이 마주치는 여러 가지 경제 문제에 대해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고 그로 인해 삶의 질을 높이는 것으로 여겨진다.

미국의 초 · 중 · 고교에서는 학생들이 실생활에서 경험하게 되는 의사결정 상황들을 교실 수업에서 직접 체험하게 함으로써 경제교육의 목적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는데, 그 중심에는 미국 경제교육협의회(CEE: Council for Economic Education)가 있다. CEE는 미국 초 · 중 · 고교 경제교육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비영리 민간단체로, 매년 10월 연차총회를 개최해 실제 학교현장에서 이뤄지는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 수업자료, 교수방법 등을 공유하며 더 나은 경제교육 방법에 대해 고민하는 장을 마련한다. 올해에는 10월 8일부터 11일까지 미국 텍사스 주(州) 댈러스에서 제53차 연차총회가 열렸다. 총회에는 대학 부설 경제교육센터와 주 협의회 관계자, 대학교수, 경제교육을 담당하는 초 · 중 · 고교 교사 등이 발표자로 나서 자신들이 개발한 교수법과 교재들을 설명했고 청중들과 함께 이에 대한 적극적인 토론을 벌였다.

인상 깊었던 것 중 하나는 태풍 · 홍수 등의 자연재해가 발생했을 경우 그것이 지역사회에 미친 타격을 분석하고 향후 지역경제를 어떻게 재건할 것인가에 대한 수업이었다. 교사는 학생들에게 ‘만약 내가 10년 동안 스테이크 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던 지역에 지진이 발생해 상점이 무너졌다면, 당장 내가 직면하게 될 문제점은 무엇인가’, ‘이 지역에서 다시 사업을 시작할 것인가 아니면 다른 지역으로 옮길 것인가’, ‘이에 대한 합리적인 선택을 하기 위해 내가 파악해야 할 정보는 무엇인가’ 등 자연재해가 발생한 상황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가 있는 가상의 시나리오를 제공하고, 해결책을 찾기 위한 토론을 위해 질문을 던졌다. 발표자인 미주리대학 캔자스시티캠퍼스의 파트리샤 팔머(Patricia Palmer) 교수는 “이 수업은 학생들이 의사결정을 위한 기준을 스스로 마련하는 방법과 자신과 타인에게 도움이 되는 선택을 하는 연습을 하는데 효과적이며, 경제학뿐만 아니라 자연과학 · 수학 · 커뮤니케이션 등 다양한 지식을 얻는데 도움이 된다”라고 역설했다.


수학 · 지리 · 역사 등 다양한 과목들에 경제학을 접목시키는 노력은 다른 세션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었는데 그 중 역사적 인물의 삶을 통해 경제학적 개념을 배우는 수업이 눈에 띄었다. 현재를 이해하고 더 나은 미래를 이끌기 위해서는 과거를 배워야 한다고 강조한 발표자는 마틴 루터 킹(Martin Luther King) 목사, 지미 카터(Jimmy Carter) 전 대통령 등 유명한 인물의 삶을 반추하고 그 안에서 행해졌던 경제적 선택 및 경제개념을 설명했다. 미국 독립혁명 당시 영국에 대항해 싸웠지만 전쟁 후 은 세공업자로 성공한 폴 리비어(Paul Revere)의 사례에서는 기업가의 기업 활동에 대한 개념을 익히며 그가 활용했던 천연자원 · 노동력 · 자본 등에 대해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한편 조지아 주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 ‘Youth Enterpreneurs Georgia’는 교실에서 이뤄지는 경제교육이 경제적 지식 전달에 그치지 않고 실제 경제적 역량 배양으로 이어짐을 보여줬다. 이 프로그램은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일종의 창업교육이라고 할 수 있는데, 학생들은 창업 준비에 필요한 지식을 얻을 수 있는 수업뿐만 아니라 기업인이 되기 위한 오너십과 혁신 마인드를 제고하는 활동에도 참여했다. 발표자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이 창업 관련 역량이 강화되었을 뿐 아니라 졸업 후에도 사업가로서의 꿈과 열정을 지속적으로 이어갔다고 밝혔는데, 실제 자퇴자 수가 감소한 것은 이를 간접적으로 증명한다.

