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FinTech)’. 2014년 한국 사회에 등장한 낯선 용어다. 핀테크는 금융(Finance)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금융서비스에 기술이 결합된 것을 의미한다. 은행에 직접 찾아갈 필요 없이 은행 업무 처리가 가능토록 한 인터넷뱅킹·모바일뱅킹 등도 모두 개념상 핀테크의 일종이다.
이미 우리 일상에 들어와 있었던 핀테크가 새삼 주목받게 된 것은 카카오톡이 출시한 ‘뱅크월렛카카오’가 계기가 됐다. 일명 ‘카톡뱅크’라고 불리는 이 서비스가 왜 ‘핀테크 열풍’을 불러왔을까?
카톡으로 송금도 간편하게
카톡뱅크는 은행 서비스에 접속하지 않고 카톡(카카오톡)을 통해 송금할 수 있는 시스
템이다. 인터넷뱅킹이나 모바일뱅킹, 자동입출금기(ATM) 등은 모두 본인 은행계좌에 접속해 타인의 계좌를 입력하고 비밀번호 등의 인증절차를 거쳐야 했지만 카톡뱅크는 상대방의 카톡아이디만 있으면 손쉽게 송금을 끝낼 수 있다.
지금까지의 핀테크가 인터넷뱅킹처럼 금융회사가 IT를 이용해 고객의 편의성을 높이는 형태였다면 이제는 IT를 이용해 기존에 없던 금융서비스를 만들어 내고 있다. 사람들이 핀테크에 열광하는 이유다.
특히 눈여겨볼 변화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체가 금융회사에서 ‘IT회사’로 변했다는 점이다. 금융회사에 종속된 기술이 아니라 IT회사가 새로운 서비스를 무기로금융산업으로 치고 들어가는 것이 지금의 핀테크다. IT회사 카카오톡이 은행들이 하던 송금 서비스를 할 것이라고 누가 예상했을까?
핀테크는 우리에게 다소 낯선 용어지만 해외에서는 다르다. IT를 바탕으로 새로운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며 성공한 글로벌 기업들이 적지 않다.
지난해 사상 최대 규모의 자금을 조달하며 미국 증권시장에 입성한 중국의 알리바바(Alibaba)가 대표적인 글로벌 핀테크 기업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해외 인터넷 쇼핑몰에서 물건을 살 때 사용하는 결제서비스 ‘페이팔(Paypal, 미국 최대 오픈마켓 이베이(Ebay)의 결제시스템)’ 역시 핀테크를 대표하는 서비스다. 이 밖에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영수증을 사진으로 촬영하면 계좌명과 번호, 금액이 스캔돼 자동으로 결제가 완료되는 ‘포토페이(PhotoPay)’라는 서비스도 있다.
온라인상에서 대출자와 차입자를 연결시켜 주는 P2P(Peer-to-Peer) 대출서비스, 오프라인 지점 없이 온라인에서만 영업하는 인터넷 전문은행 등이 해외에선 활발하게 영업하고 있다. 심지어 금융 부문은 후진국이라는 중국에서도 지난 1월 4일 인터넷 전문은행 ‘웨이중은행’이 문을 열었다.
핀테크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도대체 어느 수준까지 발전할지, 기존 금융산업을 어떻게 흔들어 놓을지 가늠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핀테크, 서비스 금융산업에 엄청난 변화 몰고 올 것”
중국의 알리바바, 미국의 구글, 애플, 아마존 등 글로벌 IT기업들이 속속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서비스 영역도 금융회사의 고유 영역으로 넓히고 있다. 중국의 알리바바가 내놓은 온라인 전용 머니마켓펀드(MMF), ‘위어바오(Yuebao)’는 출시 1년 6개월여 만에 가입자 1억 명, 자산총액 94조 원의 거대펀드로 성장했다. 알리바바는 자회사인 온라인 마켓 ‘타오바오(Taobao)’에 입점한 기업들의 신용도를 평가해 대출까지 실시한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핀테크 열풍은 앞으로 금융산업에 엄청난 변화를 몰고 올 것”이라며 “금융과 IT간 합종연횡을 유발해 금융산업이 다양한 형태로 재정비될 것”이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국은 아직 ‘핀테크’에 있어서는 걸음마를 떼는 수준이다. ‘IT강국’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규제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IMF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금융산업에 대해 철저히 규제했고 아무나, 특히 산업자본의 진입을 허용하지 않았다. 또 대형 보안사고가 잇따라 터지면서 금융보안도 지속적으로 강화돼 왔다. 그러다 보니 새로운 기술을 대하는 정부의 태도가 보수적일 수밖에 없었다. 획기적 기술이 있어도 금융시장에 들어가는 것이 쉽지 않았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지난해 말 공식석상에서 “금융당국의 보수적 태도가 핀테크 산업발전 지연의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반성한 것도 이 때문이다.
올해는 정부가 팔을 걷고 나섰다. 금융당국은 올해 ‘핀테크’를 1순위 정책과제로 정했다. 곧 ‘IT와 금융의 융합 지원대책’이 나온다. 여기에는 그동안 핀테크 발전을 가로막은 각종 규제 철폐, 핀테크 기업 지원 방안 등이 담길 예정이다.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 계획도 포함된다. 2015년은 한국의 핀테크 원년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