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는 언제부터 저출산 문제를 고민하기 시작했을까? ‘1960년 합계 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동안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자녀수) 6.0명→1990년 1.5명→2013년 1.22명’이라는 수치를 들이대지 않더라도 불과 한 세대 만에 우리 사회 출산율에는 엄청난 가시적 변화가 있었다.
아마도 연령대에 따라서 이 문제에 대한 생각과 문제의 심각성을 느끼는 정도가 다를 것이다. 예를 들어 현재 중장년기에 있는 베이비부머(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46년 이후부터 1965년 사이에 출생한 사람들) 세대들에게는 산아제한을 가족계획으로 강조하던 출산억제 정책에 대한 기억이 남아 있을 것이며, 청년기 세대들은 성장과정 내내 저출산의 심각성을 심심찮게 들어왔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출산정책을 축약했던 표어들은 시대별로 어떻게 변해 왔을까.
| 1960~1970년대: 3 · 3 · 35 운동 등 산아제한에 사활
온 국민이 가난에 허덕이던 1960년대 정부는 산아제한 정책에 사활을 걸었다. “많이 낳아 고생 말고, 적게 낳아 잘 키우자”라는 구호를 귀에 못이 박히도록 외쳤고 “3 · 3 · 35 운동”도 벌였다. 3명 자녀를 3년 터울로 낳고, 35세까지 단산하자는 뜻이다. 정부는 ‘아이 적게 낳기 운동’에 전력을 쏟았다. 당시 보건소나 ‘가족계획 지도원’에서는 무료로 불임시술을 해주기까지 했다.
1970년대에도 정부의 산아제한 정책은 계속됐다. 자녀를 적게 낳는 것도 중요하지만 당시 우리 사회에는 남아선호 사상이 뿌리 깊게 박혀 있어서 아들을 낳기 위해 출산을 계속하는 사례들이 많았다. 이러한 현실에 대한 대응으로 나온 표어가 “딸 · 아들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였다. 또 여기에는 한 가정에서 두 자녀를 낳아 키우는 것이 ‘표준모델’이 되는 ‘4인 가족’에 대한 암묵적인 메시지가 강하게 담겨 있었다. 4인 가족이 ‘정상 가족’으로 간주되는 ‘두 자녀 가정’ 정착 노력은 오늘날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 1980년대: 두 자녀에서 한 자녀로, 남아선호는 더욱 강화
1980년대에는 두 자녀에서 한 자녀로 변화됐다. 그만큼 인구 증가에 대한 우리 사회의 긴박함이 강했던 것이다. 특히 이 시기 표어에서는 남아선호 사상에 대한 반대 메시지가 강하게 표현되고 있다. “하나 낳아 젊게 살고 좁은 땅 넓게 살자”,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안 부럽다”, “사랑으로 낳은 자식, 아들딸로 판단 말자” 등이다.
1983년 출산율이 인구대체율(여성 1명이 평균 2.1명의 아이를 낳으면 현 수준의 인구가 계속 유지될 수 있다는 의미) 수준인 2.1명 이하로 떨어졌다. 우리나라 출산정책에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1970년대 말~1980년대 초반 오일쇼크 등의 영향과 정부의 적극적 산아제한 정책이 맞물려 초래된 결과였다.
하지만 정부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오히려 출산율 하락이 일시적인 현상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더욱 강력히 산아제한 정책을 실시했다. 그 결과 출산율은 점점 더 떨어졌다. 이 시기 출산율은 줄었으나 우리 사회의 남아선호 사상은 매우 강력해 당시 출생 성비 불균형은 매우 심각했고 남아 출생 성비는 1990년 116.5까지 올랐다.
| 1990~2000년대: 정책 방향 급선회, 많이 낳아 잘 기르자
1990년대 들어서면서 출산정책은 전면적으로 수정됐다. 정부는 1989년 피임사업을 중단하고 사실상 산아제한 정책을 중단했다. 정부는 1996년 인구정책의 목표를 ‘산아제한’에서 ‘자질 향상’으로 변경했다. 인구의 질적 향상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이었다.
특히 이 정책의 내면에는 남아선호 사상을 근본적으로 해체하고자 하는 의도가 강했다. 이에 “아이가 미래입니다”, “아기의 울음소리, 미래의 희망소리”, “가가호호 둘셋 출산 하하호호 희망한국”, “허전한 한 자녀, 흐뭇한 두 자녀, 든든한 세 자녀” 등의 표어를 통하여 적극적인 출산장려 정책으로 급선회했다.
1.5명 내외에서 머물던 출산율은 극적으로 떨어져 급기야 2005년 1.08명의 최저수준으로 떨어졌다. 저출산 시대에 대한 위기의식이 급속하게 고조되면서 출산정책은 “아빠, 혼자는 싫어요. 엄마, 저도 동생을 갖고 싶어요”, “자녀에게 물려줄 최고의 유산은 형제입니다” 등 많이 낳아 잘 기르자는 메시지로 전환됐다. 출산율 감소는 결혼한 부부가 자녀를 많이 낳지 않는다는 것 외에도 훨씬 복잡한 문제들이 얽혀 있다. 결혼연령이 높아지고, 청년층 실업이 심각해지면서 미혼율, 만혼율이 높아지는 등 여러 가지 요인들이다.
시대별 표어를 살펴보니 이런 표어가 정말 있었을까, 격세지감이다. 1970년대에는 산아제한을 외치는 가족계획 표어가 유독 많이 나왔다. ‘둘도 많다’며 ‘하나만 낳자’라고 외치던 가족계획의 절정기였다. 그러나 이제 우리 사회는 사회 재생산을 걱정하는 현실에 와 있다. 최근 TV에서는 한 자녀 가정을 대상으로 동생 낳아주기 캠페인이 등장했다. 동생을 낳아줘서 함께 커 가며 함께 배우는 평생의 단짝을 만들어 주자는 ‘아이 좋아 둘이 좋아’ 캠페인이다.
홍승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가족 · 다문화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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