한편 전자기술의 발달로 교육 환경이 변화하고 있는 만큼 이번 CEE 연차총회에서는 PC · 스마트기기를 활용한 온라인 멀티미디어 교육에 대한 논의도 활발히 이루어졌다. 고등학교 경제교육 시간에 관련 내용을 팟캐스트로 제작하는 과제를 내준 사례, 경제교육용 스마트폰 앱 제작에 대한 요구 등은 이미 교육현장에 전통적인 면대면교육 방식과 더불어 멀티미디어를 활용한 새로운 교육 방식이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CEE 연차총회는 미국 내 행사이지만 여러 국가에서 참가하고 있으며 CEE 역시 외국 기관 및 참가자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번 연차총회에는 ‘글로벌 경제교육’ 세션이 열려 한국 · 페루의 경제교육 현황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KDI는 2013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경제수업 마스터 직무연수’ 사업에 대해 발표했는데, 이는 중학교 사회과 교사들의 경제수업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사업으로 온라인교육 방식(온라인연수)과 면대면교육 방식(집합연수)이 혼합되어 있는 교사연수 프로그램이다. 세션 참가자들은 멀티미디어를 활용한 온라인교육에 관심을 보였고 특히 독일 지겐 대학교의 한스 위르겐 교수는 한국의 IT 기술을 활용한 교육기법 등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시대가 바뀌고 환경이 변함에 따라 경제교육 도구와 수단은 다양해졌지만 그 근본에 자리 잡은 경제교육의 목적은 일상생활에서 무언가를 결정할 때 경제적으로 사고함으로써 내 자신과 상대방에게 도움이 되는 더 나은 선택을 하도록 하는 것에 있음은 변함없다. 우리나라 학교에서의 경제교육이 게임이나 체험수업 등을 통해 현실과 연결성을 높이고자 노력하고 있지만, 야마네 에이지 교수가 인터뷰를 통해 지적했듯이 아직은 경제지식 전달에 치중하고 있으며 그래서 학생들에게 경제학은 여전히 어려운 과목으로 인식되고 있다. 경제학이 화석처럼 굳은 지식이 아니라 삶에 살아있는 지혜로 다가가기 위한 고민이 필요한 때이다.


| 인터뷰


야마네 에이지 | 일본경제교육학회

일본 국립 미에대학교 교육학과의 야마네 에이지 교수는 올해 일본경제교육학회 이사로 선출되었다. 1983년부터 현재까지 15회 이상 CEE 연차총회에 참석해오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일본 경제교육 프로그램 및 교수법을 개발하는 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 일본경제교육학회가 중점을 두는 것은 무엇입니까?

경제교육은 단순히 학교 경제교육 교과목의 하나로서가 아니라 개인의 삶을 향상시키는 데 기여해야 합니다. 따라서 현실과 괴리된 것이 아닌 실생활에 접목된 교과내용이나 프로그램 개발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 한국 경제교육에도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국과 일본 경제교육의 차이점은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

일본에서는 교사들이 경제학을 가르칠 때 ‘일상생활과의 연결성’에 초점을 맞추려 노력합니다. 학생들이 실제로 접할 수 있는 여러 사안에 대해 경제적 의미를 알려주고 실제로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죠. 한국 역시 이러한 흐름이 있지만 아직까지는 경제이론  ·  개념 등 지식전달에 보다 집중하고 있는 것이 차이점이라 생각합니다.

→ 향후 한국 경제교육 전문가들과의 협력 · 교류 계획이 궁금합니다.

2013년 KDI에서 주최한 경제교육 국제회의에 참석해 한국 경제학자들과 얘기를 나눈 것이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특히 교사들의 역량 강화를 위한 ‘경제수업 마스터 직무연수’ 사업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내년에 있을 일본경제교육학회 컨퍼런스에 초청해 사업의 효과 등에 대한 논의를 진행해보는 것을 고려 중입니다.


정리 | 조주희

KDI 경제정보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