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은 이동통신 산업의 건전한 발전과 이용자의 권익을 보호함으로써 공공복리를 증진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가입유형(번호이동, 신규가입 등), 이동통신서비스 요금제, 이용자의 거주 지역, 나이 등을 이유로 보조금을 차등 지급하는 것은 원천 금지되며 위반 시 법적 처벌을 받게 된다. 또한 이동통신사와 제조업자의 장려금(보조금에서 제조사가 부담하는 부분)을 규제 대상에 포함시켜 이동통신단말기의 공정하고 투명한 유통환경을 조성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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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하 단통법)과 관련하여 논쟁이 뜨겁다. 수년 전부터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이동통신 회사(이하 이통사)들의 차별적이고 과도한 보조금 지급을 막아왔다. 가이드라인을 어긴 사업자들을 벌금과 가입정지로 처벌하고, 사업자는 일정기간 자숙하다가 슬그머니 보조금을 높이는 양상이 반복되어 왔다. 이러한 숨바꼭질게임이 계속되면서 똑같은 핸드폰을 구입하는데 어떤 사람은 70만 원을 내고 어떤 사람은 7만 원 내는 일이 발생해왔다. 그러면서 소위 ‘호갱’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이통사들은 방통위의 말을 듣지 않는다고 비난받아 왔다.
통신규제를 맡은 정부는(현재 방통위와 미래창조과학부) 단통법이라는 더 강력해진 규제장치를 시행하게 되었다. 그런데 지난 10월부터 시작된 이 법을 두고 새로운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과거에는 ‘누구는 싸게 사고, 누구는 비싸게 샀다’면 이제는 ‘다 같이 비싸게 사게 되었다’라는 것이다. 최근 아이폰6 출시와 더불어 슬그머니 등장한 ‘불법’ 보조금에 정부가 엄중경고를 보내자 소비자가 싸게 살 수 있는 기회를 왜 정부가 막느냐는 볼멘소리도 들린다. 단통법은 이통사를 위한 것이고 소비자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니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보조금과 단통법을 중심으로 전개된 일련의 상황들을 보면서 경제학자로서 답답함을 금할 수 없다. 문제에 대한 진단과 처방이 모두 잘못되었기 때문이다. 몇 가지 논점을 살펴보자. 70만 원과 7만 원이라는 누가 봐도 지나치다고 할 수 있는 차별은 왜 발생했을까? 정부의 말처럼 유통질서를 어지럽힐 정도로 과열된 경쟁 탓일까?
| 정부의 보조금 통제 이유는 기존 규제로 발생한 차별 때문
일반적으로 경쟁은 차별을 줄이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높은 가격을 내야 하는 소비자들이 경쟁의 주 타겟이 되기 때문이다. 보조금 차별은 경쟁과열 때문이 아니라 보조금 규제 자체에 원인이 있다. 이통사들은 보조금을 많이 주고서라도 가입자를 늘리고 싶어 한다. 그러니 단속을 피해 ‘반짝세일’을 하는 것이다. 운이 좋거나 발품을 열심히 판 소비자는 값싸게 핸드폰을 사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비싸게 산다. 결국 규제 때문에 발생한 차별을 이유로 또 규제를 강화하는 것이다.
정부가 제시하는 보조금 통제의 또 다른 이유는 과열된 경쟁으로 보조금이 높아지면 사업자의 마케팅비용이 상승해서 통신요금을 낮출 수 없거나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본말이 전도된 논리다. 왜 이통사들이 보조금을 경쟁적으로 높이려 할까?
보조금을 많이 주더라도 일단 가입자를 확보하면 2년 내지 3년간 안정적으로 높은 요금을 받을 수 있고 그것이 보조금을 충당하고도 남기 때문이다. 즉, 정부에서 말하듯 보조금이 높아서 요금이 높은 것이 아니라, 요금이 높아서 보조금이 높아진 것이다. 한편, 보조금이 높으면 마케팅 비용이 높아진다고 하여 마치 보조금이 사회적으로 쓸모 없는 낭비인 것처럼 말한다. 그러나 이는 사업자 입장에서야 비용이라 할 수 있겠지만 소비자입장에서 보조금은 단말기 구입 가격의 할인이다. 보조금을 막는 것은 단말기를 싸게 팔고 사는 것을 막는 셈이다.
그래도 높은 보조금으로 인해 통신요금이 높고 단말기 구입비용이 낮은 것은 문제라고 봐야한다는 주장이 있을 수 있다. 상대적으로 요금이 낮고 단말기 비용이 높은 경우와 비교하면 단말기를 자주 바꾸는 사람에게는 유리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불리하다. 또한, 높은 보조금은 단말기의 빈번한 교체로 낭비를 초래할 수도 있다(이 점은 사실 애매하다. 왜냐하면 사업자들이 장기계약을 요구하여 소비자를 상당기간 고착화하기 때문이다). 아마 지금 규제가 없었다면 치열한 가입자 유치경쟁으로 보조금이 높았을 것이다. 그래서 적절한 수준보다 요금은 높고 단말기비용은 낮았을 것이다. 이것이 문제라면 어떻게 제자리로 돌릴 수 있을까?

| 정부, 이동통신시장 내 자율경쟁 환경 구축해야
정부는 보조금을 통제하여 단말기비용을 높이고, 요금이 낮아지기를 기다리자는 입장이다. 그런데 요금은 정부가 통제를 하고 있으니 그럴 것이 아니라 먼저 정부가 요금을 낮추면 보조금 과열 경쟁이 자연스럽게 약해지지 않겠는가? 소비자를 위하는 정부라면 전자보다는 후자의 입장을 취해야 맞을 것 같다. 현재의 제도에 의하면 정부가 요금인가권을 가지고 있다. 이것은 사업자가 자율적으로 요금을 내리는 것을 제약한다. 요금규제의 역할이 후발사업자 보호를 위해 선발사업자의 요금 인하를 막는 것이라 보기도 한다. 정부가 직접 요금을 낮출 것이 아니라면, 적어도 경쟁으로 요금이 낮아지는 데 걸림돌이 되지는 않아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이동통신시장에 경쟁이 도입된 지 20년이 다 되어 간다. 사업자들은 이미 성숙해 있고 국내에서 가장 막강한 기업들이다. 이들 간에는 치열하게 경쟁하려는 힘이 작용하고 있다. 요금에서 경쟁이 막혀 있다면 경쟁은 보조금으로 이동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보조금을 규제한다는 것은 그나마 경쟁이 작동하고 있는 영역조차 막아버리는 것과 같다. 이제 문제를 규제로 풀려할 것이 아니라 경쟁으로 풀기를 권한다. 자율경쟁의 여건을 만들어 주면 이용자차별 등 여러 문제가 자연스럽게 해소될 것이다. 규제가 일으킨 문제를 또 다른 규제로 해결하려고 한다면 정답과 반대방향으로만 내닫는 것이다.

정인석 한국외국어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icheong@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