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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경제교육(종간)
중국,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시장으로
김동영 KDI 산업·서비스 경제연구부 전문연구원 2015.02.03

2014년 12월, 부산에서 열린 ‘한-아세안 CEO 서밋(Summit)’에서 성장이론의 대가로 유명한 폴 로머(Paul Romer) 뉴욕대 교수의 발표가 있었다. ‘세계경제 전망과 아시아의 역할’이란 주제로 열린 발표에서 그는 개발도상국이 선진국을 따라잡을 수 있는 성장요인으로 ‘도시화’를 거론했다. 현대경제에서 경제적 가치가 가장 많이 생성되는 곳이 도시이며 성장을 위해서는 효율적인 도시개발 정책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도시화는 필연적으로 소비시장의 탄생을 야기하고, 소득 수준의 향상을 동반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선진국들이 도시화를 이미 달성했지만, 현 시점에도 도시화 과정을 살펴볼 수 있는 국가가 있다. 바로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중국이다.


개도국의 성장요인은 ‘도시화’


‘도시화(Urbanization)’란 도시의 수가 증가하거나 도시에 거주하는 인구의 비율이 높아지면서 2·3차 산업활동과 도시적인 생활양식이 보편화되는 과정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의 도시화는 1960년대 이후 산업화로 농촌지역 거주민들이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활발히 이동하면서 빠르게 진행되었다. 도시화는 점차 빨라져 1970년대 말에 50%, 1990년대의 75%를 지나 현재 90%가 넘는 수준의 도시화율을 보이고 있다. 거의 대부분의 인구가 도시에 거주하고 있는 셈이다.


선진공업국들은 모두 이와 유사한 도시화 과정을 거쳤다. 즉, 처음에는 많은 사람들이 농촌에 거주했지만(초기단계), 공업화가 진행됨에 따라 교육을 받은 청년들이 노동력이 넘쳐나는 농촌을 떠나 도시로 이주하여 더 높은 급여를 제공하는 일자리에 취업했다(가속화 단계). 근대 경제는 이처럼 값싸고 풍부한 노동력을 바탕으로 성장했고, 도시화가 진전되었다. 이후 도시화율이 80%를 넘으면서 농촌에서 도시로의 이주속도는 점차 둔화되고, 도시 간의 인구 이동이 활발해지며 심지어는 도시 인구가 교외 지역으로 이동하는 교외화 현상도 나타나기 시작했다(종착 단계).


中, 지난 10년간 총소비지출액 233.5% 증가


현재 중국의 도시화는 가속화 단계를 지나고 있다. 개혁개방 이전(1949~1977년)에는 도시화율이 연평균 0.25%씩 성장하여 증감 추세가 매우 불안정했으나, 개혁개방 이후(1978~1995년) 연평균 0.64%의 성장률을 보이며 안정된 성장단계에 접어들었다. 이후 도시화율은 연평균 1.3%씩 성장해 2014년 현재 53.7%의 도시화율을 보이며 급속도로 도시화가 진전되고 있다. 중국이 이처럼 가속화 단계에 빠르게 접어들 수 있었던 이유는 자국의 성장 동력으로 도시화를 활용했기 때문이다.


중국이 도시화를 경제발전의 원동력으로 삼은 배경에는 중국 경제를 수출의존형에서 내수주도형으로 전환해야 하는 시대적 과제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중국의 유럽 및 미국 수출 비중은 약 70%에 가깝다. 이런 상황에서 주요 무역대상국인 선진국들의 저성장 장기화는 중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어 수출 의존도를 줄여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이를 위해서 반드시 선행되어야 할 과정이 바로 도시화다. 도시화는 필연적으로 소득의 증가와 국내 소비의 증가를 야기하기 때문이다. 실제 중국의 경우 2000년부터 10년 간 도시인구는 약 46% 증가했으나 총소비지출액은 무려 233.5% 증가했다. 도시화로 인해 소득증대가 이뤄지면서 도시지역의 소비시장이 빠르게 성장한 덕분이다. 이처럼 국내 소비시장의 확대는 불확실한 해외부문 의존도를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중국 경제의 안정적 성장을 위한 발판으로 작용하게 된다.


도시화는 소비뿐만 아니라 투자 증가에도 영향을 미친다. 많은 인구가 도시로 유입되면서 도로·상하수도·전기·철도와 같은 도시기반 시설과 대규모 신규주택 건설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도시화로 인해 발생하는 투자의 경제적 효과는 매우 크다. 실제 중국 정부는 2020년까지 도시화로 인한 투자유발 효과가 40조 위안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우리 돈 약 6,900조 원에 이르는 엄청난 경제효과가 도시화로 인해 창출되는 것이다.


시티노믹스, 세계 기업에 성장기회 제공


한편, 도시화로 인해 소득이 증가하고 중산층이 늘어나게 되면 산업구조가 변화한다. 제조업 일변도였던 산업구조에서 서비스업의 비중이 늘어나고, 이로 인해 일자리도 함께 확대된다. 지난 30년간 중국의 도시화율이 1% 상승할 때마다 서비스업 취업자 수는 약 670만 명씩 증가했다는 분석결과는 이를 뒷받침한다. 즉, 도시화가 고부가가치 산업의 발전을 촉진해 국가경제를 보다 효율적인 구조로 탈바꿈시키는 것이다.


중국의 도시화가 가져오는 경제적 파급효과로 인해 중국이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시장’으로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즉, 중국의 ‘시티노믹스(Citinomics)’로 인해 각국의 기업은 엄청난 규모의 사업기회를 확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실제 2015년까지 중국 정부가 계획하고 있는 신규주택 건설 규모는 약 4,000만 채라고 한다. 건설 단일 부문에서만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80%를 수용할 수 있는 사업 규모가 펼쳐진다는 것이다. 중국의 도시화로 인한 기회가 얼마나 클지 짐작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중국의 사례를 통해서 살펴본 바와 같이 도시화는 그 자체로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 소득과 소비, 투자의 증가뿐만 아니라 산업 구조의 변화를 일으켜 다양한 측면에서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 중국의 도시화율은 60%를 넘지 못하고 있다. 개방화 이후 급속한 도시화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3대 사회문제라 불리는 계층·도농·지역 간 격차가 도시화의 발목을 잡고 있는 탓이다. 중국의 더딘 도시화는 어쩌면 우리 기업에는 다행일 수 있다. 중국 시장에 진출할 기회가 아직 남아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기업과 정부가 잠시 잊고 있던 도시화의 경제적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겨 저성장의 늪을 빠져나갈 수 있는 원동력으로 삼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