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호 “이런 수업 어때요?”는 일본의 경제 수업 사례를 우리나라의 사정에 맞게 번역하였음을 알려드립니다.
경제와 윤리의 관계는 애덤 스미스(Adam Smith) 이래 주목받는 주제였다. 경제적 합리성을 부정하고서는 경제는 성립되지 않으며, 지속적인 발전도 기대할 수 없다. 그러나 이 합리성만으로 경제가 움직인다면, 탐욕과 이기심이 횡행하는 사회가 될 것이다. 이 수업은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 시스템으로서의 경제와 윤리를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를 생각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Ⅰ. 수업 개요
행동경제학을 기반으로 한 이 수업은 미국 경제교육협의회(CEE)의『경제의 윤리적 기초를 가르치다(Teaching the Ethical Foundations of Economics, 2003)』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당시 IT 버블이 붕괴하고, 엔론(Enron) 사가 기업윤리에 반하는 행위를 하는 등 혼란한 경제 상황에서, 경제수업에도 윤리적 관점을 도입하려는 시도가 이어졌다. 그 중 하나가 ‘최후통첩 게임(The Ultimate Game; Leave It or Take It Offer Game)’을 도입한 사례였다. 미국의 수업을 일본 고등학교에 맞게 변형했지만, 2008년 리먼 브라더스(Lehman Brothers) 파산으로 금융위기를 경험한 우리에게도 경제와 윤리를 함께 생각하게 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1. 학습 목표
가. ‘통제되지 않는 이기심’은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가져오는 탐욕이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
나. ‘바람직한 이기심’이 어떻게 경제 발전을 촉진하는가에 대해 이해할 수 있다.
다. 일본 혹은 미국 고등학생들의 결과와 비교해 자신들이 얼마나 경제에 윤리적 태도를 갖고 있는지 생각할 수 있다.
2. 핵심 개념: 이기심, 탐욕, 이타심, 공감, 경제적 의사결정, 경제적 합리성
3. 준비물: 제안 금액과 수락/거부 의사 등을 표시하는 활동지
Ⅱ. 수업 진행
경제학과 윤리학에서 널리 알려진 ‘최후통첩 게임’을 응용한 수업이다(본래 최후통첩 게임은 서로 모르는 상대편에게 금액을 제시하는 것이 원칙이다). 먼저 짝을 지어 어떻게 1만 원을 나눌지 제안하는 역할(제안자)과 제안을 받는 역할(응답자)을 정한다. 제안자는 0에서 1만 원 사이의 금액을 제시할 수 있지만 응답자는 이를 거절해도 된다. 하지만 응답자가 제안을 거부할 경우 두 사람 모두 한 푼도 얻을 수 없다. 학생들은 게임을 반복하면서 이기심, 탐욕, 이타심, 공정성 등의 가치와 경제의 관계를 이해할 수 있다.
① “오늘은 최후통첩 게임을 하겠다.”라고 수업 시작을 알린다.
② 두 사람씩 짝을 정해 제안자와 응답자로 역할을 나눈다.
③ 제안자는 최대 1만 원 내에서 응답자에게 금액을 제시한다.
④ 응답자는 금액을 보고 수락 혹은 거부한다. 수락하면 응답자는 해당 금액을, 제안자는 1만 원에서 해당 금액을 제한 만큼을 얻는다. 거부하면 1만 원은 선생님이 가져간다.
⑤ 제안자와 응답자의 역할을 바꿔 한 번 더 실시한다.
⑥ 이제 짝을 바꾸고, ②~⑤의 과정을 반복한다. 즉, 짝과 역할을 바꿔가며 총 4라운드를 실시하게 된다.
⑦ 계산 결과와 작성한 설문을 선생님에게 제출한다.
⑧ 학생들에게 결과에 대한 의견을 듣고 해설(아래의 내용 참조)을 실시한다.
※ 1시간 정도 소요되는 이 수업의 대상은 고등학생뿐만 아니라 중학생도 가능하다. 특히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사회복지를 주제로 한 수업의 도입부나 후반부에 실시하면 효과적이다.
(해설)-----------------------------------------------------------------------------------------------------------------------------------------------------
인간은 이기적일까? 제안을 거부하면 자신도 상대도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 그래도 거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인간은 경제학이 생각하는 것처럼 합리성만으로 행동하지 않고, 때로 감정에 따라 움직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아담스미스는 『국부론』에서 인간이 이기적으로 행동하는 것을 부정적으로 보지 않았다. 타인을 생각하지 않아도 ‘보이지 않는 손’이 시장에서 작동해 조화를 이루기 때문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 속에서는 이기적이라고 볼 수 없는 행동을 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인간의 이기적인 행동들이 기업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에 악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이 수업은 인간이 자신들의 삶 속에서 얼마나 이기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지, 그와 경제학의 전제와는 어떠한 관계가 있는지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경제학을 배운 사람은 비교적 합리적인 제안을 한다.’, ‘경제학을 배운 인간은 합리적이며 이기적인 경향이 있다.’ 그 외에도 다양한 논의가 있다. 무엇이 맞고 무엇이 틀리다고 말하기보다 어떻게 하면 바람직한 사회가 될 수 있을지 생각해보자.
