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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경제교육(종간)
젊은 한국인: “글로벌 교육개발협력 전문가 될래요”
노수연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4학년 2015.02.03

8년 전 가족여행으로 캄보디아를 방문했을 때 수상촌에서 관광객의 옷자락을 부여잡고 1달러를 구걸하던 아이들을 만났다. 측은한 마음에 아이들에게 1달러를 쥐어주면 부모들이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훗날 개발도상국 아이들이 꿈을 키울 수 있는 학교를 설립하리라는 꿈을 품게 됐다. 학교 이름은 내 이름인 ‘Sooyeon’의 Soo와 School의 합성어인 ‘SOOchool’로 지었다.


그 후 아동과 교육을 접목해 다룰 수 있는 사회복지학과에 진학했고 현장실습, 봉사활동을 하면서 대상자들과 소통하는 사회복지사의 자질과 역량을 길렀다. 개발도상국의 교육, 보건의료, 식수 위생, 긴급구호 활동을 펼치는 개발 NGO 인턴 경험을 통해서는 학교 설립의 꿈에 한걸음 더 가까이 다가선듯 했다. 하지만 ‘공부할 수 있는 물리적 환경을 구축하는 것만으로 개발도상국 아이들이 꿈을 펼 수 있을까?’, ‘NGO가 지역사회를 떠나면 학교 운영은 누가 맡게 될까?’ 하는 구체적인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여기에 대한 답을 찾던 중 개발도상국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경제성장을 위해 한국의 발전경험을 모듈화해 전수하는 지식공유사업(Knowledge Sharing Program)을 알게 됐고, YKSPians(Young KSPians)에 도전했다.



캄보디아 개요

수도
프놈펜

언어
크메르어

면적
181,035㎢ 세계 90위(CIA 기준)

인구
약 15,458,332명
세계 68위(2014.07 CIA 기준(추정치))


캄보디아 KSP 사업현황

1. 과비관세조치 유연화

2. 성과기반 공무 조직 관리체계

3. 산업발전을 위한 재정적 인센티브 검토

4. 지속 경제성장을 위한 교육개혁





8년 전 꿈을 이루기 위해 YKSP에 도전


2014년도 캄보디아 KSP사업의 세부주제는 ①캄보디아 비관세조치 유연 ②성과기반 공무조직 관리체계, ③산업발전을 위한 재정적 인센티브 검토 ④지속 경제성장을 위한 교육개혁이었다. 캄보디아 교육제도에 관심이 있었던 나는 ‘경제발전을 위한 교육개혁’ 회의에 참여하기로 했다. YKSP 활동의 장점 중 하나는 본인의 관심분야에 따라 세부주제를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회의에 앞서 5월과 6월엔 캄보디아 이해를 위한 개황 조사를 통해 자료를 수집·정리했고, 7월 이후에는 캄보디아 정치·경제·사회 분야의 주요 이슈들을 요약한 뉴스레터를 제작해 연구진과 공유했다. 또 7월부터는 세부 주제와 일정을 조율하는 연구진 회의에 참석해 수요조사서를 검토하고, 교육개혁과 관련된 보고서를 열람하는 한편 주요 용어와 배경지식을 익혔다.


현지 첫 미팅은 8월 3일부터 8일까지 진행된 고위 정책결정자 수요조사였다. 여기서 내가 맡은 일은 일정 조율, 회의록 작성, 현장 촬영 등 미팅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돕는 일이었다. 교육부 장관, 노동부 차관, 고용청장, 초·중·고교 교장, 대학교 총장 등 캄보디아 교육제도를 구성하고 운영하는 다양한 주체들과의 심층 인터뷰를 지켜보면서 캄보디아의 경제성장을 가로막는 교육제도의 문제점을 알 수 있었다. 그중 가장 큰 문제는 높은 초등학교 중퇴율이었다. 2014년도 기준 캄보디아의 초등학교 순등록률은 약 98%로 표면상 거의 모든 아동의 기초교육에 대한 접근성이 보장되는 것으로 보이지만, 중퇴율이 높아 중·고교 진학률이 절반 이하로 떨어진다. 이는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할 양질의 인적 자원을 배출하는 대학 진학을 가로막는다. 또한 노동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지식과 기술을 습득할 기술전문학교에 입학하는 데도 최소 중학교 과정을 마쳐야 한다는 사실을 고려했을 때, 초등학교 중도탈락자는 전문기술인력을 양성하는 직업훈련 과정에 편입될 수 없게 된다.


또 다른 문제는 노동시장 수급불일치라고 할 수 있다. 향후 5년간 캄보디아의 산업구조 변화 추이를 살펴보면, 기술인력 수요는 산업부문과 서비스부문에서 높게 나타난다. 하지만 기술공급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기술전문학교의 직업훈련 프로그램은 농업부문에 편향돼 있으며, 노동시장 진출을 앞두고 있는 대학졸업자의 절반 이상이 인문학과 사회과학 전공자다. 이는 교육부와 노동부, 고용청 간 협력이 부족해 노동시장의 수요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University of Management에서 대학총장 및 부총장과 수요조사 인터뷰 후 촬영한 기념사진. 사진 속 인물은 왼쪽부터 Hor Peng University of Management 총장, 정혁 KDI School 교수, Seng Bunthoeun University of Management 부총장, YKSP 노수연


NGO 사업과 정책자문 사업에 균형 잡힌 시각 갖게 돼


캄보디아 교육제도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이해하면서 나는 8년 전 다짐이 얼마나 편협한 시각에서 비롯됐는지 깨달았다. 개발도상국 내에 학교를 설립하는 것만으로 한 국가의 교육제도와 사회구조를 바꾸기란 어렵다. 보다 거시적이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해당 국가의 경제·사회·노동정책과 연계된 교육정책을 수립하고, 그 안에서 학교 설립과 운영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해야 함을 알 수 있었다. 교육부-노동부-고용청 간 협력을 통해 일반교육과정과 직업훈련과정을 연계하고, 노동시장의 수요를 반영해 교과과정을 개편하고, 자격 있는 교사를 확보하고 훈련시키며, 학교 운영에 있어 각종 부정부패를 척결함으로써 거버넌스를 개혁하는 등의 노력이 수반돼야 했다.


일주일간의 출장을 다녀온 후 약 3주간 보고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도 긴장은 계속됐다. 회의록은 연구진들이 향후 정책제언을 하는 기초자료로서 의미가 컸다. 회의록을 한국말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생길 오역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난해 YKSP 사업보고서를 참고하며 용어 선택에 신중을 기했다. 국제기구와 캄보디아 공공기관의 보고서들도 참고했는데, 객관적이고 다양한 시각을 기를 수 있는 기회가 됐다.


비록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한 국가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경제성장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국가정책과 연계된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YKSPians 활동을 통해 개발협력사업을 구성하는 두 가지 축인 NGO사업과 정책자문사업을 균형 있게 이해할 수 있게 됐다. 기존의 생각이 개발도상국 지역사회 주민들을 대상으로 개발사업을 펼치는 NGO사업에 치중돼 있었다면, KSP사업에 참여함으로써 개발도상국 고위관료를 대상으로 이뤄지는 정책자문사업의 중요성과 그 흐름을 이해할 수 있게 됐다. 지금의 고민과 문제의식을 더욱 발전시켜 향후 글로벌교육 개발협력 전문가로 캄보디아를 다시 방문하게 될 때는 국가정책과 연계된,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을 견인할 학교를 세우고 운영할 수 있는 밑그림을 그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