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직생활 10년차에 접어든 그해, 9년간의 고등학교 근무를 마치고 중학교로 발령을 받은 나는 한창 혈기왕성한 중학생들과 어떻게 하면 잘 지낼 수 있을까 하는 즐거운(?) 고민에 빠져 있었다. 자유학기제 등 교육계의 변화로 인해 고등학교에서 느끼지 못했던 새로운 경험을 시도해 볼 수 있는 좋은 출발점이라 생각하며 아이들과 한바탕 어우러져서 즐겁게 생활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다. 기존에 해왔던 청소년단체 ‘청소년 4-H’를 비롯해, 안성교육지원청에서 공모한 ‘통일한국!’ 동아리에 선정돼 관내 고등학교 4개교와 연합하여 안성지역의 특색(안성지역에는 북한이탈주민과 학생을 위한 다양한 시설로 하나원, 삼죽초등학교, 한겨레 중·고등학교 등이 있음)을 살린 연합동아리 활동을 전개해 나갔다. 여러 차례의 지도교사 협의회를 통해 건강한 통일교육을 모토로 각 학교의 역할을 분담하였다.

안성 수덕원에서 열린 통일한국! 학생 통일 동아리 연합 캠프(2014. 9)
2014년 9월 통일연합동아리 1박 2일 캠프(경기교직원 안성수련원)에 참여했을 때는, 우리 학교 학생들이 탈북청소년들과 함께 모둠을 구성해 다양한 평화통일 방안에 대해 고민하고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도출하는 모습을 보며, 아이들에게 성장 발판으로서의 장을 열어 주는 것이 교사의 중요한 책무 가운데 하나가 아닐까 하고 뿌듯함을 느꼈다.
안성지역에서는 통일교육의 중요성을 알리고 함께 공감하는 시간을 만들기 위해 통일관련 행사가 매년 성대히 치러진다. 2014년 11월 26일 한겨레 중·고등학교에서 개최한 ‘통일한국! 어울림축제 한마당’에 죽산중 통일 한국! 동아리 학생들과 함께 그곳 학교를 방문하였다. 남북한 학생들이 ‘통일은 위기인가? 기회인가?’를 주제로 열띤 입담과 언변을 펼쳐 좌중을 압도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연말 동아리 활동 후 한 해를 반성하는 간담회 자리에서는 동아리 학생들이 그간의 소감을 말하는 시간을 가졌다. “선생님! 저는 처음으로 동아리 활동이라는 것을 해보았어요. 처음에는 잘 따라갈 수 있을까 걱정을 많이 했는데, 선생님의 지도와 동아리 부원들의 협조로 올 한 해 의미 있는 활동을 한 것 같아 매우 기쁘고, 제 자신이 훌륭하다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어요.”, “저는 작년까지만 해도 학교에 와서 웃질 않아 선생님들한테 뚱하다는 얘기를 듣곤 했는데 선생님과 동아리 활동을 함께 하면서 많이 웃게 되었어요. 선생님! 저 올 겨울에 수술할지도 몰라요. 힘들어도 선생님과 함께 한 시간 늘 기억할게요. 감사해요!”
모든 선생님들이 아이들과 함께 바쁘게 하루하루를 보낸다. 가만히 보고 있노라면 즐거움보다는 고단함이 배어 있는 모습이 많은 것 같아 사뭇 안쓰러운 마음이 앞선다. 학교에서 할 수 있는 다양한 교육활동들, 그중에서도 아이들과 함께하는 건강한 동아리 활동은 사회과의 중요한 목표인 ‘민주시민 양성’을 실천하는 중요한 프로그램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선생님들이 그동안 숨겨온 다양한 끼와 재능을 살려 아이들과 함께 윈-윈(win-win)하는 ‘이끔이’와 ‘따름이’를 만들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그러면 선생님의 권위도 조금이나마 회복될 수 있지 않겠는가.
“효형쌤! 내년에도 함께하시는 거죠~ 네?” 미소를 머금고 살갑게 말하는 아이들을 보며 “내년에도~ of course!!”
볼우물을 가진 나도 미소로 화답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