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내용으로 건더뛰기

KDI 경제교육·정보센터

ENG
  • 경제배움
  • Economic

    Information

    and Education

    Center

클릭경제교육(종간)
중국 자본시장 개방의 신호탄, 후강퉁
전병득 매일경제 증권부 차장 2015.01.06




중국 자본시장 개방의 새로운 단계 진입을 알린 후강퉁이 2014년 11월 17일 본격 시행됐다. 후강퉁이란 상하이 거래소와 홍콩 거래소를 연결해 상대방 증시에 상장된 주식 매매를 허용하는 중국 당국의 조치를 말한다. 후강퉁은 리커창 중국 총리가 작년 4월 보아오 포럼에서 처음 언급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후강퉁이라는 용어가 생소한데 이는 중국 문화와 관련이 있다. 중국은 각 도시마다 상징 한자를 갖고 있다. 베이징(北京)은 징(京), 톈진(天津)은 진(津) 이런 식이다. 상하이(上海)를 상징하는 한자는 후(?)이고 홍콩은 강(港)이다. 따라서 후와 강은 상하이와 홍콩을 가리키는 말이고 퉁(통·通)은 뜻 그대로 ‘연결한다, 통한다’라는 뜻이다. 후강퉁은 상하이 증시와 홍콩 증시를 연결해 상하이에서 홍콩에 상장한 기업 주식을 살 수 있고 홍콩에서도 상하이 주식시장의 주식을 살 수 있게 됐다는 뜻으로 요약된다.


기존 불가능했던 중국 우량기업 투자, 후강퉁으로 가능성 열려


후강퉁은 지난 1990년 상하이증권거래소 개장 이후 24년 만에 이뤄진 중국 증시의 본격적인 개방이라는 역사적 의미를 갖는다. 후강퉁이 시행됨으로써 비로소 외국인들은 홍콩을 경유해야 하지만 큰 제약 없이 중국 본토 주식을 사고 팔 수 있게 됐다.


후강퉁 시행 전에는 외국인들은 중국 기업의 주식을 마음대로 살 수 없었다. 중국은 상하이 증시 개장 이후 내국인 전용인 A주와 외국인 전용 B주로 나눠 거래를 제한했다. 외국인 전용주식인 B주는 투자할 종목 수가 50여 개에 불과하고 거래도 부진해 유명무실했다. 우량주인 중국 내국인 전용주식 A주에 투자하려는 외국인들은 중국 정부로부터 엄격한 심사를 거쳐 ‘적격외국인기관투자가(QFII)’자격을 얻어야만 했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중국 최대 유제품 업체 네이멍구이리그룹 주식이나 주류산업 대표 기업인 구이저우마오타이, 중국 최대 자동차 업체 상하이자동차, 중국 철도 대표기업 다친철도 같은 우량기업들에는 투자할 수 없었다는 얘기다.


이번에 개방된 상하이 증시 A주는 종목이 568개나 되고 이 종목들은 전체 시가총액의 90%를 차지하고 있다. 물론 전면적 개방은 아니다. 중국 정부는 상하이 증시 총 투자액을 3,000억 위안(약 54조 원)으로 제한했다. 하루 투자할 수 있는 외국인 투자한도도 130억 위안(한화 2조 3,236억 원)으로 묶었다. 다만 후강퉁 활성화를 위해 인센티브를 마련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주식 매매 차익의 10%를 세금으로 매겼지만, 후강퉁을 통해 상하이 주식을 매매하는 투자자에겐 이 세금을 3년간 면제해 주기로 한 것이다.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한국, 국제 자본시장 파장에 주목해야


후강퉁에 대한 높은 기대치는 바로 나타났다. 시행 첫날 주식시장이 마감도 되기 전에 외국인 투자자들이 대거 몰려 그동안 중국 내국인 전용투자주식으로 묶여 있던 A주 유망종목을 싹쓸이하며 일일 투자한도를 모두 채웠다.


첫날 뜨거운 열기는 비록 하루 만에 꺾여 지금은 하루 투자한도 30% 선에 머물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장기적 관점에서 중국의 움직임을 봐야한다고 진단한다. 중국 정부는 올해 안에 선전증권거래소와 홍콩증권거래소 간 교차 매매를 가능하게 하는 선강퉁(深港通)도 진행할 예정이다. ‘홍콩-상하이-선전’ 주식시장이 하나로 이어지면 세계에서 미국에 이은 제2대 주식시장이 만들어지게 된다. 후강퉁도 순조롭게 진행되면 단계적으로 거래 한도를 늘리고 나중에는 폐지해 완전 개방으로 갈 수도 있다.


사실 중국은 지난 2010년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부상했지만 주식시장은 후진성을 면치 못했다. 중국은 후강퉁을 통해 후진적인 자본시장을 선진화하는 동시에 위안화 국제화를 노리고 있다. 후강퉁의 모든 거래는 위안화 기준으로 이뤄진다. 글로벌 투자자들의 후강퉁 투자가 늘수록 위안화의 국제적 거래규모도 자연스럽게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또 중국 증시로 유입되는 글로벌 자금이 큰 폭으로 늘어나게 되고 중국 투자자들도 본격적인 해외투자에 나서게 되면 ‘차이나 머니’ 영향력은 대폭 커질 것이 확실하다. 중국은 위안화를 미국 달러나 유로처럼 국가 간 거래의 중심이 되는 글로벌 통화로 만들고 싶어 한다. 현재 세계 외환 거래에서 위안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일곱 번째에 그친다.


우리나라 입장에서 보면 후강퉁 시행은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투자자들은 중국 본토 증시에 대한 투자 기회가 확대됐지만 후강퉁이 전 세계 투자자들의 호응을 얻으면 아시아 신흥국에 투자하는 외국인 자금이 중국 쪽으로 쏠릴 수 있다. 중국 주식시장이 외국인 자금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면 지리적으로 바로 옆에 위치한 우리나라는 반대로 외국인 자금이 이탈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물론 장기적으로 볼 때 아시아권 전체에 글로벌 자금이 몰리면서 우리 증시도 반사이익을 볼 것이라는 추정도 가능하다. 어느 쪽이든 우리에게 유리한 환경을 만들려면 후강퉁이 몰고 올 국제 자본시장의 파장에 대한 철저한 연구검토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