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12월 3일 한국금융교육학회가 출범했다. 초대 회장에 선임된 김종호 서울교대 명예교수(66세)는 사회과 교육, 특히나 경제교육에 오랫동안 몸담아 온 전문가다. “실천적 학회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는 김 교수는 우리나라 금융교육 현실의 문제점을 짚어가며 학회의 설립취지와 비전을 제시했다.
한국금융교육학회 초대 회장을 맡으셨다. 축하드린다. 어떤 취지에서 학회가 설립됐는지 궁금하다.
비슷한 기능과 목적을 가진 학회들이 있는 상황에서 금융교육학회가 꼭 필요한가 하는 고민이 있었다. 앞서 한국경제교육학회장을 맡았던 터라 더욱 그랬다. 하지만 사회의 경제현상을 이해하는 데 중점을 둔 경제교육만으로는 실생활에 적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다. 또 금융교육에 대한 표준화된 교재나 프로그램이 없다는 것도 한몫 했다. 금융교육은 실생활에 꼭 필요한 지식과 정보를 다룬다. 금융상품, 생애 재무설계, 신용거래, 외환 등은 금융생활에 있어서 꼭 알아야 할 것들이다. 여기에 필요한 교재를 개발하고, 교육방법을 전파함으로써 우리나라 국민들이 합리적인 금융생활을 할 수 있도록 실천하는 학회를 만들자는 취지에서 설립하게 됐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학생들이나 선생님들의 금융지식은 어느 정도 수준인가.
학교에서 금융교육을 받아 본 일이 거의 없기 때문에 학생들의 금융지식은 전무하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돈과 관련해서는 누구도 체계적으로 가르쳐준 적이 없을 것이다(최근 김종호 교수가 학회 창립 기념 심포지엄에서 발표한 바에 따르면 초등학생 5학년 20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84%가 학교에서 돈에 대해 배울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지만, 학교에서 배웠다는 학생은 12%, 부모에게서 배웠다는 학생은 42%로 나타났음). 교사들의 경우도 주요 업무가 금융과 무관하고 관련 연수도 없어서 일반적인 다른 직종의 사람들에 비해 금융지식이 적은 편이다.
말씀을 들으니 더더욱 교육대상별로 필요한 교육이 다를 것 같다.
물론이다. 예를 들어 초등학생의 경우 소득을 마련하는 방법보다는 용돈을 어떻게 소비할 것인지에 교육의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고, 사회진출을 대비하는 청년에게는 소득마련 방법, 창업 마인드 등을 알려줄 필요가 있을 것이다. 또 장년층에게는 현재 갖고 있는 자산을 어떻게 합리적으로 사용할 것인지에 무게를 둬야 할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금융교육을 설명해 주셨으면 좋겠다. 무엇을 교육해야 한다는 건가.
좁은 의미에서의 금융은 ‘돈을 빌리고 예금하는 것’을 말한다. 보다 넓은 의미에서 금융은 ‘돈의 흐름’이라고 할 수 있는데, 학회에서는 이 같은 광의의 금융을 다루고자 하며 그런 맥락에서 돈의 소중함과 역할을 우선적으로 가르쳐야 한다고 본다. 다음으로 소득을 마련하는 방법과 소비자 교육을 병행해 나갈 생각이다.
금융교육에 있어서 가장 선행돼야 할 부분은 무엇이라고 평가하나.
초·중·고교 학교교육 속에 금융교육을 반영해야 한다. 사실 시민 금융교육보다 더 중요한 것이 청소년 금융교육이다. 오래지 않아 사회인이 될 이들이 금융에 무지한 상태로 사회생활을 시작하면 신용불량자, 다중채무자가 증가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는 개인의 생활도 불행하게 만들지만 사회 전체의 문제로 불거질 수 있으므로 학생들이 어려서부터 금융에 관심을 가질 수 있게 해야 한다.
향후 학회에서 중점을 두고 추진할 부분은 무엇인가.
앞서 말씀드린 것과 같이 우선은 학교교육 속에 금융교육을 활성화시킬 노력을 하고자 한다. 현재 학교의 금융교육은 정규 교과가 아닌 창의체험활동이나 방과후 활동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그런데 최근 미국이나 일본의 사례를 보면 사회초년생 다중채무 문제가 부각되면서 청소년들이 사회에 진출하기 전에 학교 차원의 금융교육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도 여기에 주목하고 금융교육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또 하나는 청소년과 일반인,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금융교육 자료를 개발하는 것이다. 각 대상별로 무엇을 어떻게 교육할 것인지 구체적인 내용을 제시해야 한다. 지금의 금융교육은 체계적인 자료가 부족하다 보니 금융교육을 하는 사람 개인의 역량과 정보에 의존하는 식이다.
끝으로 선생님들이 어떻게 금융교육에 접근하면 좋을지 조언을 부탁드린다.
우리 삶에서 돈을 관리하고 사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영역임에도 교육현장에선 이 부분을 소홀히 하고 있다. 금융교육은 숨겨진 채 이뤄져서는 안 된다. 선생님 스스로가 금융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금융지식과 이해력을 높여야 학생들을 가르치는 데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것이 교사 대상의 금융교육이 중요한 이유이다. 앞으로 학회 차원에서도 교사연수 기회를 늘리도록 교육청이나 관련 기관에 꾸준히 요청해나갈 것이다. 선생님들이 먼저 금융교육에 관심을 갖고 학생들을 이끌어 주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