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가 시작되자 버냉키(Ben Bernanke)가 이끄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Federal Reserve Board, 이하 연준)는 은행 간 초단기자금거래에 적용되는 연방기금금리의 목표치를 0%까지 내렸다(<그림> 참조). 금리를 더 이상 내릴 수 없게 되자 국채 및 주택담보부증권(MBS) 등을 매입함으로써 통화공급을 늘리는 양적완화정책을 추진하였다. 그런데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준이 지난 10월 양적완화를 종결하였고, 이에 따라 내년에는 정책금리가 인상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양적완화를 종료하였다는 것은 통화증발을 지속할 경우 인플레이션을 유발하고 자산시장이 과열될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한다고 하겠다.
| 양적완화 종료의 다음 수순은 정책금리인상
연준, 일자리 확대와 2%대 인플레이션을 장기 목표로
금리인상은 내년도 하반기 실현될 전망
경제학 교과서 저자로 널리 알려진 하버드대학교의 그레고리 맨큐(N. Gregory Mankiw) 교수는 2010년 뉴욕타임즈 기고문에서 양적완화에도 불구하고 급격한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주장하였다. 경기가 나쁜 상황이라면 중앙은행이 통화량을 늘리더라도 은행 대출로 연결되지 않고 대부분 초과지급준비금의 형태로 남아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다. 경기 회복이 탄력을 받게 되면서 은행들의 대출과 총수요 증가로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가능성은 커졌기 때문이다.
양적완화 종료의 다음 수순은 정책금리의 인상이다. 버냉키를 이어 새로운 연준 의장으로 선출된 옐렌(Janet Yellen)은 미국 경제가 침체에서 벗어나기 전까지는 금리인상에 신중한 자세를 취하겠다고 공언했다. 미국의 실업률은 2009년 10월 10%에 달했다가 2014년 9월에는 5.9%까지 떨어졌는데, 이는 자산버블이 시작되기 이전인 2003년 6월의 6.2%보다도 낮은 수치이다. 또한 올해 3/4분기 경제성장률은 예상치를 상회하는 3.5%를 기록하였고, 소비자신뢰지수도 2007년 10월 이후 최고치를 경신하였다.
지표상으로는 미국 경기는 침체에서 벗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국의 체감경기는 중간선거 결과가 말해주듯이 지표상의 호전과는 상당한 괴리를 보이고 있다. 연준이 통화정책의 장기 목표를 일자리의 최대화와 2%대 인플레이션율로 잡고 있는 만큼 금리인상은 내년도 하반기가 되어야 실현될 것으로 전망된다.
| 일본과 유럽의 양적완화는 지속될 것
미국의 금리인상은 일본, 유럽, 신흥시장 경제에서
미국으로의 자본이 이동할 유인을 높일 것
미국의 양적완화 종료에도 불구하고 일본과 유럽의 양적완화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중앙은행은 지난달 말 추가적인 양적완화 조치를 단행하였다. 연 2%의 인플레이션율을 달성하겠다는 것이 일본은행의 목표인데, 확장적 통화정책과 재정정책, 구조조정이라는 세 개의 화살로 구성된 소위 아베노믹스(Abenomics)의 약효가 급격히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중앙은행도 국채 매입을 통한 양적완화 시행을 적극 검토하기에 이르렀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재정위기를 겪으면서 일반은행에 대한 대출금리를 0.15%로 낮추고, 일반은행의 중앙은행에 대한 예금금리를 -0.1%로 조정한 바 있는데, 올해 물가상승률이 목표치인 2%에 훨씬 미달하는 0.5%로 그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미국의 금리인상은 글로벌 금융시장에 어떠한 충격을 줄 것인가? 이 문제에 답할 때 유용한 잣대가 금리평가(Interest Rate Parity) 조건이다. 금리평가란, 서로 다른 화폐로 표시된 국내외 채권에 대한 투자가 균형을 이루기 위한 조건을 말한다. 국내채권의 수익률은 바로 채권금리를 의미한다. 외화로 표시된 해외채권의 경우에는 금리뿐 아니라, 외화가격, 즉 환율의 변동에 따른 자본수익률을 더해야 한다. 따라서 외화표시 해외채권 수익률은 해외금리 환율의 예상변화율을 합한 값과 같다. 미국의 금리가 인상되면 달러표시채권의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아질 뿐 아니라 환율도 미국 달러화에 유리하게 변할 것이기 때문에 일본, 유럽 및 신흥시장경제로부터 미국으로 자본이 이동할 유인이 커진다. 특히 신흥시장경제의 경우 급격한 자본유출로 인하여 외환위기가 재발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으므로, 위험할증(Risk Premium, 시장 위험을 감수하는 것에 대한 대가)이 증가하게 될 것이다. 최근 달러화 강세는 이러한 조정이 이미 일어나고 있다는 증거라고 볼 수 있다.
| 확장적 거시경제정책이 필요한 한국
내수진작에 초점, 민간소비관련 예산을 증액
사회간접자본투자도 확대해야
내년도 세계경제는 미국의 금리인상 전망에 따른 글로벌 금리의 상승, 일본 및 유럽뿐 아니라 중국의 성장 둔화에 따른 해외수요 감소로 어려움이 예상된다. 한국도 이러한 부정적 시나리오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미국의 금리가 인상되면 달러화에 대한 원화환율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미래예상 환율의 상승은 달러 표시 금융자산의 투자수익률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최근 원화환율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이유이다. 한국의 자본시장이 외국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이라고 해도 이러한 기본원리로부터 예외적일 수 없다.
그렇다면 우리가 택할 수 있는 정책은 무엇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현 위기상황을 직시하여 확장적 거시경제정책을 추진하는 한편, 글로벌 금융시장의 충격이 국내 금융시장의 혼란을 야기하지 않도록 금융 안정성을 유지하여야 한다. <그림>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는 2%(2014년 11월 기준)로 미국의 정책금리보다 높은 편이다. 정부는 금리를 더 낮춰서 적극적인 경기부양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한국은행은 미국의 금리인상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금리를 낮추는 것이 바람직한가를 고민하고 있는 것 같다. 물가안정이라는 한국은행 본연의 목표만 놓고 보더라도 낮은 물가상승률의 지속은 확장적 통화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하겠다. 재정정책 역시 내수진작에 초점을 맞춰 민간소비관련 예산을 증액하고 사회간접자본투자를 확대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기업의 투자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투자환경 개선에 노력해야 한다.
한국경제는 아직 글로벌 위기의 여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금융위기의 진원지라고 할 수 있는 미국이 가장 먼저 위기에서 탈출할 수 있는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스스로 반문해 보아야 할 것이다.
유재원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govjai@konku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