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1월은 우리나라의 자유무역협정(FTA) 정책에 있어 큰 의미를 지니는 날이다. 바로 우리나라 제1위의 교역상대국이자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경제규모를 가지고 있는 중국과의 FTA가 실질적으로 타결되었기 때문이다. 이로써 2004년 칠레와의 FTA를 시작으로 10년 만에 미국·EU·아세안에 이어 중국까지 포함하는 FTA 네크워크를 완성하게 되었다.
한·중 FTA가 우리 경제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 알아보기 위해서 먼저 양국 경제관계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중국은 우리의 제1위 교역상대국으로 전체 교역의 약 1/5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26.1%와 수입의 16.1%가 대중(對中) 교역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최대의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교역상대국이기도 하다. FTA가 없는 상황에서도 중국과의 교역규모가 상당하기 때문에 FTA가 발효되면 그 영향은 상당할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양국 교역 내용을 살펴보면 반드시 그렇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양국, 향후 20년간 전체 품목 수의 90% 이상 관세 철폐
양국이 주로 교역하는 품목을 보면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IT제품을 중심으로 한 품목들이다. 동일한 산업에 속한 품목들을 수출도 하고 수입도 하는 구조를 산업내 무역이 활발하다고 표현한다. 주로 한국에서 부품이나 부분품 같은 중간재를 중국으로 보내 가공, 조립한 뒤 미국이나 EU 등 제3국으로 재수출하면서 이러한 산업내 무역이 발달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 대중국 수출의존도가 높다고는 하지만 실제로는 중국 내수시장에 대한 의존이라기보다는 중국을 경유한 제3국 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이러한 양국간 교역구조는 안정적이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일단 우리의 최종 목적지였던 선진국들의 경제성장 회복속도는 기대에 못 미치고 있는 상황인데다 중국 역시 수출과 투자 중심에서 내수 중심으로 성장전략을 수정하고 있으며 기술력도 빠르게 향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성장전략이 바뀌면서 재수출을 위한 가공무역이 줄어들고 있으며 과거 우리나라로부터 수입하던 중간재를 중국 국내산으로 대체하고 있는 중이다. 이 시점에 중국과의 FTA 타결은 우리나라가 중국의 내수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가 크다.
한·중 FTA는 총 22개의 장(chapter)으로 구성되어 있는 만큼 포괄적인 내용을 담고 있으며, 자유로운 상품교역을 위해 20년에 걸쳐 중국은 전체 품목 수의 91%, 한국은 92%에 대한 관세를 철폐하기로 했다. 한·중·FTA를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한·중 FTA가 가져온 기회요인도 잘 알아야 하지만 동시에 현재 중국시장에 대한 명확한 인식도 중요하다.
서비스업 위주로 중산층을 공략하라
중국은 G2*로 부상할 만큼 빠르게 성장하면서, 점차 도시화와 산업고도화가 진행되고 있다. 도시화의 진전은 시장 규모의 확대를, 산업고도화의 진행은 서비스업 비중의 확대를 각각 의미하기 때문에 앞으로 중국시장에서는 서비스업과 소비재에 대한 신규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이다. 우리의 중국 내수소비재 시장점유율은 2012년 기준 3.7%에 불과하다. 중국의 내수확대 정책과 한·중 FTA의 발효는 우리 기업들이 중국 내수 소비시장에 진출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우리 대기업들은
이미 현지에 진출해 있거나 주력 품목들이 양허에서 제외된 것으로 보여 큰 여건변화는 없을 것이므로 경쟁력을 갖춘 중소기업과 농식품 업계가 혜택을 볼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상업화 혁신을 통해 우리 기업을 뒤쫓고 있는 중국기업들과의 경쟁 또한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는 점에서 중국 중산층을 겨냥한 맞춤형 전략을 수립하는 한편 경쟁력 있는 제품생산을 위한 기술력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또한 중국의 소득 증가와 건강 및 위생에 대한 관심 증진은 신뢰성 높은 먹을거리에 대한 수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바, 프리미엄급 농산품 개발과 마케팅을 통해 중국시장을 공략할 필요가 있다.
중국의 서비스 시장 확대는 한류 열풍을 우리 기업들도 향유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중국 엔터테인먼트 시장과 중국인 해외관광업에 대한 진출 기회 확대로 양국간 문화·관광 교류는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서비스는 그 특성상 투자를 통한 진출이 이뤄져야 효과적으로 공략할 수 있다.
이번 한·중 FTA에서는 ISD조항* 등 효과적인 투자자 보호장치와 더불어 우리 기업들이 직면하는 애로사항을 전담해줄 기관을 중앙정부뿐 아니라 지방정부에서도 지정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투자여건이 상당히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FTA가 이행되는 과정에서 협정문이 어떻게 해석되고 적용되느냐에 따라 기업이 체감하는 FTA의 효과는 사뭇 다를 것이다. 특히 대규모 투자에 관한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약간의 차이도 더 크게 느껴질 것이다. 따라서 효과적 이행을 담보하기 위해 기업과 정부가 각자 맡은 역할에 따라 공동으로 노력할 필요가 있다.
●G2(Group of 2)
정치·경제적으로 세계 2대 강국으로 꼽히는 중국과 미국을 가르키는 말이다.
●ISD(Investor-State Dispute) 조항
해외 투자자가 상대국의 정책·법 등에 의해 피해를 입었을 때 손실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국제 중재를 통해 손해 배상을 받도록 하는 제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