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개인이 소비자, 근로자 혹은 여타 주체로서 선택, 결정, 행동을 하는 배경에는 그 사람의 가치관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0년 기준 한국의 20대는 약 659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약 14%를 차지하고 있다. 20대는 현재 트렌드 형성의 주역이며 미래 한국 사회를 이끌어 갈 세대다. 이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살고 있는지를 살피는 것은 개인의 측면뿐만 아니라 기업, 사회, 국가적 차원에서 의미가 있다.
한국은 2011년 이래로 경제성장률이 4%를 넘지 못하고 있다. 성장이 주춤한 현재의 경제적 상황은 이제 막 사회에 발을 내디딘 청년들이 직접 부딪히는 현실이다. 이 시점에, 한국의 20대가 ‘부(富)’에 대해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다음의 세계 가치관 조사(The World Values Survey)*의 응답을 통해 짐작해 볼 수 있다.
‘함께 잘살 수 있다’고 기대하는 20대는 5명 중 1명꼴
2010~2014년 설문에서 ‘부는 모든 사람에게 충분할만큼 증대된다(Wealth can grow so there’s enough for everyone)’라는 항목에 한국 20대의 긍정 응답 비율(10점 척도 질문 중 긍정적인 8,9,10점의 응답자 비율)은 22.1%로 나타났다. 한국 긍정 응답 비율의 상대적 위치를 알아보기 위해 중국, 일본, 독일, 미국 20대의 응답 값을 함께 살펴보면, 중국>미국>한국>독일>일본의 순으로(중국 38.9%, 미국 27.8%, 독일 16.5%, 일본 11.5%), 한국은 중국·미국보다 낮고 일본·독일보다 높았다.

이 항목은 ‘다른 사람을 희생해서만 부유해질 수 있다(People can only get rich at the expense of others)’라는 항목과의 사이에서 자신이 어느 쪽에 더 가까운지의 정도를 답하도록 되어 있다. 응답 값이 낮을수록(즉, 1점에 가까울수록) ‘부유해지는 것은 다른 사람의 희생을 동반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 설문 항목은 ‘함께 잘살 수 있다는 기대’를 알아보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고, 한국 20대의 5명당 1명 정도가 이 기대에 긍정적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함께 잘살 수 있다’는 데 긍정적인 기대가 높지 않은 점은 한국만의 두드러진 현상은 아니다. 이미 고성장 시기를 거친 미국 등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함께 잘살 수 있다’는 인식이 높은 중국도 2005~2009년에 비해 긍정 응답 비율이 낮았으며, 전반적으로 ‘함께 잘살 수 있다’라는 긍정적 분위기는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열심히 일하면 생활이 나아진다’에 긍정적 응답 국가는 중국>미국>한국>독일>일본 순
추가적으로, 2010~2014년 설문에서 ‘열심히 일하면 생활이 나아진다(In the long run, hard work usually brings a better life)’라는 물음에 대해 한국의 20대는 43.0%가 긍정적으로 응답했다.

중국, 일본, 독일, 미국 20대의 응답 값을 함께 살펴보면, 중국 54.3%, 일본 24.8%, 독일 39.6%, 미국 46.3%가 긍정적으로 답해, 중국>미국>한국>독일>일본의 순으로 긍정 응답률이 높게 나타났다. 이 순서는 위에서 살펴본 ‘부는 모든 사람에게 충분할 만큼 증대된다’는 질문의 2010~2014년 긍정 응답률 크기의 순서와 동일하다는 점에서, ‘함께 잘살 수 있다’는 긍정적 인식과 성취에 대한 긍정적 인식은 맥을 같이하는 것으로 보인다.
‘부(富)’에 대한 한국 20대의 가치관은 사회 선배들의 입장에서 패기나 열정이 없어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고성장 속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40~50대와는 사뭇 다른 사회를 맞닥뜨리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의 생각을 ‘틀렸다’고 하는 것은 위험하다. 현재를 살아가는 20대들이 ‘왜 이렇게 생각할까?’라는 질문 속에서, 앞서 저성장 국면을 경험한 국가들의 선례를 참고하여 우리 사회가 함께 고민해보아야 할 것이다.
●세계 가치관 조사(World Values Survey)
전세계 사회 과학자들이 각기 다른 문화의 사회문화적, 윤리적, 종교적, 정치적 가치를 조사하기 위해 진행 중인 프로젝트. 본사는 스웨덴 스톡홀름에 있다. 1981년부터 공통의 설문 항목을 개발하여 국가별 가치관을 조사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4~5년 간격으로 6개 Wave의 설문조사를 수행했다.
.Wave1 : 1981 ~ 1984
.Wave2 : 1990 ~ 1994
.Wave3 : 1995 ~ 1998
.Wave4 : 1999 ~ 2004
.Wave5 : 2005 ~ 2009
.Wave6 : 2010 ~ 2014