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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경제교육(종간)
미리 보는 2015년 소비트렌드
전미영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교수 2015.01.06

2015년은 을미(乙未)년 양띠 해다. 양 중에서도 푸른 양, 즉 청양(靑羊)의 해다.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에서는 올해 10대 소비트렌드 키워드를 ‘양을 세다’란 의미인 ‘Count Sheep’에 맞춰 선정했다. 굵직굵직한 스포츠행사·국제행사·선거 등이 없어 다소 단조로울 수 있는 2015년이지만, 충격적이고 비일상적인 사건사고로 얼룩졌던 2014년과 달리, 평범하고 일상적인 작은 행복을 양을 세듯 차곡차곡 누릴 수 있는 한 해가 되게 해달라는 소망을 담았다.



결정장애에 빠진 소비자들


상품은 끊임없이 쏟아지고, 새로운 정보는 여기저기 넘쳐난다. 현대인들은 데이터스모그(Data Smog)에 휩싸여 길을 잃고 헤매며 점점 결정을 내리기 어려워하고 있다. 정보 과부하의 상황 속에서 단호한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고민을 거듭하는 ‘햄릿증후군’을 앓는 소비자가 증가하는 것이다. 개성보다는 대세를 강요하는 한국 특유의 ‘정답사회’적인 분위기 속에서 사람들은 정답을 찾지 못한 채 계속해서 의사결정을 유예하거나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다수가 내리는 의사결정을 따라 하는 ‘베스트셀러 추종형’ 의사결정을 내린다.


‘햄릿증후군’에 걸린 소비자들에게 결정의 확신을 줄 수 있는 것은 확실한 증거들뿐이다.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해야 직성이 풀리고, 지인들과 공유하며 검증해야 마음이 놓인다. 일종의 증거중독이다. 괴담과 음모론이 기승을 부리는 불신사회에서 소비자들이 강박적으로 증거를 구하고 있다. 이제 막연하고 감성적인 광고문구나 누군가의 ‘충동질’이 아니라 객관화된 데이터가 소비자의 결정에 확신을 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선택에 어려움을 느끼는 소비자들은 기업과 영리한 밀당을 즐기기도 한다. 남녀 간에만 ‘썸’을 타는 것이 아니라 상품과 브랜드도 썸을 타며, 다양한 브랜드를 ‘간보기’ 한다. 지속적 인간관계는 부담스럽기 때문에 일회성 사교모임이 늘어난다. 상품과 브랜드는 써보고 결정한다. 치고 빠지려는 소비자와 그들의 마음을 붙잡으려는 기업 간 숨가쁜 술래잡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것이다.


수준 높은 경험에 대한 갈망


2015년 소비자의 경험은 더욱 높은 수준으로 진화한다. 보고, 듣고, 맛보고, 냄새 맡고, 감촉하는 오감이 더 세밀해지고, 그동안 익숙하지 않았던 감각이 주목받으며, 다양한 감각이 섞이는 감각의 향연이 시작된다. 후각과 촉각처럼 기존에 덜 주목했던 감각을 통해 새로운 즐거움을 얻고, 시각·미각·청각 등 비교적 익숙했던 감각들이 정교화·세밀화된다.


다양한 감각적 경험은 SNS를 타고 확산돼 일상이 곧 자랑이 되고 자랑이 곧 일상이 된다. 이 ‘과시의 민주화’ 시대에 소비자들은 ‘자랑질’을 위해 일상을 연출하고, 매 순간을 캡쳐해 SNS에 업로드한다. 주변의 평판에 의해 자존감을 느끼는 ‘타아도취’의 세상에서 사람들은 자랑의 대열에 합류하기 위해 ‘누려야 할 것들(경험)’의 버킷리스트를 만들고, 이러한 경험을 자랑함으로써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한다.


일상의 자랑질은 사람들이 사치하는 방식도 바꾼다. 진정으로 럭셔리한 아이템은 유명 브랜드가 아니라 ‘평범함 속의 여유’다. 그 여유로운 우아함이란, 최대한 평범하고 심플한 멋이 만들어내는 라이프스타일에서 나온다.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평범한 여유를 갖는 것이 어쩌면 가장 어려운 일이 되면서, 역설적이게도 평범한 삶이 가장 사치스러운 속성으로 변화하고 있다.


새로운 유통채널의 등장


2015년 소비트렌드 변화는 사람들의 구매 채널에서의 변혁을 예고한다. 온라인·오프라인·모바일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쇼핑을 즐기는 크로스쇼퍼들이 증가하면서, 유통채널 간의 경쟁도 그 어느 때보다도 치열해지고 있다. 오프라인·온라인·모바일·TV 홈쇼핑 등 여러 유통채널들이 상호 간에 확장되고 결합되며 ‘옴니채널’로 진화하는 것이다.


오프라인 공간은 새로운 경험의 공간으로 거듭난다. 이 가운데 골목길이 재조명된다. ‘획일’보다는 ‘다양’에 가치를 두는 개성 강한 젊은 소비자가 증가하고, 지도서비스나 내비게이션 등 위치기반서비스(LBS)들이 발달하면서 아무리 외진 곳도 어렵지 않게 찾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개성 있는 골목 풍경을 SNS에 ‘인증샷’으로 남기면 그 골목의 매력이 빛의 속도로 전파된다.


새로운 소비집단의 출현과 작은 성공전략


2015년 할머니들이 달라졌다. 베이비붐 세대에 태어나 이전 세대와는 질적으로 다른 경제적·문화적 향유를 누렸던 세대가 드디어 손자를 보기 시작했다. 희생의 아이콘인 할머니는 잊어라. 젊어보이는 것이 아니라 젊다고 생각하고, 젊어보이게 늙다가 그대로 죽고 싶다고 말하는 이들은 “인생은 60부터”라는 명언을 행동으로 실천하고 있다. 자신만의 멋진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한국형 ‘신세대 Urban-Granny’가 등장한다.


세분화되는 고객을 겨냥해 기업의 성공전략은 더욱 더 치밀해진다. 지엽적인 것들이 본질에 앞서며,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꼬리경쟁’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사은품을 가지려고 본품을 구매하고, 밑반찬 하나 때문에 단골식당을 바꾸며, 부수적인 서비스라고 생각되던 것들이 제품과 결합해 새로운 제품군을 생성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