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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경제교육(종간)
이달의 책: 정상은 하나지만 오르는 길은 수없이 많다
오형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2015.01.06


『경제학, 인문의 경계를 넘나들다』 오형규 지음


공부 중에 어려우면 포기할 수 있는 게 있고, 어려워도 포기해서는 안 되는 게 있다. 문과 출신이면 대개 수학을 못해도 살아가는데 큰 지장이 없다. 이과 출신은 사회과학을 몰라도 심각한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평생 살아가면서 결코 포기해선 안 되는 게 있다. 바로 인문학과 경제학이다. 사실 인문학은 막연하고 경제학은 난해하다. 대학에서 인문학을 전공했지만 아직도 인문학이 뭔지 잘 모르겠다. 경제신문에서 26년을 경제기자로 일하고도 경제학은 여전히 망망대해다. 하지만 2년간 고교생 경제·논술신문 ‘생글생글’을 만들면서 한 가지 깨달음이 있었다. 모든 학문에는 일맥상통하는 연결고리가 있고, 궁극적인 지향점(진리)은 같다는 사실이다. 산의 정상은 하나지만 정상에 오르는 길은 수없이 많은 것과 같다.


이것이 『경제학, 인문의 경계를 넘나들다』를 쓰게 된 이유이자 출발점이었다. 신화, 역사, 소설에다 심지어 과학, 영화까지도 경제학과 통하는 원리가 있었다. “유레카!” 를 외치고 싶은 기분이었다. 인문학적 소양이 요구되는 대입 논술도 경제학의 프레임으로 걸러보면 시야가 확 트이는 느낌을 받게 될 것이라 확신한다.


예를 들면 세계에 홍수신화가 500종이 넘는다. 신데렐라와 콩쥐팥쥐의 서사구조는 놀랍도록 닮아 있다. 더구나 신데렐라 스토리가 세계적으로 무려 1,000여 종에 달한다. 이는 무엇을 의미할까? 인류 공통의 경험, 인간이면 누구나 갖는 도덕감정, 그리고 예부터 교류와 교환이 왕성했다는 증거가 될 수 있다. 역사상 최대 제국을 건설한 몽골족이 100만 명의 인구로 수억 명의 이민족들을 어떻게 200년 동안이나 지배할 수 있었을까. 극단적인 폭력과 공포만으론 불가능했을 것이다. 오히려 신속한 이동과 광범위한 유통을 통한 상업의 발달, 모든 종교의 용인, 능력 위주 공직인사 등 개방적인 사회시스템이 제국 통합의 비결이었다. 정보기술(IT)의 네트워크 효과를 몽골족은 12세기에 이미 달성한 셈이다.


요즘 인문학이 대세다. 인문학을 모르고선 대입도, 취업도, 기업경영도 애로가 많을 정도다. 그럼에도 인문학이 뭔지 제대로 답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인문학은 그 어원에 이미 답이 들어 있다. 인문학을 뜻하는 라틴어 ‘후마니타스(humanitas)’는 인간 본성이란 의미다. 문사철(文史哲), 예술뿐 아니라 사회과학, 자연과학, 영화로도 얼마든지 인문학적 사고의 지평을 넓힐 수 있다. 평생 독서를 통해 얻게 되는 지혜가 곧 인문학이다.


경제학은 또 어떤가. 복잡한 수식과 그래프를 보면 지레 질려버린다. 하지만 경제학은 본래 그런 게 아니다. 인간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이익 · 효용 · 가치에 대한 개인과 집단의 행동을 오랫동안 관찰하고 분석한 결과다. 경제학적 분석틀로 보면 눈에 보이는 현상과 보이지 않는 본질을 가려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인간 본성을 탐구하는 인문학과 인간 행동을 분석하는 경제학은 ‘인간’이라는 공통분모를 지닌다. 어찌 통하지 않겠는가. 토대가 상부구조를 결정한다고 마르크스가 갈파했듯이, 경제학적 토대 위에 인문학의 지혜가 쌓아온 것이 곧 인류 역사이기도 하다. 하지만 중고교 교과과정은 과목마다 칸막이 치듯 단절돼 통섭적인 사고를 가로막는다. 답은 부단한 독서에 있다.


유홍준 교수는 ‘아는 만큼 보인다.’라고 했다. 최재천 교수는 ‘알면 사랑하게 된다.’라고 했다. 이 책은 인문학과 경제학의 융합을 위한 마중물일 뿐이다. 학생들 스스로 숨은 그림을 찾듯이 고전 속에서 경제학의 원리를 발견해 낸다면 더할 나위 없다. 아무리 어려워도 하면 된다. 설사 잘 안 되더라도 ‘하면 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