------------------------------------------------------------------------------------------------------------------------------------------------------------

III. 수업 결과
학생들이 처음에는 게임의 의미를 알지 못해 당황하기도 했지만, 구성이 단순했기 때문에 곧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표 2]는 일본의 고등학교 3학년 학생 133명(남자 49, 여자 84)을 대상으로 실시한 결과이다. 반드시 이기적이라고는 할 수 없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다. 특히 제안을 거부한 사람도 많았다. 1라운드에서 6천 원을 거부한 학생은 두 명이었고, 그 외의 제안에서 3천 원 이하는 대부분이 거부했다.

일본 고교생의 제안 금액 평균(약 5천 원)은 미국 고교생의 제안 금액의 평균(2,500원, 이 경우 제안자는 7,500원을 갖게 됨)에 비해 매우 높다. 이를 두고 일본 고교생이 미국 고교생보다 이타적인 경향이 있다고 할 수 있을까? 실험 후 실시한 다음 네 가지 가정을 지지하는 학생들의 의견을 살펴보자.
가정 1. 게임을 잘 모르는 상태에서 선생님의 의도를 따르면 이타적인 결과를 얻는다(참가자의 20%가 지지).
솔직히 게임의 의미를 잘 몰랐다. 한 푼도 못 받는 것보다 조금이라도 받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다. 제안했을 때 ‘상대가 거부하지 않을 정도의 합리적인 금액을 제시하자.’라는 마음으로 임했고, 친구들도 같은 생각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거부를 하는 것도 평소 친한 친구들이기 때문에 장난스럽게 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가정 2. 실험을 할 때 탐욕을 부리는 건 좋지 않다(참가자의 29%가 지지).
‘효율적인 공평함’을 생각했다. 효율만을 추구하는 것은 모험이기 때문에, 나 자신의 효율을 생각하되 그것이 인정받지 못했을 때의 손해도 고려해야만 했다. 그래서 큰 이익도 손해도 없는 중간 정도의 공평함을 선택했다. 물론 나서지 않고 손해를 보지 않으려는 내 성격과도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
가정 3. 합리성에 근거한 ‘경제적 계산’은 정확히 이루어지지 않는다(참가자의 11%가 지지).
상대방에 비해 자신이 받을 액수가 적다고 생각했을 때 제안을 거부하는 것이 아닐까? 경제적으로 생각한다면 1원이라도 더 이득을 보려고 할 것이다. 거부하는 사람의 머릿속에는 경제적 계산보다는 ‘자신이 받을 액수 - 상대가 얻을 액수’라는 공식이 작용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서로 5천 원을 갖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분배일까?’라는 생각도 해 본다.
가정 4. 네 번의 실험은 교실이라는 특수한 장소에서 실시된다(참가자의 32%가 지지).
학교에서 이루어진 실험이기 때문에 상대는 친구들이었다. 1원을 제안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임에도 불구하고 응답자의 평균이 4,500원 전후였던 것은 사람이 합리성만을 추구하며 사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심리와 친구에 대한 연민이 이러한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
특히 수업에 참가한 한 남학생은 “이기적인 행동보다는 상대방을 생각하는 행동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어요.”라며 5:5로 분배한 사람이 착한 사람일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금은 머리를 써야 했어요. 나만 생각할수록 상대방을 설득할 수 없었고, 내 몫이 적으면 거부하고 싶어졌어요. 공정성이라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라는 한 여학생은 정당한 행동을 하지 않으면 장사가 잘되지 않을 것임을 깨달았다고 한다.
[참고] 이론적 배경
경제학
경제학은 사람들이 합리적으로 자신의 이익을 추구한다는 가정 하에 전개된다. 이 가정은 ‘수요와 공급의 모형’을 포함한 많은 경제모형의 기초가 되고 있다. 수요자는 재화나 서비스를 싼 값에 구매하고자 하는 반면, 공급자는 고가에 판매하는 것을 희망한다. 결과는 수요와 공급의 균형가격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현실에서 사람들은 합리적으로 자신의 이익을 추구할까?, 합리적인 행동이 사람들로 하여금 탐욕적인 행동을 하게 하는 것일까?, 탐욕스러운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과 협상을 통해 사회적으로 성공할 수 있게 되는 것일까? 경제학은 이러한 문제를 탐구한다.
윤리학
사리분별(합리적인 이기심의 발로)은 미덕인 반면, 많은 돈과 상품에 대한 과도한 욕망, 즉 탐욕은 미덕이 아니다. 탐욕은 자멸만 있을 뿐이다. 더 많은 돈과 상품에 대한 과도한 욕망은 실제로는 더 많은 성과를 거두는 것을 방해한다. 사람들은 어떻게 합리적인 이기심과 탐욕을 구분할까? 합리적인 이기심을 인정하고 탐욕을 조장하지 않는 곳이 바람직한 사회일 것이다.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과 도덕감정론
애덤 스미스는 개인의 이기적인 행동과 사회의 조화를 문제 삼았다. 그는 1776년에 쓴『국부론』에서, 많은 사람들이 이기심에 따라 행동해도 결국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조화로워 진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그는 개인의 이기심을 무조건 칭찬하지는 않았다. 1759년『도덕감정론』이라는 책에서 사회의 구성원리로 개인의 ‘공감’에 기반한 행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경제논리와 인간의 윤리적 행동을 조화시키려는 하나의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아라이 아키라(新井 明) 도쿄 도립 고이시카와(小石川) 중등교육학교 교사
0721721001@jcom.home.ne.j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