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서아프리카 일부 국가를 중심으로 확산되던 에볼라 바이러스가 최근 미국과 유럽 등 아프리카 외의 지역으로 확대될 조짐이 나타나면서 국제사회의 우려와 공포를 낳고 있다. 미국 질병관리본부(CDC)에 따르면 2014년 11월 7일 기준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는 기니 · 라이베리아 · 시에라리온 등 서아프리카 3국을 포함해 총 8개국에서 13,592명에 이르며 이 중 5,408명이 사망한 것으로 보고됐다. 에볼라 바이러스는 신종 인플루엔자A(H1N1, 이하 신종플루) 등과 같이 호흡기를 통해 전염되는 감염원보다 전염성은 약하나 상대적으로 치사율이 높고 아직까지 안전성이 확인된 백신이 없다는 점에서 사람들의 공포심을 증폭시키고 있다. 그동안은 아프리카 일부 지역에서 나타나는 풍토병처럼 취급되어 왔으며, 서아프리카에서 발견된 사례도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러나 스페인, 미국 등 새로운 지역에서도 전염된 사례가 보고되면서 국제적인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 에볼라 확산, 수요 · 공급 측면에 부정적인 영향
노동과 자본의 공급 감소,
사회적 격리에 의한 국내 수요 감소
에볼라 바이러스의 확산은 인류의 건강을 위협하는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고 있으며, 동시에 글로벌 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에볼라 바이러스의 확산은 다른 전염병의 확산 사례와 마찬가지로 세계경제의 공급과 수요 측면에 충격을 줄 수 있는 위험요인으로 평가된다.
우선 에볼라 바이러스의 공급측면의 충격으로 전염병 확산에 따른 노동공급의 감소를 들 수 있다. 노동공급의 감소는 생산을 감소시키는 직접적인 요인이며, 과거 사스(SARS,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나 신종플루 등 전염병이 확산될 때마다 관찰되던 현상이다. 경험적으로 전염병이 발생하면 그에 따른 사망과 치료 등에 의한 노동 중단보다 감염의 공포에 따른 노동 중단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 다시 말해 실제 감염 위험이 낮은 상황이라도 에볼라 바이러스가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 확산되었다는 소식과 그로 인한 공포심만으로도 노동공급의 감소는 나타날 수 있다.
이러한 공포심은 자본의 감소에도 영향을 미친다. 특히 경제성장의 상당 부분을 해외직접투자나 원조에 의존하는 많은 아프리카 국가들은 이번 사태로 인한 국경 폐쇄 및 현지 진출 기업의 철수에 따른 자본공급의 감소를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서아프리카에서는 에볼라 바이러스가 본격적으로 확산되면서 사회 전반에 노동중단 현상이 나타나고, 현지 진출 다국적 기업의 철수 및 해외투자의 감소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에볼라 바이러스의 확산은 수요측면에 보다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되며, 사회적 격리(social distancing)에 의한 국내외 수요 감소가 가장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사회적 격리는 감염을 피하고자 하는 자발적 격리와 국경 폐쇄 등과 같은 타의에 의한 격리 등으로 구분된다. 아프리카와 같이 해외직접투자나 원조에 의존하는 경제는 국경 폐쇄와 같은 타의에 의한 격리 문제가 더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에볼라 바이러스가 자국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각국 정부와 항공사들은 국경 폐쇄 및 여행 제한조치, 항로 폐쇄 등을 발표하고 있다. 이러한 격리조치들은 국제수요를 감소시켜 교역량을 감소시키므로 경제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세계보건기구(WHO)는 각국의 국경 폐쇄조치를 최소한으로 자제할 것을 권고하고 있으나 세계 각국은 더욱 강경한 격리 조치들을 쏟아내고 있는 실정이다.

위에서 열거한 내용들은 에볼라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발생할 수 있는 수요측면의 부정적인 요인들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일부 수요측면에 긍정적인 작용을 하기도 한다. 에볼라로 고통 받는 환자들을 생각하면 매우 잔인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원론적으로 에볼라 바이러스의 창궐은 그 지역의 의료서비스 수요를 증가시켜 생산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물론 의료서비스 증가로 인한 수요 증가의 폭은 피해규모에 비해 미미한 수준일 것이다.
| 공포심의 경제 확산
공포심이 커질수록 치료제 개발의 경제적 유인과
국제사회의 공조대응이 커져
결론적으로 에볼라 바이러스에 따른 경제적 피해규모는 사람들이 느끼는 공포심의 정도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역사적으로 에볼라 바이러스의 위험수준은 20세기 초 유행하여 약 10억 명의 감염자를 야기한 스페인 독감보다는 매우 낮은 수준이고, 최근 유행하여 약 2천만 명의 감염자를 발생시킨 신종플루와 비교해도 낮은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볼라 바이러스의 공포가 우리에게 크게 다가오는 이유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검증된 백신과 치료제가 없고 치사율이 높기 때문이다.
역설적이지만 한 가지 희망적인 요인은 공포심이 커질수록 치료제 개발의 경제적 유인은 커진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이미 일부 환자들에게 사용된 ‘지맵(Zmapp)’을 포함한 에볼라 치료제가 엄격한 검증을 통과하여 시장에 시판될 경우 개발자 혹은 개발회사에게 돌아가는 기대수익은 막대한 수준이 될 전망이다. 조심스럽지만 치료제 개발에 대한 기대를 갖게 하는 우호적인 환경인 것이다. 또 한 가지 희망적인 것은 에볼라 확산에 대응하는 국제사회의 공조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사태는 행정력이 미약한 일부 국가들로부터 심화되었으나 최근 전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문제로 인식한 각국 정부와 국제기구의 긴급 원조, 의료진 파견 등의 노력이 사태 해결에 긍정적인 기대를 갖게 한다.

장종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원
jmjang@kiep.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