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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경제교육(종간)
교사 에세이: 그래도 교사는 행복하다!
임혜빈 원주대성중학교 교사 2015.01.06

“요즘 애들은 왜 이래! 힘들어서 못 하겠네.” 여기저기 선생님들의 볼멘소리가 들려오고 있다. 이렇게 선생님은 화가 머리끝까지 났는데, 아이들은 ‘저 선생님이 왜 저러지?’ 하는 표정을 지을 때가 있다.


비단 우리 학교에서만 일어나는 문제는 아닌 듯싶다. 연수를 통해 만난 선생님들도 한결같다. 큰 도시에서 교직 생활을 하는 분은 시골 소규모 학교로 내신(內申)을 내야겠다고 하고, 작은 지역에 살고 있는 분들은 큰 도시의 학교로 들어가기 무섭다고 한다.


그러나 그런 상황만 찾아오는 건 아니다.


# 하나, 몇 달 전 나를 찾는 전화가 왔다. 굵직한 목소리로 “선생님, 저 A예요. 기억하세요?” 깜짝 놀랐다. 내가 기억하는 A군은 8년 전 중학교 1학년 담임 시절 우리 반에서 공부도 못하고 어린 구석이 많은 친구였다. 그런데 전화 속 A군은 너무나 의젓했다. 지금은 대학생인데 곧 군에 입대할 예정이고 제대 후 유학을 가서 국제관계를 공부할 생각이라고 했다. 더구나 전화 말미에 “선생님, 저 꼭 성공해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하고 말을 하는데 감동이 컸다.


# 둘, 3년 전에 졸업시킨 B군은 2학년 때 담임을 했었다. 학교에서 담배를 피우고 수업태도도 좋지 않아 야단도 꽤나 많이 쳤다. 그런데 작년에 카톡으로 뵙고 싶다는 연락이 와서 점심을 같이 했다. 특성화고등학교에서 귀금속 가공을 선택하여 그 분야 자격증을 학교에서 가장 많이 땄으며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쥬얼리 회사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했다. 좀 거칠고 반항적이었는데, 어떻게 그런 섬세한 일을 하는지 신기할 따름이었다. 얼마 전 그 학생이 다니던 학교 선생님이 우리 학교에 학교 홍보차 오셔서 B군 자랑을 많이 하셨다고 들었다.


# 셋, 입학 시 전교 1, 2등으로 들어온 C군은 자신이 목표한 대학이 아니라 지방 국립대로 진학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중학교에서 가르칠 때 A·B군과 C군의 실력 차이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컸는데, 본인이 희망하는 진학과 진로를 선택함에 있어서는 별반 차이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지 못하면 성공할 수 없다. 행복한 삶이란, 계속 배우고 익혀서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에서 즐겁게 생활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학교 근무 경력이 쌓이면서 아이들을 가르칠 때 성적보다는 성실성과 가능성을 많이 보게 되었다. 그 학생이 가지고 있는 장점을 최대한 키워주려 애썼다. 어떤 학생이 어떻게 변할지는 아무도 모르고, 아무도 그 학생의 성공 여부를 점칠 수 없다.


선생님도 바뀌어야 한다. 언제까지 ‘옛날에는 안 그랬는데 지금은 왜 그래?’ 하면서 아이들만을 탓할 수는 없다. 세상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사회가 빠르고 복잡하게 변화하는 만큼 아이들이 변하는 것도 당연한 것이다.


나도 교사로서 속상할 일이 많지만, 항상 마음을 다잡는다.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에 대응하자. 달라지는 아이들을 이해하자. 내가 변해야 아이들을 이해할 수 있고, 아이들을 이끌 수 있다.’ 그래서 요즘은 아주 정직한 고전적인 교사보다는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려는 교사가 되려 한다. 그러니 재미있다. 폼을 생각하지 않는다. 진정성 있게 아이들에게 다가간다. 세상의 변화에 두려워하지 않고, 시간이 흘러가도 아이들과 소통할 수 있는 교사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