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마트의 시식코너 판매원이 지나가는 외국인을 향해 구운 불고기를 먹어볼 것을 권유하였다. 외국인은 무슨 고기로 만든 식품이냐고 물었다. 판매원이 돼지고기로 만든 음식이라고 하자 외국인은 먹지 않겠다고 하였다. 판매원은 외국인을 향해 한국에서 살려면 돼지고기를 먹을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을 요구했다.
외국인은 웃으며 시식코너를 떠났지만 음식문화에 대한 배려가 없는 판매원의 한마디에 불편해하는 눈치였다. 그는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무슬림인 듯했다. 반대로 만약에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나라로 이민을 간다면, 돼지고기를 먹지 않고 살아야 하는 걸까?
‘다름’을 인정해야
세계 각국은 언어·종교·예술·제도·사상·환경 등 사회를 구성하는
주요 요인에 따라 다양한 문화를 형성하고 있다. 문화는 그 사회가 공유한 삶의 방식이나 가치관, 인간의 지적·정신적·창의적 활동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이슬람교에서 돼지고기는 금기 식품이다. 이슬람교가 발생한 중동 지역의 생태학적 조건과 환경이 돼지 사육에 부적합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음식문화에는 종교적 혹은 환경적 요인이 작용한다. 그러나 일부 중동 국가에서는 돼지고기를 먹는 외국인이나 다문화가족을 위해 돼지고기를 판매하기도 한다. 오랜 시간 동안 금기한 음식을 먹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또한 즐겨 먹던 음식을 포기해야만 한다면 삶의 질은 하락하고 사회에 대한 불만은 커질 것이다.
여성가족부 자료에 따르면 2013년 현재 기준 우리나라의 다문화가족은 75만 명 내외다. 2050년에는 총인구의 10%인 500만 명의 외국인이 우리와 함께 살게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저인구·초고령화·다문화사회’는 이제 거스를 수 없는 메가트렌드가 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다른 국가에 비해 단일민족 국가라는 민족주의가 강했다. 그러나 20세기 말에 이르러 외국인 유입 증가, 국제결혼 급증 등으로 다문화가족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외국인 유입과 다문화가족이 늘어날수록 문화적 충돌로 인한 사회 문제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비단 마트 사례뿐 아니라 학교나 직장에서도 관습·종교·인종·언어 등의 다름으로 충돌이 발생하고 있다. 다문화사회로 진입하기 시작한 만큼 다양한 문화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가질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동남아시아 말레이반도에 위치한 싱가포르는 다문화국가다. 인구 구성을 보면 중국계 74.2%, 말레이계 13.3%, 인도계 9.2%, 기타 3.3%로 이루어져 있다. 종교도 불교 33.3%, 기독교 18.3%, 이슬람교 14.7%, 도교 10.9%, 힌두교 5.1% 등으로 다양하다. 싱가포르인은 태어나면서부터 인종의 다양성을 존중해 영어를 기본으로 중국어, 말레이어, 타밀어(인도 남동부 타밀족 언어) 등 모국어를 별도로 학습하는 교육을 받으면서 성장해 누구나 2개 국어 이상을 구사한다. 이러한 교육과정으로 아이들은 성장하면서 문화의 다양성을 존중하며 자연스럽게 다른 문화를 받아들이게 만든다. 여러 인종으로 구성된 다문화사회인 싱가포르가 오늘날 경제 부국으로 도약할 수 있었던 것도 다른 문화에 대한 배타적인 자세를 버리고 그들과 어울려 살려는 자세와 사회제도를 구축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글로벌 시장 공략 위해 글로벌 인재 키울 때
미래에 가장 인기 있는 인적자본은 국제 감각 능력을 보유한 글로벌 인재라 한다. 기업의 상품은 한 나라에 국한되어 팔리는 것이 아니다. 각기 다른 부품을 각기 다른 국가에서 만들고 조립하여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해야 한다. 세계 각국은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글로벌 인재 양성에 힘을 쏟고 있다. 제품 구매력·제품 선호도를 분석하려면 유창한 언어 구사는 물론 해당 지역의 종교·생활상 등 문화에 대한 이해가 높은 글로벌 인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의 구매력은 사실상 인구가 밀집된 국가나 지역이 가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UN은 세계인구전망보고서를 통해 2013년부터 2050년까지 아프리카 53.7%, 아시아 36,2%, 북미 지역 3.8% 수준의 인구가 늘어나는 반면 유럽은 1.4% 인구가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하였다.
2011년 WTO에 가입한 중국은 먼저 교육시장을 개방하였다. 교육을 통해서 글로벌화·국제화를 도모하려는 것이다. 베이징대(北京大) 등에서는 다양한 국제화·다문화교육을 실시하고 여기에 가속도를 내고 있다. 글로벌화 전략이 중국 대학교육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는 것이다. 다이내믹한 변화 속에서 글로벌 사회의 요구가 무엇인지에 대한 이해를 통해 글로벌 사회를 이끌어갈 지도자를 기르는 것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다양한 문화를 이해하려는 것은 문화적 충돌을 줄이는 동시에 글로벌 인재로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