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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경제교육(종간)
러시아에 제2의 모라토리엄 오나
최성근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2015.02.03


 2015년 새해가 밝았지만 연초부터 세계 경기가 심상치 않다. 배럴당 50달러 수준이던 국제유가가 급락하고, 러시아 루블화 가치가 사상 최저수준으로 떨어지면서 러시아 경제와 금융시장의 불안이 높아지고 자칫 1998년 모라토리엄(Moratorium, 부도 위기에 처한 국가가 대외채무에 대해 일시적으로 상환을 연기하는 지불유예를 선언하는 것을 의미함. 1998년 외환위기 당시 우리나라는 러시아와는 달리 IMF로부터 구제 금융을 받고 경제 구조조정을 수용)이 재현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서방(西方) 경제제재와 유가 급락에 기인


 최근 러시아 경제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배경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한 서방의 경제제재이다. 지난해 크림자치공화국(Autonomous Republic of Crimea)이 우크라이나로부터 독립을 선언하고 러시아에 편입되는 과정에서 러시아가 이 지역에 정치적·군사적 개입을 하면서 사태가 촉발되었다. 이로 인해 우크라이나 정부와 미국, EU 등 서방세계는 러시아의 행보를 강력히 비난하며 대(對) 러시아 경제제재에 돌입하였다. 크림공화국과 러시아 주요 인사들에 대한 입국 금지 및 해외자산 동결, 그리고 주요 은행에 대한 거래 금지와 수출입 제한조치를 실시했다. 이렇게 서방세계의 경제제재가 지속되면서 러시아 경제는 급격하게 위축되었다. 특히 2014년 10월까지 수출과 수입증가율은 각각 -1.2%, -6.8%에 그치는 등 러시아의 교역 침체는 심각한 상황이다. 푸틴 정부는 수입대체를 위해 재정확대와 함께 국내 투자 지원을 강화하고 있으나, 고금리와 고물가 등으로 정책 효과가 한계적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두 번째로 국제유가의 급락으로 인한 충격이다. 최근 들어 세계의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글로벌 원유 수요는 정체된 반면, 셰일가스 등 미국 원유 생산이 확대되고, 리비아 등 산유국의 원유 수출이 정상화되는 등 공급이 크게 확대되었다. 이로 인해 국제유가는 작년 초 배럴당 110달러 수준에서 현재 배럴당 40달러 수준까지 폭락하였고, 이러한 상황이 지속될 경우 국제유가는 30달러 수준까지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유가 폭락은 경제의 상당부분을 원유 수출에 의존(재정수입의 50%, 총수출의 67%)하고 있는 러시아에게는 큰 손실을 가져다주었다. 만약 국제유가가 배럴당 30달러 수준까지 하락하게 되면 러시아의 재정수지는 약 1,160억 달러(127조 원), 무역수지는 2,600억 달러(284조 원)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한국, 수출 경쟁력 약화와 환율변동성 확대에 대비해야


 한편 유가 하락이 지속되면서 러시아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확대되자 외국인 투자자금이 러시아로부터 급격히 유출되고 있다. 또한 서방의 금융제재와 더불어 러시아 금융기관의 단기외채 비중이 급증하면서 외채상환 압력마저 더해지고 있다. 이로 인해 루블화 환율은 사상 최고치(통화가치 하락)에 달하면서 디폴트(Default, 국가부도) 위기감이 고조되었다. 현재 러시아의 총 대외채무액은 7,130억 달러 규모이며, 2015년 말까지 상환해야 할 총 외채(원리금) 규모는 1,583억 달러이다. 그러나 외채상환 외에도 외국인 자본유출 지속과 유가 하락에 따른 수입부담 확대, 환율 방어 등으로 외환보유고 규모는 급격히 감소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해 초 5,000억 달러에 달했던 외환보유고는 1년 만에 약 1,000억 달러 가량 줄었고, 앞으로도 정부의 환율 개입 등으로 감소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만약 2015년 러시아 외환위기가 발생할 경우 위기 대응에 필요한 외환 유동성 규모는 약 4,400억 달러로 추정되는데 이는 현재 외환보유액 4,189억 달러보다 크다. 따라서 2015년 유가 하락 등에 따른 유동성 위기 시 러시아의 대응 능력은 취약할 것으로 판단되며, 제2의 모라토리엄 발생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러시아에 모라토리엄이 발생할 경우, 실물 부문에서는 유럽의 대 러시아 수출 감소가 유럽 경기부진으로 이어지고, 이로 인해 우리나라의 대 러시아 및 대 유럽 수출이 감소하게 된다. 유럽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러시아 모라토리엄이 겹칠 경우 2009년 금융위기에 버금가는 충격이 예상된다. 이 가정을 기초로 하면 우리나라 총수출은 2.9% 감소하고 경제성장률은 0.6%p 하락할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 부문에서는 취약신흥국으로부터 외국인 투자자금이 급격히 회수되면서 신흥국 통화가치 절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반면, 다른 신흥국에 비해 안정적인 우리나라 금융시장에 외국인 투자자금이 유입될 가능성이 높으며, 이로 인해 원화가치는 강세(환율 하락)를 띠게 될 가능성이 높다. 한편 외국인 투자자금 유입으로 원화 가치가 강세를 띠게 되면 엔저현상과 더불어 우리나라의 수출 경쟁력은 더욱 약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러시아의 모라토리엄 발생 가능성에 대비하여 첫째, 러시아 및 유럽의 지정학적 리스크와 경제 및 금융 시장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 둘째, 외국인 투자자금 유입에 따른 환율 변동성 확대에 대비해야 한다. 셋째, 원화가치 강세로 인한 수출 경쟁력 약화에 대비해야 한다. 넷째, 러시아 및 유럽에 대한 수출 부진에 대비한 시장다변화 및 대체 수출 시장 확보 등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